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ulture

정말 폭발(?)하게 만들었던 뮤지컬 <6시 퇴근>

voice_recipe 2012. 2. 3. 01:31



작년부터 시작된 영화, 연극, 뮤지컬등의 꾸주한 문화 생활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들 가운데 가장 큰 즐거움이자 공연 욕구와 배움에 대한 갈증을 어느정도 해소시켜주는 내 삶의 윤활제 같은 역할을 했다. 또 결혼하면서 와이프와 함께 자주 이런 문화 생활을 즐길 줄 아는 남편이 되자고 결심을 했었고, 적어도 지금까지 한달에 5~6회 정도는 꾸준히 봐왔다. 그때마다 너무 즐겁고 행복한 공연들을 봐왔음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즐거워하는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도 더 많이 이런 문화 생활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하곤한다.

오늘 어떻게 보면 여지껏 느꼈던 즐거움의 의미가 살짝 달라지게 된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뭐라 설명을 해야할까? 이렇게 설명하는게 가장 맞을 것 같다. 오늘 우리 부부는 "이상한 나라의 폴과 니나" 가 된 기분이였다... 미리 말해두지만 오늘 우리가 본 뮤지컬은 서스팬스 수사극이 아니라 그냥 밴드 뮤지컬이였다. 그런데 느낌은.... 그냥 정말 이상한 나라에 다녀온 느낌이다.. 오늘 리뷰는 공연에 대한 내용보다 그 이상한 나라에서 돌아온 폴과 니나의 이야기다.

2월을 시작하는 첫 뮤지컬.. 이였다..


오늘은 미즈에서 당첨이 되어 대학로 스타시티에서 현재 공연 중인 밴드 뮤지컬 <6시 퇴근> 을 보러 왔다. 밴드 뮤지컬 공연은 <오디션> 을 봤었는데 그때 참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 이번 작품도 상당히 기대가 컸다. 또 웹상의 리뷰도 전부 칭찬 일색이였기 때문에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정말 추웠던 오늘 아내와 기쁜 마음으로 나왔다.


약간 늦게 공연장에 도착했는데 밑에 내려와 보니 전에 공연을 보러 왔었던 곳이였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때 기억에 공연장이 크지 않았던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밴드 공연을 하려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운드가 재대로 나지 않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늦게 왔음에도 자리가 가장 좋은 자리여서 기쁜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팜플렛에 있는 공연에 대한 소개와 오늘 공연 배우들을 살펴 봤다. 6시 퇴근의 배경이 영업 회사의 직원들이라 그런지 팀 이름을 영업 1팀과 2팀으로 나누어 놨다. 오늘 공연을 할 팀은 영업 2팀의 배우들이였다.
영업 1팀의 멤버들은 네바다라는 밴드 활동을 하는 멤버들이 추측을 이루고 있고, 또 음악 감독까지 맡고 있어 호흡면에서는 1팀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되어지지만 영업 2팀의 멤버들도 밴드 활동을 하는 멤버들이 있으니 기대해 본다.


역시 무대는 라이브를 펼치기에는 작은 감이 있었다. 악기 셋팅을 언제하나 했는데 극이 시작되고 보니 뒤에 숨어 있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그 전에 마음을 좀 정리해야겠다. ㅎㅎ

이상한 나라에 온 폴과 니나.. 탈출하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연 중간에 자의로 공연장을 나오게 만든 첫 공연이였다. 그것도 도저히 볼 수 없어서 벗어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결국 탈출하고 말았다. 그래.. 탈출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런 시간들이였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왠만한 공연에서는 절대 공연장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와이프도 마찬가지였고, 우리 말고도 다른 한 커플이 우리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그 이후에 또 다른 커플들이 떠났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우리는 빨리 떠나고 싶었고, 더이상 공연을 보고 싶지 않았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

이런 말 하는게 상당히 무례인걸 안다. 공연 연출자에게도, 배우에게도.. 어쨋거나 그들은 공연물 하나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을테고,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나도 공연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혹독하게, 혹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오늘 받은 정말 희귀하고도 좋지 않은 감정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공연 시작 전 오프닝을 알리는 바람잡이 역할은 공연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관객의 집중력과 호기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말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오늘 바람잡이 역할은 극중에서 윤지석 과장역을 맡았던 신승억이라는 분이 이끌었는데 시선 처리가 그렇게 이상한 배우는 처음이였다. 관객을 쳐다보긴 하는 것 같은데 마치 먼 산을 쳐다보는 것처럼 초점이 없는 시선을 여기 저기 뿌리면서 이런 저런 설명들을 하고 있었다. 정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바람잡이로써는 좀 더 능글맞고 관객과 친밀도가 강하게 느껴지는 캐릭터가 했어야했다. 이분은 능글맞긴했다. 하지만 배우로써 시선 처리는 빵점을 주고 싶다. 극중 연기를 할때도 여전히 그랬다. 고정되지 못하는 시선은 관객의 집중력을 흐리게 한다.
그런데 희안하게 우리를 제외한 관객들은 엄청난 호응을 보인다. 처음부터 주저하는 것도 없다. 오늘 관객들 반응 진짜 좋겠구나 생각했다.
 
오프닝이 시작되고 출연 배우들이 나와 앙상블을 이룬다. 응? 뭐지.. 이 엉성하고 맞지 않는 앙상블은? 일단 사운드를 좋게 잡는건 힘들다고 하지만 배우들의 동작 하나 하나가 너무 엉성했다. 어떤 배우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어떤 배우는 대충 대충 동작을 하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 그런데 또 웃긴건... 또 한번의 엄청난 호응과 귀에 거슬릴 정도로 과도한 리액션과 웃음 소리.. 배우들의 친인척들이 단체로 왔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일단 넘어가자.

