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ulture

[추천영화] 비지터(The Vistor) - 단조로운 일상을 깨우는 작은 두드림.

voice_recipe 2012. 10. 11. 18:39

 

 

비지터 The Vistor, 2007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04 분 | 2012-11-08 개봉

감독 토마스 맥카시

출연 리차드 젠킨스 (월터 발 역), 히암 압바스 (모우나 카릴 역), 아미르 아리슨, 하즈 슬레이만, 다나이 구리라
 

 

 

단조로운 일상을 깨우는 작은 두드림..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이제껏 이루어놓은 것은 무엇이고 내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남아있으며 나는 누구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고 또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가등 총체적인 자아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런 생각이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종착점에 다다르면 남는 생각은 바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라는 질문만이 남게 됩니다.

 

이 질문은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죠.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부터 '나는 이 일을 왜 하고 있나?' 혹은 '나는 왜 여기에 있나?' 등 결국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는걸까?' 라는 생각이 파생되어 생기는 자기 본연에 대한 혹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순간에 누구나 본인에게 묻게 되는 질문일겁니다. 그 질문 앞에 당당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일에 만족하고 있고 그 일에서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라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걸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그러길 바라면서 살아가기에 성공한 삶을 부러워하죠.

 

영화 <비지터>는 바로 이런 질문을 수없이 던져봤음직한 한 남자에게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에게 찾아온 낯선 방문자로 인해 그는 해답을 찾은듯 합니다...

 

의미 없는 삶을 깨워주는 새로운 음악.. 그리고 사람 

 

 

하루하루를 무슨 의미를 두고 살아가는지 모를만큼 열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월터는 아내의 빈자리를 더듬듯 피아노도 배워보지만 얼마 배우지도 못하고 벌써 다섯번째 계속 선생들만 갈아치우기 바쁩니다. 하는 일이라고는 20년째 똑같은 강의만 뻐꾹이처럼 반복하고 있고, 공동 집필로 출간된 논문은 사실 아무런 참여도 없었기에 학회에 발표를 하러 가지도 못하는 신세..

 

영화는 초반부에 월터의 무미건조하고 의미 없는 삶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월터는 자신의 옛 집을 찾아가게 되는데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에 이미 그 곳에서 몇달간 살고 있는 낯선 남녀(타렉과 자이납)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들은 미국인이 아닌 이민자들로 아직 영주권이 없어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커플이였죠.

 

타렉은 시리아에서 자이납은 세네갈에서 고국을 떠나온 이민자들로 미국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젊은 커플들로 타렉은 젬베를 연주하는 일을 자이납은 수제 악세사리를 만들어 파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낯선 사람들을 들이다...

 

뭔가 함께 어울릴만한 구석이 전혀 없는 이 세 사람의 동거가 시작되는데 언뜻 보면 낯선 사람을 자기 집에 머물게 한다는 설정이 이해가 안갈 수도 있지만 월터는 자신의 무미건조하고 아무 의미없는 삶에 불쑥 찾아온 이 두 이민자들을 받아준다기보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라는 생각으로 머물게한듯 보입니다. 오랜 외로움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날 속옷차림으로 젬베를 연주하고 있는 타렉을 본 월터는 젬베 악기에 호기심을 보이고 타렉과 함께 젬베도 배우고 연주도 보러 다니는등 조금씩 그의 삶에는 없었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어가면서 월터는 자신의 삶에 조금씩 활력이 깃들고 있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힘든 이민자들의 삶을 그리다..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아무 잘못도 없이 단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검색을 당하고 이민자 수용소까지 끌려가게 된 타렉. 그런 타렉을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월터. 본국으로 강제 추방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타렉은 월터의 도움을 그냥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부분.. 정말 남 일 같지 않더군요. 저희 아내도 오스트리아에서 어릴적부터 혼자 가서 15년을 살았는데 그곳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누가봐도 현지인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지만 늘 인종차별을 당해야했습니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내도 비자를 새로 갱신할 때 마다 곤욕을 치루곤 했답니다. 함께 영화를 보면서 정말 공감하더군요.

 

 

 

영화의 흐름과는 다소 안 어울렸던 월터의 사랑..

 

이런 심각한 분위기 속에 타렉의 어머니가 아들을 보러 왔다가 이민자 수용소에 갇힌 것을 알고 월터와 함께 지내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극의 흐름과는 안 어울리는 러브 라인이 형성됩니다. 바로 월터와 타렉의 어머니의 사랑이 진행되는데 뭐랄까... 결국 타렉은 시리아로 강제 추방이 되고 월터와 타렉의 어머니 역시 러브라인이 완성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될거였으면 타렉이 추방되기 전에 차라리 월터와 타렉의 어머니가 후딱 결혼을 해버리지 말이죠. ㅎㅎ 월터도 타렉을 맘에 들어하고 뭐 누이좋고 매부좋은 결과가 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혼이 그리 쉬운 것도 아니고.. ㅎㅎ 어쨋든 강제 추방을 당해버렸으니 타렉이 미국으로 올 가능성은 없어졌네요.

 

 

 

인생의 의미에 대해..

 

영화 <비지터> 는 우리에게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었습니다. 한 남자의 무미건조한 삶이 어떻게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음악의 힘에 대해 보여주었고, 이민자들의 고달픈 현실도 보여주었습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는 결론을 내지 않고 그렇게 끝이 나는데 아쉬우면서 애잔한 느낌으로 막을 내리더군요.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서 살아갈지에 대한 질문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남게 됩니다. 나는 현재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지금 일을 하는가? 나는 현재의 내 모습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한번씩 되뇌이면서 극장을 나오게 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