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ulture

[영화] 폭풍의 언덕 - 뛰어난 영상미.. 그러나 공감되지 않는 사랑

voice_recipe 2012. 6. 29. 11:25
 

 

개요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영국 | 129분 | 개봉 2012.06.28
감독 안드리아 아놀드
출연 카야 스코델라리오(캐서린 언쇼), 제임스 호손(히스클리프)
등급 [국내] 15세 관람가

 

영문학 3대 비극,

세계 10대 소설

 

에밀리 브론테가 세상에 남긴 유일한 소설이자, <리어왕>, <모비딕>과 함께 영문학 3대 비극으로 꼽히는 『폭풍의 언덕』이 2012년 다시 영화로 개봉되었습니다. 영화 폭풍의 언덕은 소설의 전체 내용을 다루고 있진 않습니다. 소설의 중반부까지 다루고 마는데요. 영화가 만들어질 때마다 감독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엔딩도 그렇지만 이 영화는 감독이 지극히 주관적인 시점에서 만들어 특히 소설의 비극적 요소를 십분 살린 영화가 아니였나 생각되어집니다. 하지만 영화 관객 입장에서는 보고 난 후에 뭘보고 나왔나 싶었던 비극적인(?) 영화. 폭풍의 언덕.

 

Synopsis

 

영국 요크셔 지방, 황량한 들판의 언덕 위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가 있다. 그곳의 주인 언쇼는 거센 폭풍이 몰아치는 어느 날 밤 고아소년 히스클리프를 데려온다. 언쇼의 아들 힌들리는 일방적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히스클리프를 미워하지만, 딸 캐서린은 마치 운명처럼 히스클리프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언쇼가 죽은 후 힌들리의 학대가 시작되고 캐서린이 근처 대저택의 아들인 에드가와 결혼하게 되자, 히스클리프는 말없이 워더링 하이츠를 떠난다. 몇 년 후 부자가 되어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게 복수를 결심하는데…

 

뛰어난 영상미와 절제된 표현력

 

 

영화 폭풍의 언덕을 보고 있노라면 블라인드 시사회에 참석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배경음악은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딱 한번 나오고 전혀 음악이 쓰이지 않는데다 영상은 상당히 거칠면서도 차분합니다. 따뜻하고 만들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기보다 차갑고 미완성이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시종일관 스크린 속 배경은 어둡고 뿌옇고 삭막하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주인공들이 어릴적 뛰어노는 장면이나 심지어는 그들이 잠깐 기쁜 순간에도 화려하고 따뜻한 색감이나 영상이 보여지기 보다 암울하고 가라앉은 색감과 영상들이 보여집니다.    

 

비극적 요소는 굳이 원작을 읽지 않아도 영화의 영상만 봐도 지레짐작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종일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가끔 보여지는 화사하고 또렷한 컷들은 거의 클로즈업 된 인물의 표정이나 그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대변하는 다양한 자연 속의 무언가들이 클로즈업 되었을 때인데, 이 때 보여지는 영상은 참으로 아름답더군요.

 

 

 

1인칭 시점의 영화

 

<<히스클리프가 바라보는 오직 한 사람, 캐서린>>

 

감독은 이 영화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게 무슨 내용이지?', '뭘 얘기하고 싶은거지?' 하는 생각이 들게끔 말을 아주 많이 줄이고 있습니다. 원작과는 다르게 영화는 오로지 히스 클리프의 생각과 시선에서 시작하고 끝이 납니다. 마치 그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래서인지 아주 많은 부분을 공감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가 느꼈을 고독, 상실감, 사랑, 아픔등은 모두 그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이야기가 되어지기 때문에 그가 말하지 않는 부분은 들을 수 없었고, 그가 보지 않는 부분은 똑같이 관객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영화는 많은 관객과 호흡하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으로 재탄생 시킨 감독의 일방적인 <폭풍의 언덕> 판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 드는 행복감이라던지 만족감을 이 영화에서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왜냐면 앞서 말한 것 처럼 너무나 주관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진 영화이다 보니 공감이 되는 부분 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훨씬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희극이 아니라 비극을 영화화 하다보니 공감대를 형성하기 보다 마치 한 사람의 썰을 푸는 듯한 느낌이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장점이라면 히스클리프의 시점에서 본다면 그 어떤 영화보다 생동감이 넘치고 급박하며 공감이 되는 영화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끝까지 본다면 이보다 지루하고 공감이 되지 않는 영화도 없을 겁니다.

 

원작을 읽었다 하더라도 이 영화와 공감하긴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 개봉한 폭풍의 언덕이 과연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상당히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