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ulture

[영화] 헨리스 크라임 -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

voice_recipe 2013. 2. 7. 11:17
 

헨리스 크라임  Henry's Crime, 2010

 

 

멜로/애정/로맨스, 범죄 | 미국 | 108분 | 2013.01.31 개봉 | 말콤 벤빌(감독) | 키아누 리브스(헨리 톤 역), 베라 파미가(줄리 이바노바 역), 제임스 칸(맥스 샐츠먼 역)

 

이렇게 아무것도 남지 않는 영화!!

오랫만이다.

 

한 때 그 이름만으로도 영화의 내용이나 장르에 상관없이 흥행이 될 정도로 유명했던 배우 '키아누 리브스' 이국적인 외모와 실제와는 다르게(?)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으로 뭇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그의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이 실로 오랫만이였습니다. 매트릭스 이후 이렇다할 두각을 보이지 못했지만 네오라는 캐릭터 하나로도 꽤 오랜 시간 그의 이미지는 확고했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스크린을 통해서 만나게 된 그의 영화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이 영화 뭐지??

 

 

적막이 흐르는 스크린 속에 등장하는 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은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외모도 많이 달라보였지만 무엇보다 그를 생각하면 느껴졌던 유약해보이지만 강인함이 숨어있던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영화 속 인물의 캐릭터 설정이니 당연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캐릭터를 잘 잡은 것입니다.

 

그는 삶의 의미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 헨리를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일하는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친구들에게서도 어느 곳에서도 재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썼지만 아무런 변명조차 하지 못하고 감옥에 들어가 3년을 보내고 나오는 이 남자.. 그것은 친구들에 대한 의리도 아니였고 남자의 지조도 아니였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 헨리의 모습이였습니다.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것이였죠. 아내가 있었는데도 말이죠.

 

 

감옥 씬에서 무언가 기대했습니다. 어쨋든 억울하게 들어온 감옥이고 감옥이라는 곳은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죠. 영화 포스터에서 말한 반전이 있었다면 아마 이 부분일까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런 인물간의 설정도 없이 그냥 빠르게 3년이 흘러갑니다. 심지어 범죄를 공모하게 되는 맥스와의 관계도 그렇게 유대가 깊어보이는지도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는지도 보여주지 않고 빠르게 그냥 흘러갑니다.
헨리가 범죄를 꾸미게 되는 중요한 이유가 뭘지 더 궁금해집니다.

 

감독은 무슨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나?

 

 

이렇게 영화 리뷰를 쓰면서 할 말이 없는 영화도 드물겁니다. 키아누 리브스라는 배우의 네임벨류에 맞지 않게 적은 극장과 온갖 혹평이 쏟아졌던 외국의 리뷰들을 보면서 얼마나 영화가 형편없으면 이럴까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온 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길지 않은 런닝타임이였지만 2시간이 넘는듯 길게만 느껴졌습니다. 감독은 도대체 이 영화를 무슨 생각으로 만든걸까요?

 

영화 속에 연결고리는 너무나도 터무니 없습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는 것도 아니고 유대가 깊은 사이도 아니고 서로가 서로를 알아 갈만한 제스쳐도 거의 없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헨리가 은행을 털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동기조차도 아무 의미없이 비춰집니다. 죄를 짓지 않았는데 형을 살고 나왔으니 죄를 지어야겠다?? 이 무슨 개똥철학인지.. 헨리를 도와주기 위해 감옥을 나온 맥스 역시 헨리의 단 한번의 권유에 평생을 집처럼 편하게 지내던 감옥을 나옵니다. 매번 나올 수도 있었는데 스스로가 감옥이 좋다며 나오기를 거부했던 그가 말이죠. 그런데도 거기에는 대단한 이유도 없었고 그냥 헨리가 도와달라고 말하기 위해 한번 왔을 뿐입니다.

 

영화는 내내 이런 식입니다. 아무 연결고리도 의미도 계획도 없이 그냥 흘러가 마치 모두에게 해피엔딩인 마냥 끝이 납니다. 헨리는 사랑을 얻고 맥스는 어마어마한 돈을 얻고 말이죠. 그럼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무엇을 얻었을까요? 영화를 이끌어가는 배우의 힘도 반전이 있는 스토리도 아무것도 없는 영화에서 제가 가지고 나온 것은 '아.. 이래서 이 영화가 조용히 막을 내렸구나.' 였습니다.

 

단 하나 감독의 어떤 의도가 들어있다고 생각이 되어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바로 헨리가 걸어가는 방향입니다. 영화 속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것은 희망을 나타내는데 헨리는 영화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왼쪽에서 오른쪽을 향하여 걸아갑니다. 자신의 지루한 삶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감독의 의도라고 보고 싶습니다. ㅎㅎ 

 

배우가 어떤 영화를 만나는가는 정말 중요합니다. 그 작품 하나로 대스타가 되기도 하지만 그 영화를 시작으로 점점 별볼일 없어지는구나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로 키아누 리브스가 시들어가는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ㅎㅎ
배우들의 연기가 아까운 영화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별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