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ulture

현대 사진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사진展 - "결정적 순간"

보이스레시피 2012. 6. 14. 12:53

 

 

 

현대 사진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의 사진전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5월부터 시작하여 9월까지 무려 107일동안 휴관일 없이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 작가이자 현대 사진의 선구자라는 칭송을 받는 앙이 카르티에-브레송의 생애 최후의 세계 순회 대회고전으로 본 전시가 독일 베를린에 머물던 때에 카르띠에-브레송이 운명함으로써 생애 마지막 전시이자 유작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카르티에-브레송의 방대한 사진서고에서 엄선된 265작품과 그의 작품세계와 관련된 귀중한 자료 125점이 함께 전시됩니다. 20세기의 역사를 카메라와 그의 눈에 담았던 세기의 사진 작가의 삶을 보고 왔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이번 전시는 광화문에 있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평일 이른 오후에 갔는데도 사람들이 정말 많더군요. 사진전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건 아니라서 저는 앙리 카르띠에-브레송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봤습니다. 이번 전시를 신청했던 이유도 사진작가를 알고 있었거나 좋아해서가 아니라 『결정적 순간』이라는 이 한마디와 앙리 마티스의 사진 때문이였습니다. 그런데 20세기 현대 사진의 거장 전시였다니! 정말 완전 럭키가이~!!

 

지난해 12월 내한 강연에 참석했던 매그넘의 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사진가로 주저 없이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을 꼽았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중 브레송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라는 말을 할 정도니 카르띠에 브레송의 영향력과 그의 사진계에서 위치를 알 수 있는 대목이였습니다.

 

 

처음에 길게 걸린 이 포스터를 보고 파이프를 피우고 있는 사람이 앙리 카르띠에-브레송인줄 알았다는..=_=; 알고 보니 앙리 카르띠에-브레송은 젊었을적 완전 꽃미남이셨더군요. ㅎㅎ 사진 속의 인물은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가 비평가 장 폴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진이였습니다.

 

 

오늘 전시의 구성은 크게 5가지로 나눠집니다. 『찰나의 미학』, 『내면적 공감』, 『거장의 얼굴』, 『시대의 진실』, 『휴머니즘』으로 나뉘어지고 『그는 누구인가?』 로 앙리 카르띠에-브레송에 대한 부스도 따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전시장 앞에 마련된 부스에는 그가 직접 사용했던 소형 라이카 카메라들과 그의 사진전 포스터나 팜플렛, 사진 액자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평일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사람이 많았습니다. 특별 초대권을 받아들고 전시장으로 입장합니다.

 

그의 눈과 사진을 통해 바라본 20세기

 

카르티에-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의 사진집 서문에서 시대의 이데올로기로서 메시지를 가지는 르포 사진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사진작가들에게 있어 한번 가버린 것은 영원히 가버린 것이다. 바로 이러한 사실에서 우리 작업의 고충과 위력이 비롯된다. 우리의 작업은 현실을 감지하여 거의 동시에 그것을 카메라라는 우리의 스케치북에 담는 일이다.

 

 

그의 사진전을 보면서 뭔가 엄청난 사진이다라던가 어떻게 이렇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가 있지? 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비범한 구도라던가 화려한 색감이 눈을 사로잡는다던가 그런 기대를 갖고 사진전을 찾았다면 저처럼 초반에 무덤덤하게 사진들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곧 내가 얼마나 조잡한 시선으로 사진을 평가하려 했는가에 대해 알게 됩니다.

 

앙리 카르띠에-브레송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따뜻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마음이 보이는 것 처럼 그의 사진은 늘 따뜻한 시선으로 모든 사진을 담고 있었습니다. 뭔가 특이한 사건이나 사고를 따라다니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그의 사진전에서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시대의 진실 테마를 보더라도 중요한 시대적 사건에서 그의 눈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이거나 이슈가 될만한 곳에 시선을 두지 않고 오히려 그 상황 속에 놓여진 대중들이나 소외된 무언가에게 혹은 같은 상황에서 평범한 일상들을 향해 카메라의 렌즈를 고정하고 있었습니다.

 

 

단적인 예가 바로 『조지 6세 대관식날』의 사진인데, 사진만 봐서는 이게 대관식때 사진인지 아니면 무슨 경기장인지 모르겠더군요. 화려함이 가득했을 대관식의 모습이나 조지 6세의 모습을 담기 보다 그 광경을 보러 몰려든 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이 대관식의 주제로 그 화려함보다 빼곡히 모여있는 사람들과 술에 취해 골아 떨어진 이름모를 낯선 남자의 모습이 더 잘 표현하고 있었나 봅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그의 카메라에 담은 수많은 사진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소박하고 또 그런 것들을 담기 위해 노력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휴머니즘』부스에 가면 그의 소박했던 생활이나 습관들이 글로 적혀져 있는데 그의 사진 철학이 바로 소박함이더군요.

1930년까지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중형 카메라로 정지된 움직임을 찍는 것이 대세였으나 앙리 카르띠에-브레송은 소형 카메라인 라이카로 거리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대상을 신속하게 촬영하여 소형 카메라로 가능한 거리사진의 미학을 제시했다.(찰나의 미학 부분) 고 적혀 있습니다. 그의 결정적 순간은 이렇듯 멈춰있는 한 순간이 아니라 늘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그 순간 순간을 담는 모든 것이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말하고 있는듯 했습니다.

 

9월 2일까지 계속 되는 이번 전시는 이제 한국을 떠나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전시일지도 모릅니다. 휴관이 없기 때문에 언제라도 찾아 볼 수 있으니 꼭 한번 가서 전시를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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