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용의자 X - 원작과 무엇이 바뀌어 만들어졌나?
용의자 X, 2012
미스터리 | 한국 | 119분 | 2012.10.18 개봉 | 방은진(감독), 류승범(석고), 이요원(화선), 조진웅(민범)
사랑이라는 이름 때문에
자신의 삶을 버린 남자.
<용의자 X>는 잘 알고 있는 것 처럼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2009년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용의자 X의 헌신>은 사실 원작의 느낌을 재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을 받으면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영화화하여 나온다니 궁금하기도 했지만 비교 대상이 있으니 약간의 부담감까지 따르는 개봉일겁니다. 워낙 좋은 배우들이 나오니 연기야 말할 필요 없겠지만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또 어떻게 우리나라 감성에 맞게 각색을 했을지 정말 궁금했던 <용의자 X>.
명불허전(名不虛傳)
명품 배우들의 명 연기
배우 류승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거칠고 반항적이지만 톡톡 튀는 매력을 마구 발산하는 배우였습니다. 여지껏 그가 연기했던 배역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거의 이 이미지를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그의 캐릭터가 된 것이죠.
그런데 <용의자 X>에서는 류승범의 그런 이미지를 단 한군데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나름 연기 변신으로 도전한 영화라고 볼 수 있겠네요. 가만히 있어도 튀는 그가 이 영화에서는 절제하고 또 절제하고 있었습니다. 연기도, 톤도,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조심스럽고 소심한 천재 수학자를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아쉽다면 바로 위의 장면인데... 나름의 긴장감을 조성하긴 했는데 그냥 맥 빠지는 장면으로 끝났던 장면과 이 부분만큼은 류승범의 연기가 좀 어색하더군요. ^^;
그리고 우리의 영원한 무휼 조진웅씨! 아~ 역시.. 정말 자연스럽고도 러프한 그의 연기는 정말 최곱니다. 무게감, 익살스러움, 진지함, 긴장감등 그가 표현하는 모든 감정들에 강한 흡입력이 느껴지니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이 됩니다. 어떻게 저렇게 익살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는지... 암튼 너무 좋아하는 배우!!
오랫만에 스크린에서 본 이요원씨는 아줌마라고는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더군요. 거슬리는 것이 없는 연기 좋았습니다. 다만 얼굴이 부은 모습이 좀 부자연스러워서.. ㅎㅎ
그리고 카메오 정도의 역할로 등장한 권혜효씨는 비중도 비중이지만 너무 역할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ㅎㅎ
<용의자 X의 헌신>에는 있고 <용의자 X> 에는 없는 인물
천재 물리학자 vs 동물적인 감각의 형사
왜 바뀌었을까?
일본의 <용의자 X의 헌신>과 한국의 <용의자 X> 의 가장 큰 다른점은 사건을 파헤치는 중심인물의 역할 변화입니다. 원작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천재 수학자와 은폐된 사건을 파헤치는 천재 물리학자 탐정의 대결구도라면 한국판에서는 천재 수학자 설정은 같지만 고등학교 동창이자 동물적인 감각을 통해 사건에 다가가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각색이 되면서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부분적으로 바꾼것인데 왜 원작에는 있는 천재 물리학자와 천재 수학자의 대립구도를 빼고 동물적인 직감에 의존하는 형사와의 대립구도를 만들었을까요? 정확한 이유는 감독님께 안물어봤으니 알길이 없지만 제가 생각하기로는 '정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일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극명하게 다릅니다. 이미지로 설명하자면 일본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이고 차분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한국은 저돌적이고 직관적이고 거칠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대게 이렇게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비슷한 천재끼리의 논리적 대결구도 보다 우리나라에서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천재 수학자와 직관적이고 동물적 감각에 의존하는 형사의 대결구도가 잘 먹히리라 판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위의 장면은 영화 속 가장 긴장감이 넘쳤던 장면으로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세 사람이 한데 모여 미묘한 감정과 표정을 숨기며 한 쪽은 어떻게든 들키지 않으려고 한 쪽은 어떻게든 단서를 잡으려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장면입니다. 저도 모르게 탄식이 나오더군요. ㅎㅎ '아~ 저기서 저걸 들키면 안되는데..' 하면서 말이죠. ^^
<용의자 X> 로 끝난 영화.. '헌신' 이 빠진 이유는?
<용의자 X>는 원작 소설과 영화가 일본에서 대히트를 친 작품입니다. 그런 영화를 한국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하여 제작했다면 당연히 엄청난 부담감도 있을 것이고 어떻게든 다른 무언가를 표현해야 했을겁니다. 원작에서 표현된 천재 수학자의 외모와 류승범은 참 많이 다르고 사건에 다가가는 대결구도 역시 많이 다르게 진행이 됩니다. 최대한 원작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다른 하나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그건 아마 성공이 확실한 작품을 가지고 얼마나 더 만들어볼 수 있겠느냐 라는 대중의 기대감과 함께 곧바로 전 작품들과 비교대상이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올겁니다.
일본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이 사건의 흐름과 이를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면, 한국 영화 <용의자 X>는 인물들의 감정 표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오히려 '헌신' 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 영화 제목에서 왜 빠졌는지 의아하긴 합니다.
어쨋든 저는 나름대로 괜챦게 봤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일단 좋았고 마지막 반전이라면 반전인 부분도 이 영화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올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