극은 진동 제과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회사 UCC 제작을 위해 밴드를 결성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로 진행이 되는데 극이 진행 되는 동안 앞서 거슬렸던 부분들이 점점 부각이 되어 갔다. 배우들의 연기는 마치 중학교 학예회 수준이였고, 밴드의 라이브는 실력은 둘째치고 너무 시끄러워서 귀를 틀어 막고 싶을 정도였다. 이게 사운드 체킹을 한건지 무대 리허설을 한건지 의심이 들 정도로 시끄럽고 전혀 밸런스가 잡혀 있지 않은체로 그냥 마구 품어대는 모든 악기들과 보컬.. 아.. 정말 악몽 같이 힘든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건 관객들이였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로 웃어대는 맨 앞에 여자분들과 웃기는 장면도 아닌데 그냥 쉴새 없이 웃어대는 관객들, 그리고 이미 무슨 장면인지 안다는듯 대답하는 관객들.. 이게 뭐지? 정말 이게 뭐지?? 다 친인척인거야? 아니면 이 뮤지컬이 너무 인기가 좋아서 몇번씩 보고 또 본 사람들이 오늘 또 온거야??
관객의 리액션은 좋은 공연을 만드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공연을 하는 사람으로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리액션과 상황에 맞지 않는 관객들의 반응은 공연의 흐름을 끊을 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다른 관객들에게 피해를 준다. 오늘의 관객들은 그런 면에서 정말 빵점이였고, 그게 아니라면 모두 관계자들일꺼란 생각이 들정도로 이상했다. 너무나 과도하게 계속 웃어대는 사람, 다음에 무슨 장면이 나오는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 계속 해서 뒤를 돌아보며 무슨 반응을 살피듯 나와 눈이 마주쳤던 아주머니.. 정말 내 평생에 공연을 할때, 혹은 내가 공연을 보고 있을때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관객들과 우리 부부는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 마치 우리 둘만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 같은 분위기가 너무 적응이 안되고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때 마침 무대에 불이 살짝 꺼지면서 한 템포 쉬어가는 듯한 분위기, 앞쪽에 앉아 있던 커플 한쌍이 자리를 떠났다. 우리와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임에 틀림 없었다. 그들도 너무 힘들었나보다. 그것도 맨 앞에서 스피커에서 나오는 그 시끄러운 소리를 온몸으로 받아가며 있을 수 없었겠지. 우리 부부도 함께 자리를 일어났다. 난 처음으로 와이프가 공연 중에 떠나고 싶다는 말을 하는걸 듣게 되었다. 
 
상식적이지 못했던 오늘의 공연...

힘들었다. 밖에 나와 차가운 공기를 맞으니 이때만큼은 오늘의 추운 공기가 감사하더라. 와이프와 함께 나와서 둘이 똑같이 한 말. "우리 이상한 나라에 있다 나온거 같아."

정말 그랬다.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없는 행동을 하는 관객들의 분위기와 음악을 듣기에는 너무 시끄러운 사운드, 보컬의 역량은 너무 많이 모자랐고.. 연기들도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바로 지난주에 그놈을 잡아라 라는 연극을 봤는데 그때문이였을까? 너무나도 심하게 비교가 되는 연기... 정말 그놈을 잡아라 리뷰를 하면서 마찬가지로 여러 아쉬운 점들을 적었지만 배우들의 연기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오늘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밴드 뮤지컬은 독이 든 성배와 같다. 뮤지컬에서 빠질 수 없는 라이브 요소를 배우들이 직접 연주한다는 건 관객들에게 엄청난 기대를 갖게 함과 동시에 기대에 못미쳤을때 배우들에게 가져다줄 데미지 또한 크다. 비슷한 뮤지컬로 오디션을 보면 그때도 사운드가 너무 컸지만 적당한 크기의 공연장과 배우들의 연주와 노래가 좋았다. 주구장창 시끄럽게 때려대면 스트레스를 풀러 갔다가 스트레스만 받고 돌아오게 된다. 오늘의 6시 퇴근은 우리 부부에게 스트레스만 주었다. 인터넷에 리뷰를 훓어 보았다. 칭찬 일색의 리뷰들.. 여기서도 우리는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폴과 니나가 된 기분이였다.
심하게 이야기해서 무엇이 좋았던 걸까? 혹시 공연장이 달랐고, 배우들이 다르면 이 뮤지컬이 좋게 다가왔을까? 중간에 탈출하듯 나와서 끝까지 보진 못했지만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 뻔한 스토리.. 밴드를 결성하게 된 동기도 엉성하고.. 직장인들의 애환과 소망들을 느끼게 해주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했던 연기와 집중을 방해하는 이상한 관객 몇명들..
정말 이런 공연은 처음이였다. 이런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봤다는 것 자체도 이상하다. 정말 좀처럼 만나기 힘든 방청객 스타일의 관객들.. ㅎㅎ 리액션이 좋은 것과 과한것은 정말 종이한장 차이 인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너무 큰 차이가 나더라. 웃음은 웃음을 주는 포인트에서 터져야 같이 웃을 수 있는 것이지 전혀 웃기지도 않은 상황에서 혼자 크게 웃는 건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관게자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분명 계속 공연이 되고 있다는건 이 뮤지컬에 흥행 요소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오늘 내가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미쳐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묻고 싶다. 오늘 나와 같은 자리에서 공연을 본 관객들에게.. 어떠했냐고..
우리 부부와 함께 자리를 떠났던 그 커플들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