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웃는 남자(L'Homme qui rit) - 고전의 미학이 담김 걸작. 모순이 공존하는 시대상을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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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최고의 걸작
걸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전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보면 작가의 시대를 뛰어 넘는 상상력과 풍부한 지식 그리고 누구도 생각지 못한 주제를 가지고 거기에 맞는 캐릭터를 살려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작품들을 사랑하고 그것에 열광하며 오랫동안 음미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작품과 작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거죠.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빅토르 위고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작품 <레미제라블>과 <노트르 담드 파리>의 저자이자 가장 유명한 프랑스의 작가가 아닐까 합니다. 이 두 작품은 책으로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뮤지컬이나 영화로 이미 만나봤을 겁니다. 세계 5대 뮤지컬 안에 들 정도로 그의 작품성과 시대를 뛰어넘는 문체는 많은 대중들로 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 중 이제야 대중에게 알려지려하는 작품 <웃는남자>가 있습니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이 깊은 작품이며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이 문제적 소설 역시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졌으나 아직 다른 작품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올해 <웃는남자>가 영화로 우리나라에도 개봉이 되고 뮤지컬 역시 곧 공연이 된다고 합니다. 이미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을 받은 두 작품에 이어 트리플 크라운을 완성 지을 수 있을까요? 문제의 <웃는남자> 입니다.
<웃는남자>를 받았는데 원래 표지가 아니라 곧 개봉 될 영화 포스터 커버에 쌓여 도착했습니다. 영화와 책이 함께 나올 때 이런식으로 광고를 하긴 하지만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이런식으로 광고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뭐 어쨌든.. 이 표지도 원래 포스터가 너무 끔찍하다는 판정을 받아 순화(?)된 버젼이긴 합니다. 뭐 그정도로 징그럽진 않던데.. 아무튼 잡설은 그만하고!
"66장을 넘어가야 한다."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웃는남자>의 첫 페이지를 넘겨 읽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책의 경우 처음 책을 잡는 순간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겪어봤기 때문에 사실 이 책에 대한 몰입도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아 들을 수가 없을 정도로 난해하고 생소한 단어들이 첫장부터 쏟아져나옵니다. 무엇을 말하는건지 한 두번 읽어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어렵습니다. 1 페이지를 넘기는데만 저는 이틀이 걸렸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오래 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이라는 것을 꾸준히 읽기 시작한게 이제 1년 정도 되어가는 저에게, 게다가 고전 소설을 처음 읽어보는 저에게 <웃는남자>의 서두는 정말 너무 생소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 말이 아마 가장 정확하게 저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 장을 넘기지 못해 계속 책을 덮었다가 이게 무슨 의미일지 책장이 뚫어져라 쳐다도 봤다가를 반복하다가 묘하게도 책 커버의 <웃는남자>가 저를 쳐다보네요. '그래.. 일단 여기서 시간 잡아먹지 말고 이해가 안가더라도 일단 읽어보자. 읽다보면 뭔가 이해가 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봤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그냥 읽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주석보기에 바빴지만 이후에는 주석은 보지 않고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읽었습니다.
66장입니다. 이 책을 놓치지 않으려면 그 66장을 넘어가야 합니다. ㅎㅎ 무슨 말인지는 책을 보시면 알게 됩니다. 그러니 제발 포기하지 마시고 1장부터 66장까지 이해하려 하지 마시고 그냥 흐름을 본다 생각하시고 편하게 읽으세요.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 후부터 시작되니까요. 그리고 앞의 66장까지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는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알게 됩니다. ^^
무섭도록 현실적인 이야기. 날카로운 시대상을 반영하다
<웃는남자>는 중세시대 영국 귀족 사회의 추악한 모습과 실제로 존재했던 어린이 인신매매 조직인 '콤프라치코스' 를 아주 상세히 그리고 날카롭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처음에 내용도 모른체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는 단순한 흥미와 호기심으로 소설 <웃는남자>를 대했던 저의 무지를 일깨워 주려는듯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것인지 애매할 정도로 소설은 무겁고 철학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나면 이 책의 제목인 <웃는남자>가 단순히 주인공인 그윈플레인의 외형을 따서 지은 것이 아니라 모순 투성이였던 당시 시대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제목으로 보입니다. 어린아이를 납치하여 기괴한 모습으로 바꾸고 인간이 인간으로써 도저히 저지를 수 없는 극악무도한 행동들을 유행처럼 행하던 시대, 그 중심에 있는 무질서한 사회와 타락한 귀족사회의 모습, 자신의 본 모습은 사라진채 광대처럼 늘 웃고 있는 모습으로 지낼 수 밖에 없는 주인공 그윈플레인에게는 사라진 이름대신 <웃는남자> 라는 호칭이 붙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데아와의 사랑과 자신의 기괴한 모습까지 인정해주고 있다고 착각하며 여공작을 따라가 신분상승을 꿈꾸는 그윈플레인(사실 그윈플레인은 귀족의 자손이였지만 아버지가 반역죄인으로 처형을 당하면서 그 역시 이런 기구한 운명에 놓이게 됩니다. 탈고 당시 빅토르 위고가 생각하고 있던 책의 제목은 '국왕의 명령으로 Par ordre du roi' 였다고 합니다.)의 모습. 결국 비극으로 끝나는 이 소설은 한 편의 거대한 파도처럼 잠잠했다가 한꺼번에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갑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빅토르 위고의 연보가 적혀져 있는데 이를 보는 것 또한 상당한 즐거움입니다. 정말 화려한(?) 분이셨더군요. ㅎㅎ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사서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