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클 시드니 팀슨 작곡 발표회 - 동,서양 음악의 크로스오버
"교차적 문화 충돌, 재고안과 새로운 발전"
Cross-cultural Collisions, Reinventions, and Fertilizations: The music of Michael Sidney Timpson
Featuring Chai Found Music Workshop from Taiwan and special guests
와이프와 함께 음악을 하면서 타성에 젖어 있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을 많이 합니다. 무언가를 매일 같이 새롭게 발견하고 만들어갈 순 없지만 적어도 있던 것을 계속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용하는 것만큼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독이 되는 일도 없기 때문에 늘 새로운 것을 보려고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들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한 달 내내 연극만 보기도 하고, 한 달 내내 영화만 보기도 하고, 대중적인 선호도가 짙은 곡들을 듣기도 하지만 제 3세계 음악 처럼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음악들을 찾아 듣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을 찾고 듣는 가운데 늘 새로운 소스들이 발견되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동,서양 음악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시도를 옅볼 수 있는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현대 음악에 속하는 이번 공연은 일반인들에게는 무척 받아들이기 힘든 공연이였을 수 있겠다 싶더군요. 저도 음악을 하지만 현대 음악은 왠만해서는 계속 듣기가 힘들정도로 난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 쉽게 찾아 듣게 되진 않더군요.
이번 공연은 이화여대 작곡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마이클 시드니 팀슨의 작품 발표회였습니다.
█ Program
Chasin' Billfor Dizi, Erhu, Pipa, Daruan, Zheng, and Yangqin (2000)
Sonic Waves for Solo Yangqin (2012 세계초연)
I. Timbral Refraction
II. Copycat
Symbiogenesis for huqin and gayageum (2012 세계초연)
Quintet for zheng and strings (2012)
I. Hyper~Spring
II. Blues
III. Ballad
IV. Ecstatic Engineering
Intermission
Risen Poetics for Traditional Male Korean Shijovoice and String Trio (2011)
Triple-Play for erhu, pipa, and zheng (2008)
Polar Excess for dizi and ruan (2012 세계초연)
I. North (Magnetic)
II. South (Storm)
Sihzu-ations for dizi, huqin, liuqin, pipa, zheng, and yangqin(2012 세계초연)
I. Sticks & Stones
II. Still gee
III. Bebopcontrapunt
IV. K-Quodlibet
V. (Take a) Bow
VI. Punk Pocket
공연에 대한 기대와 걱정
여의도에 있는 영산 아트홀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저로써는 꽤 모험과도 같은 공연 관람이였습니다. 현대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클래식도 많이 들어보지 못했고 그렇다고 전통음악에 관심이 깊었던 것도 아니였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로운 환경에서 아무런 잣대 없이 들을 수 있는 공연이였습니다. 솔찍히 저희 와이프가 걱정을 하긴 했습니다. ㅎㅎ 비엔나에서 클래식과 작곡 공부를 마친 와이프는 현대음악이란 다소 난해한 음악을 제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였나 봅니다. ^^
특히 이번 발표회에는 중국의 전통 실내악 및 시주(Si-Zhu) 앙상블인 Chai Found Music Workshop 이 함께 무대를 꾸몄습니다. 이 앙상블은 1991년에 창단되었으며, 중국악기로 구성된 대만 유일의 현대음악 전문 실내악단으로, 대만은 물론이고 아시아 전역 및 유럽과 미국을 무대로 전통 실내악 연주를 펼치고 있는 팀입니다. 해외의 많은 작곡가들과 창작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는 팀으로 서양 악기와 협업하여 음악적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데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팀이기도 하답니다.
서양인의 감성으로 쓰여진 동양 음악이라니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특히 색깔이 분명한 앙상블 팀과 함께 연주된다니 어떤 곡이 연주되어질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또 일산 청소년 교향악단 상임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임희준씨와 판소리의 문현, 배재대 교수로 재직중인 가야금의 조셀린 클락이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였습니다. 푸른 눈의 가야금 주자라니 ㅎㅎ 정말 다양하다는 생각을하며 공연을 기다렸습니다.
다양성과 음악성
100분의 공연 시간 동안 정말 다양하고 독특한 구성의 음악들이 연주되었습니다. 악기들도 생소한데다 연주 방법이나 곡의 구성도 너무나 새로워서 모든 연주 시간이 새롭게만 느껴졌습니다. 이것은 장단점을 두루 내포하고 있는 표현으로, 장점이라면 다양하고 신선한 레퍼토리들과 새로운 악기편성에 의해 연주되어 지는 동서양의 크로스오버 성격을 띈 곡들이 이전까지 들었던 음악들과 너무나도 달라 새로웠습니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역시나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난해한 성격의 곡들이 100분 동안 이어지다보니 현대음악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공연이였습니다. 물론 이 날 공연에는 학교나 관계자들이 대부분 참석을 했었으나 중간에 인터미션 때 보니 다들 비슷한 표정들을 하고 있더군요. ㅎㅎ
제가 현대음악을 잘 아는게 아니라서 뭐라고 표현하기도 어렵고 평가를 내린다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번 공연을 정리해보자면 새롭고 다채로운 악기들이 등장하여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공연을 여러가지 조합을 통하여 관객들에게 색다른 음색을 선사하였습니다. 특히, 서양음악의 전통적 편성인 스트링 쿼텟과 중국의 전통 악기가 만나 이루어진 하모니는 동서양의 음악적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작곡가의 의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컨셉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작곡가 스스로가 곡을 쓸 때 재즈나 힙합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하는데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다분히 리드미컬한 요소가 강렬하지만 차분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명상적 요소를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있어 반복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대체로 길이가 짧은 모티브가 반복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면서도 일정한 방향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팀슨의 음악은 전반적으로 기승전결이 분명한 드라마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이 때의 고조와 이완은 차분한 분위기 가운데 이루어지기 때문에 눈을 감고 악기의 미묘한 색채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악기와 이국적인 편성으로 듣는 즐거움과 비쥬얼적 흥미를 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은 즉각적 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이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대음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난해하지도 않고 듣기 좋은 공연이였기에 앞으로도 그의 끊임없는 창작 활동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