REVIEW/Culture

영화를 통해 보는 7가지 감정.. 땡큐 포 더 무비(Thank you for the Movie)

voice_recipe 2012. 4. 25. 16:00

 

 

 

영화,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모르고 지나치는 감정

 

영화 보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내어 극장에 가고, 예매를 하고 기다리는등의 일들이 한 때 정말 귀챦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와이프와 시간만 되면 영화를 보러 극장에 다니고, 연극을 보고, 음악을 감상하면서 '너희 부부는 문화생활만 하고 다니냐?' 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직접 찾아다니며 '나의 감성과 생각들을 투영해 볼 만한 시간 갖기' 를 즐겨하고 있는 모습을 볼때 '나도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하게 됩니다. 아마 그 이유의 절반 이상은 함께 할 수 있는 와이프가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성격도, 좋아하는 것도 변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는 바로 '감정' 이라는 것일 겁니다.

십대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이십대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삼십대, 사십대 때 느끼는 감정이 다릅니다. 그건 같은 물건, 같은 장소, 같은 영화, 같은 음악을 들어도 너무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감정이 나이가 들 수록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물건은 몇십년이 지난 후에도 그 시간의 흐름이 무색할 정도로 그 때 그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와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허다하고, 어떤 노래를 들으면 마치 몇년 전 그 때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깊이 빠지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때론 지나친 감정에 치우쳐 힘이 들면 그런 감정 따위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때도 있지만, 감정이라는 것은 그렇게 방치해둔체 세월의 흐름 속에 차츰 빛을 잃어가게 두기 보다 갈고 닦아 더욱 더 빛을 내게 해야 하는 보석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소개할 "땡큐 포 더 무비(Thank you for the Movie)" 라는 책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의 감정을 영화와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CBS 라디오 '신지혜의 영화 음악'을 진행하고 있는 신지혜 아나운서가 전하는 영화와 감정에 관한 잔잔한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7가지 감정 안에 7가지 이야기  

 

땡큐 포 더 무비(Thank you for the Movie) 는 크게 7가지 감정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별, 고독, 기억, 인정, 치유, 용서 그리고 사랑." 영화 이야기와 이런 감정들이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영화란 배경은 모든 것이 우리들 삶이 되고, 우리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사람이 느끼는 감정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바꿔 이야기하자면 사람의 감정을 제외하고는 영화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해석 될 수있습니다. 호러 무비를 봐도 "공포" 라는 감정과 끝에 가서는 결국 "사랑" 이나 "복수" 등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모든 테마는 "인간의 감정"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예술 분야가 그렇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별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나는 이 책의 구성을 가만히 살펴 보면 우리가 사랑하는 과정을 담아 놓았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이별의 아픔이 가시기 전에 홀로 남은 고독감에 몸부림치고, 아직 지워지지 않은 기억에 힘들어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실 인정하게 되고, 주위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홀로 치유의 과정을 통해 자신이든 상대방이든 이별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는 그런 과정 말입니다."

 

사실 이 대목에서 "용서와 사랑" 은 따로 취급되어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치유까지는 가더라도 상대방을 용서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재대로 된 용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건 주변에서도 꽤 자주 찾아 볼 수 있고, 드라마에서는 주된 테마로 가장 많이 쓰이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그 전의 모든 해묵은 감정들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용서해야만 한다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

 

이별 앞에 만남이라는 것이 빠졌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만남은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잠시 접어두죠. 그럼 만나자마자 이별을 이야기 하냐고 이야기 할 수 있겠네요. 뭐 그건 작가의 마음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사랑이라는 감정은 맨 뒤에 다시 다뤄야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소개하고 용서로 끝내는 것 보다 사랑으로 매듭짓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나름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49가지의 영화를 알게 됩니다. 그 중에는 봤던 영화도 있어 '맞아. 나도 이런 감정을 느꼈었지.' 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꼭 한번 봐야겠다 싶은 영화들이 참 많이 소개됩니다. 때론 '응? 이 영화를 보고 이런걸 느꼈다는 말이야?' 하며 의아하기도 한 영화 선택도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 책을 읽다보면 마음이 참 조용해진다는 것입니다. 아마 책을 쓴 작가가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써내려 갔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작가는 사람이 느끼는 이런 감정들을 조용하고 나긋한 어조로 차분하게 설명하기 보다 마치 이야기 하듯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강요하지 않고 권유하고 있고, 직선적이지 않으면서 너무 우회적이지도 않은 어투로, 또 아픈 감정이지만 지나치게 아픔속에 빠지지 않게 하고, 기쁨이 넘치는 감정에서는 지나치게 자신을 잃지 않도록 다독이고 있습니다.

아마 책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가 아니라서 더 쉽게 다가오는 친근감 같습니다. 그녀가 라디오 진행자인 점도 한 몫 하겠네요.

 

감사하는 마음

 

이 책을 다 읽고 책의 제목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면 왜 "Thank you for the Movie" 인지 알게 됩니다. 작가가 목표로 하던 일을 하면서 꿈에 그리던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된데 대한 감사이기도 하지만 무엇 보다 이 모든 감정들을 겪고 나서 우리가 얻게 되는 '자아성숙' 에 대한 감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흔히 "좋은 생각이 좋은 결과." 를 이끌어 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무작정 좋은 생각을 하면 된다는 말은 아닐겁니다. 아무 근거도 없는 희망을 품게 되면 결국 그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지만, 책임감 있는 행동과 실천 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모든 결과에 대한 감사가 뒤따른 다면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모든 과정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희망으로 바뀐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