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ulture

[미술 전시] 한국의 단색화 - Dansaekhwa: Korean Monochrome Painting

voice_recipe 2012. 5. 10. 18:41

 



 

 

과천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현재 전시 중인 [한국의 단색화 - Dansaekhwa: Korean Monochrome Painting] 에 다녀왔습니다.

2012.03.17~2012.05.13 까지 진행 되는 이번 전시는 국내 최대 규모로 1970년대 이후 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국의 단색화' 를 집중 조명하는 자리오 이우화, 박서보, 김환기 등 한국 대표 작가 31명의 150여점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이우환 화백과 박서보 화백의 강연회, 윤진섭 교수의 렉쳐 퍼포먼스, 이강소 작가의 작업실 투어, 국제학술심포지엄등이 함께  진행되어 그림을 감상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화가의 그림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오랫만에 찾아간 국립 현대 미술관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현재는 음악쪽에 몸을 담고 있다보니 전시회나 미술관을 직접 찾아 다니며 관심있게 보던 예전과는 다르게 확실히 조금 소홀하게 되더군요. 마침 이렇게 좋은 자리가 있어 오랫만에 한국화를 감상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참 좋았습니다. 와이프가 외국에서 계속 살아서 더 한국화에 대해 모르고, 또 그림을 그리던 시절의 남편은 어떠했는지 늘 궁금해 했는데 함께 한국화 작품을 감사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네요.

 

사실 그림이라는 것은 아니, 예술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작가의 작품 세계를 100%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 후세에 사람들이 유추해내거나 이러할 것이다라고 여러가지 정황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더군다나 사실적으로 표현이 된 그림이 아닌 추상화나 이런 단색 추상화의 경우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듭니다. 미술을 전공했다고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설명해 달라고 하는데 그건 엄청난 오해랍니다. 그 그림을 그린 작가가 내가 아닌 이상에야 어떻게 그 그림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뭐 큐레이터의 경우라면 조금 다르겠지만 어차피 그들 역시 작품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을 도울 수는 있어도 작품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은 개인의 것으로 언제라도 어떻게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그림을 본다면 다소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그림 감상이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요?

 

오랫만에 찾아온 국립 현대 미술관은 크게 변한 것은 없더군요. 대학때는 잠깐씩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었는데 옛 추억에 여기 저기 구경도 했습니다. 다만, 예전에 비해 주차하고 올라오기가 뭔가 복잡해지고 어수선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적하고 도심을 떠나와 있다는 느낌으로 미술관을 찾던 때가 살짝 그리웠습니다.

 

 ‘모노크롬(monochrome)’이 아닌 ‘단색화(Dansaekhwa)' 로..

 

이번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여지껏 사용했던  ‘모노크롬(monochrome)’이 아닌 ‘단색화(Dansaekhwa)' 라는 고유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전시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습니다.

 

단색화 하면 어떤 작품들이 떠오르시나요? 아무 형상이나 구상은 보이지 않고 하나의 색으로만 온통 칠해진 그런 그림이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지금까지 단색화 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던 분들도 많을 겁니다. 저 역시 미대를 졸업했지만 단색화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한다면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을 정도니까요. 이번 기회에 얼마 남지 않은 전시가 아쉽지만 시간이 되신다면 꼭 방문해서 직접 그림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음악은 말로 듣는 것이 아니고 귀로 듣는 것이고, 미술은 말로 이해 할수 있는 것이 아니고 눈으로 이해 할 수 있는 것이니직접 찾아가서 그림 앞에 서서 바라보는 것 만큼 직접적인 이해는 없을 것 입니다. 또 이 전시회는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한 전시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이번 과천 미술관 전시가 끝난 후에는 전북 도립 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6월 8일부터 7월 15일까지 전시가 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작품을 꼽으라면 박서보 화백의 "묘법 NO.43-78-81" 과 이우환 화백의 "점으로부터" 를 꼽겠습니다.

 

<박서보, 묘법 NO.43-78-79-81, 마포천에 유채, 연필, 193.5 x 259.5cm>

 

 

<이우환, 점으로부터, 1976, 캔버스에 안료, 117x11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그림이라는 것이 작가의 사상을 담는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수많은 작품들을 보는 것은 고상한 문화 생활의 일부분이라기 보다 고통에 가깝습니다. 그것은 마치 클래식 연주가에게 헤비메탈 콘서트 티켓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와이프도 저도 전시를 돌면서 확실하게 이 작품은 이런 것을 말하고 있는듯 하다 라고 느껴지는 작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 둘의 시선에서 비추어진 것이기 때문에 바로 옆에 다른 누군가와 판이하게 다를 수 있습니다. 정답이 없다는 점에서 예술은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고, 아무나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우환 화백의 작품은 예전에도 많이 봐왔었기 때문에 더 친숙했습니다. 점의 집합이나 선의 나열등을 반복적으로 표현하여 표현하는 이 작품은 마치 끊임 없이 돌고 도는 인생사 같다는 생각을 예전에도 하곤 했는데 나이가 더 든 지금 봐도 그 느낌은 변하지 않네요.

 

 조금 더 일찍 찾아가서 전시를 보고 후기를 남겨 많은 분들이 찾아 갔으면 좋았을텐데 가려고 할때마다 놓쳐서 이제야 후기를 쓰게 되네요. 참 월요일은 휴관이니 꼭 알아두시고, 미술관의 작품은 사진으로 담지 않는 것이 에티켓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