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ulture

[서평] 꿈꾸는 황소 - 다른 시선을 통해 보는 세상

voice_recipe 2012. 7. 28. 17:32

 

 

꿈꾸는 황소 (양장)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션 케니프(Sean Kenniff) / 최재천,이선아역
출판 : 살림 201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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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다른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

그것은 때론 참혹한 현실.

 

어릴적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한 소녀에 관한 이야기가 TV 를 통해 방송되면서 상당한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꼭 그런 소녀가 아니더라도 아마 어렸을 때 한번쯤은 '사람이 아닌 다른 무엇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볼껍니다. 저 역시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키우던 강아지와 대화도 시도해보고, 나무 기둥에 귀를 가져가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조용히 들어보기도 하고, 참새들이 서로 지저귀는 소리들이 어떻게 들릴까 고민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그 후의 일에 대해 상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단순히 동물들과 말이 통한다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였지 정말로 동물들의 대화를 듣게 된다면? 그들과 대화가 통한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들을 듣게 될까 하는 생각들까지는 가지 못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동물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감사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단순히 호기심에서 그들의 말을 듣고 싶었지만 동물들에게는 인간에 대한 호소의 말들이 쏟아질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그런 책입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아니라 황소의 눈에 비춰진 세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우화로 끝나지 않고 읽는 우리들에게 돌아 우리가 동물들에게 행하는 인간을 위한 행위들이 동물들에게는 얼마나 처참하고 그들의 삶을 파괴하는 일인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황소 에트르의 눈을 통해 본 그의 주변 세상

 

 

이 책의 주인공은 황소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에트르' 라고 할 정도로 다른 황소들과는 다른 '존재' 입니다. ('에트르' 는 존재라는 철학적 의미를 지닌 프랑스 이름) 그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인지할 수 있고 다른 소들과는 다르게 반응할 줄 알았습니다.

물을 마시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가 자신의 얼굴을 보고 그것이 자기라고 인식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목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 풀을 먹고, 소들 가운데 서열 싸움을 하고, 인간에게 길들여져 사는 소들의 일상 가운데 이 황소는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존재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유일한 황소입니다. 

하지만 자신 이외에 다른 황소들은 자신 처럼 생각하거나 대화 할 줄을 모른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들이 할줄 아는 말은 숫컷은 '엉프' 라고 외치고 암컷은 '앙프' 라고 외치는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는 인간의 말을 알아 듣습니다. 자신이 인간의 노래를 배워 스스로 노래도 할 줄 안다고 믿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황소가 인간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황소는 스스로가 황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짝을 만나고 자신의 새끼를 낳고 기르는 과정은 인간에 가깝습니다. 보호해야 하는 대상에 대한 인식이 확실하고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초반부에는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건지 잘 몰랐습니다. 이 책이 쓰여지게 된 배경이나 작가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또 이 책을 추천하고 있는 제인 구달이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를 알았다면 훨씬 더 쉽게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중 후반부 주인공인 에트르가 여지껏 신세계가 펼쳐지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자작나무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이 저지르는 참담한 살육의 현장을 보고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짐작하게 됩니다.

 

이 책이 말하고 싶은 무엇.

 

 

두 가지를 느끼게 해주는 책

 

책을 읽고 난 후 나도 채식주의자가 되야겠다거나 동물을 괴롭히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이 불현듯이 든다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이 우화는 우리 모두를 채식주의자로 만들기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니 당연합니다. 책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제가 느낀 것은 적어도 생명을 가지고 있는 이 세상의 그 어떤 동물도 인간의 이익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목숨을 빼앗아가서는 안된다는 것이였습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인간에게만 있는 것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가까이에서 키우고 있는 반려 동물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감정이 있다면 생각이 있다는 것입니다. 로버트가 아닌 이상은 우리도 동물들도 똑같이 감정을 가지고 있죠. 인간을 '감정을 가진 동물' 이라고 표현하는 말이 있지만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또 어떤 면에서 에트르는 자신의 정해진 삶을 바뀌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의 새끼를 위해서도 그는 움직입니다.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라고 책은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이 모습은 우리 인간들에게도 보여지는 모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모든 것이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세상에서 그냥 포기하고 살아가는가, 아니면 그 쳇바퀴에서 다름을 인식하고 자신만의 인생을 위해 투쟁하며 나아가는가 하는 문제는 에트르와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채식주의자가 되겠다, 나도 동물보호 운동가가 되겠다. 뭐 이런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 먹고 입고 들고 다니는 수많은 동물들의 희생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작은 우화.

『꿈꾸는 황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