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2]연륜과 진정성이 뭔지 보여준 변진섭의 '보고싶다'
한 때 일요일 저녁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들었던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나가수는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 임재범등 TV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실력자들을 황금시간대에 대중 앞에서 그것도 노래로 평가 받게 만들었던 정말 용감하기 그지 없는 프로그램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공부가 되는 프로그램이였습니다.
가수들의 개성만큼이나 새로운 편곡들은 보는 재미를 더했고, 우리나라에 이렇게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수퍼스타 K' , '위대한 탄생'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즐비했지만 나가수의 위력 앞에 "역시 프로는 달라." 라는 인식을 강하게 남겼던 나가수.
하지만 다들 공감하시는 것 처럼 황금기를 이끌었던 가수들이 빠지고 난 지금의 나가수는 예전만큼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예비 가수들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소리만 꽥꽥 질러더니 '나는 가수다' 가 아니라 '나는 목청이다' 라고 타이틀을 바꾸라는 말들이 나올정도입니다.
갑자기 왜 사람들의 태도가 이렇게 바뀌게 되었을까요? 물론 지금도 나가수를 좋아하고 즐겨보는 사람들은 많지만 분명한건 예전처럼 호의적이지는 않다는 겁니다. 이런 저런 이유들이 있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더이상 특별한 무대를 선보이는 가수들이 없어졌다는 사실이였습니다. 특별함이란 퍼포먼스도 아니고, 파격적인 편곡도 아니고, 새로운 출연자를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초반 가수들에게서는 느껴졌던 <진정성> 이라는 부분을 지금은 느끼기가 힘들었습니다. 진정성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진정성이란 이것이다! 라고 정의 내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왜냐면 그건 학문적으로 기술되어지는 부분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느끼는 '감동'에 가깝기 때문이죠.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 임재범, 이소라등의 출연진이 빠진 이후 나가수는 관심밖으로 밀려났었습니다. 뭔가 자꾸 버라이어티 느낌으로 바뀌어 가는 것도 싫었고, 자꾸 추가되는 이상한 규칙들도 마음에 안들었지만 예전 같은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나가수를 시청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게 되더군요.
그러다 오늘 정말 우연히 보게 된 나가수2 의 변진섭씨가 부른 '보고싶다'는 초기 나가수의 그 감동을 선사했던 무대와 흡사한 분위기를 내어주었습니다. 김범수가 부른 <제발> 의 애절함, 박정현이 부른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의 진정성, 이소라가 부른 <No.1> 의 예상을 깨는 편곡, 임재범이 부른 <여러분>의 카리스마 등. 나가수 초반에 제가 느꼈던 소름 돋는 느낌의 감동을 변진섭의 <보고싶다>에서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변진섭씨의 노래를 참 좋아했습니다. 가슴에 와닿는 가사말도 좋았고, 쉬운 멜로디도 좋았습니다. 정말 한국인의 정서에 딱 맞는 발라드를 정말 잘 불렀다고 생각합니다. <숙녀에게> , <너에게로 또다시> , <새들처럼> 등은 정말 특히나 좋아했던 곡들이였죠. ^^
그런데 변진섭씨가 이렇게 노래를 잘부르는 가수인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노래를 잘 부른다는 표현보다 감동을 느끼게 하는... 가수가 노래를 대하는 진정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한 무대였습니다. 엄청난 테크닉을 부리지도 않았고 편곡이 대단하 것도 아니였지만 노래를 듣는 내내 정말 감동 받게 되더군요. 그건 가수가 그 노래를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가로 드러난다고 봅니다.
한 때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였던 남자. 그 후 자신의 자만감 때문에 쓰디 쓴 실패도 맛 봤지만 다시 돌아온 그에게는 연륜과 함께 노래를 대하는 진정성이 자리를 잡은 거 같습니다. 정말 변진섭씨의 <보고싶다>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무대가 끝난 뒤 자신의 노래에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그건 노래를 하는 가수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부분이기 때문에 자신만 아는 부부입니다.
노래를 시작할 때 심호흡을 하며 얼굴에 묻어난 그 긴장감부터 감정에 몰입하고 쏟아내는 마지막 부분까지 정말 소름돋는 무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