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김용우 콘서트 - "The 아리랑", 어울어짐의 한마당, 한소리
우리 소리에 이국적인 리듬을 접목시킨 퓨전 공연.
"The 아리랑"
우리나라 사람으로 태어나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시작하고 좋아하는 음악들을 들으면서 자랐지만 단 한번도 우리 소리에 관심을 갖어 본적이 없었습니다. 왠지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들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맞을 겁니다. 좋아하는 외국 뮤지션들의 음악을 찾아 듣고 연습을 하는데 시간을 쏟았지 우리 가락이나 우리 소리에 대해서는 좀처럼 관심을 기울이기가 힘들더군요.
하지만 저도 공연을 하고 조금씩 더 넓은 무대로 진출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자신만의 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아무리 알앤비나 재즈를 흑인처럼 한다는 말을 들어도 흑인만큼 할 수 없는 것은 그 뿌리가 다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제가 이제 와서 갑자기 창이나 소리 자체를 바꾼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선을 긋고 음악을 듣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서 발전을 한 것 같긴 합니다.
그동안 많은 공연들을 봐왔지만 한번도 국악 공연을 정식으로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김용우씨의 콘서트가 더 기대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정통 국악 리듬의 공연이 아니라는 점이 더 보고 싶은 욕구를 들게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뿌리를 지키면서 외적인 요소를 접목시킨 김용우의 "The 아리랑".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본 공연 중 단연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공연이였습니다.
스테이지팩토리 홀
동대입구역 1번 출구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 보면 색다른 느낌의 콘서트 홀이 나옵니다. 스테이지팩토리(구 웰컴씨어터). 오늘 이 곳에서 소리꾼 김용우의 "The 아리랑" 공연이 펼쳐집니다. 아직 명칭이 재대로 바뀌지 않았더군요.
여긴 건물도 멋스럽고 다 좋은데 정말 화장실은 최악입니다. 남자, 여자 모두 1인용 화장실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니 화장실 한번 쓰기가 너무 불편하더군요.
김용우씨는 확고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고 익히 들었는데 이런 소극장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이 약간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공연 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번 공연은 11월에 있을 일본 전국 투어에 앞서 한국의 팬들에게 선보이는 출사표 같은 것이였습니다. 일본 가서 멋진 공연하고 오겠노라는~ 그래서 신곡을 선보이는 자리는 아니였구요. 기존의 곡들을 재해석해서 일본에서 이런 식으로 공연할겁니다. 라는 것을 미리 보여주는 무대였습니다. 하지만 무대가 소극장이라 본인도 아쉬우셨는지 공연 내내 "공연장이 좀 컸으면.." 하는 멘트를 자주 하시더군요. ㅎㅎ 다음에는 더 큰 무대에서 뵙길~^^
보시는 것처럼 아담한 무대 셋팅과 독특한 관객석을 가진 공연장입니다. 구조가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공연장은 아니고 연극 무대로 활용이 되었던 공간인 것 같습니다. 어쨋든 이제 공연 시작합니다. ^^
관객과 하나 됨을 중시했던 김용우의 "The 아리랑"
<< 본 사진은 정식 공연이 끝난 후 앵콜 공연 때 모습을 찍은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어울어짐의 공연>>
약 1시간 반 정도의 공연을 쉼없이 달려왔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 뭐랄까 흐뭇함 같은 것이 입가에 번져 공연장을 나선 후에도 계속 이어지더군요. 재즈 공연이나 다른 일반 공연을 봤을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흥겹고 함께 어울어지는 공연의 느낌이 신선했다고 할까요? 물론 다른 공연들도 관객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김용우씨의 공연에는 다른 공연과는 약간의 차별화된 무엇이 있었습니다. 그 무엇은 바로 '연륜과 친근함' 이였습니다.
연륜과 친근감으로 관객을 하나로 묶다.
공연을 하는 사람으로 공연을 할 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정말 많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쇼케이스 성격이 아닌 정식 공연이라면 내가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가진 것을 관객과 나누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레퍼토리의 구성이나 이벤트 요소, 무대 분위기등 다양한 것들을 신경써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결국 준비를 통해 어떤 공연에서나 갖춰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김용우씨의 공연이 다른 공연과 달랐다면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닌 연륜에서 나오는 안정감과 친근감이라고 하겠습니다.
똑같은 멘트를 쳐도 고급스럽게 들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왜 저런 멘트를 하나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건 목소리 톤, 그 사람의 이미지, 당시의 분위기등에 의해 좌우되는데 김용우씨의 경우 목소리의 톤은 마치 아나운서 같이 안정적이고 정확했고 반듯한 인상도 고급스러운 멘트를 뒷받침해주는데 한 몫을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당시의 분위기인데... 여기서 '참 배울 점이 많구나' 하는 생각과 '정말 다양하고 많은 공연들을 소화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난감할 수 있는 관객의 돌발 행동이나 말들을 물 흐르듯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 넘기더군요. 왠만한 무대 경험과 배짱이 아니면 그런 매너는 쉽게 몸에 베이지 않는데 몇번씩 나왔던 돌발 상황들을 마치 무대의 한 부분처럼 흡수하여 끌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노래도 노래지만 정말 많은 부분에서 공부가 되는 공연이였습니다.
세션들의 연주도 정말 훌륭했습니다. 많이 맞춰본 팀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건반과 해금 연주자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기타와 베이스 치시는 분들도 너무 좋았구요. 드럼 치는 분은 함께 오랫동안 맞춰 본 것 같진 않더군요. 어쨋든 합주가 아니라 연주가 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 자체가 각자가 어느정도 이상의 실력을 갖춘 밴드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별 게스트로 깜짝 출연했던 장새납 연주자 이영훈씨의 연주도 너무 좋았습니다. 합주할 때는 그 빛이 좀 가렸지만 자신의 연주를 할 때는 정말 흡입력이 있는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다양한 시도와 흥겨운 우리 가락에 취하여...
김용우의 "The 아리랑" 공연이 정말 좋았다고 말하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리 소리와 서양의 연주 스타일을 접목하여 보여준 공연 중 가장 자연스러운 공연이였다는 점을 가장 먼저 꼽고 싶습니다. 이런 시도들은 예전부터 시행되어 왔는데 만족스러웠던 공연을 머릿속에서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워낙 우리 가락과 서양의 리듬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어울어 연주된다는 것 자체가 실험적이면서도 흥미로운 것이지요. 하지만 이번 공연만큼 서로가 잘 어울어진 공연은 못봤던 것 같습니다. 연주자들의 실력도 좋았고 팀웍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리랑" 하면 바로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바로 이 아리랑을 "본조 아리랑" 이라고 하더군요. 두번의 앤딩 무대에서 마지막 앵콜 곡으로 연주되었던 아리랑을 끝으로 흥겹고 미소가 번지는 소리꾼 김용우의 "The 아리랑" 공연은 끝이 났습니다. 11월의 일본 투어 무사히 성공적으로 잘 마치시고 한국에서 다시 뵙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