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ulture

진정한 창작 뮤지컬이란 이런 것이다! 뮤지컬 <두근두근>

voice_recipe 2012. 2. 4. 21:19


작년부터 거의 한달에 적게는 5~6번씩 계속 공연, 영화, 뮤지컬, 연극등의 문화 생활을 와이프와 함께 하고 있다. 우리 부부가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 공연이야 당연히 함께 여러 공연을 보는 것이고, 다른 연극이나 뮤지컬등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문화 생활의 하나로 즐겁게 찾아 다니며 보고 있다. 초청이 되어 가기도 하고, 이벤트에 당첨이 되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공연 문화를 즐기고 있는데, 어떨때는 이런 공연은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 공연도 많지만 또 어떤 공연은 초대권을 받고 왔는데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공연도 있었다.
이게 참 같은 공연이라도 그 날 어떤 배우들이 나오느냐가 공연의 질을 좌지우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리 극본이 좋고 연출이 좋아도 정말 배우들의 연기나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 다시한번 절실히 깨닫고 있다.
3일 연속으로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보면서 3번의 공연 모두 색깔이 확연히 다른 공연들이였는데, 오늘 본 창작 뮤지컬 <두근두근>은 여지껏 본 뮤지컬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작품 중에 하나라고 하겠다. 대학로 극장에 이런 공연들이 더 많이 공연되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된 작품 창작 뮤지컬 <두근두근>

3일 연속 대학로에 가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오늘 주말은 너무나도 좋은 날씨를 허락했다. 이런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냥 손을 빼고 걸어도 기분 좋은 날씨~ 오후 4시 공연을 보기 위해 3일 연속 대학로로 향하는 우리 부부 ^^
하지만 오늘도 약간 늦게 출발해서 여유 시간은 없었다. ㅎㅎ 우리 부부 공연 전통은 일찍 대학로 가서 24시 짬뽕 먹고 공연 보고 끝나면 크리스피 도넛 가서 커피와 오리지널 도넛을 먹고 돌아오는건데 요즘 날씨가 너무 춥다 보니 일찍 안나가게 되고 시간에 딱 맞춰 나가게 되더라는.


다행히 버스 정류장에서 많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노을 극장에 정시에 도착! 거의 시작할때쯤 표를 받고 들어갔다. 이미 무대 안은 사람으로 만원이였고, 자리가 없어 의자를 더 가져다 놔야할 지경이였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오기 전에 어떤 리뷰들이 올라왔을지 궁금해서 찾아 봤는데 어제 초연이였고, 오늘이 두번째 공연인 새내기 작품이였다. 대충 리뷰를 보니 무언극이였고, 내용은 좋았는데 잦은 실수들이 아쉽다는 내용을 봤다. 무언극이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게 될지 살짝 궁금했다.

몸으로 표현하는 언어.. 그리고 소리..


소극장이여서 무대가 좁았다. 뮤지컬인데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무언극이라는 생각에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특이하게도 두근두근은 바람잡이가 등장하지 않았다. 보통 박수 유도 및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바람잡이가 나와서 시간을 약간 끄는데 이 뮤지컬은 관객이 차고 아무 말도 없이 무대 위로 한 남자가 걸어나가면서 그냥 시작이 되었다. 그것도 아무 말도 없이 표정과 눈빛으로만 연기를 하면서 시작된다.

무대 위에 한 남자.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약간은 모자라 보이는 남자. 그리고 한 여자. 썬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츄리닝을 입고 있는 여자, 덩치가 크고 딱 봐도 멀티맨을 할 것 같은 남자. 이 세명이 한 무대에서 대사를 주고 받지 않고 오로지 몸짓과 표정과 의성어로만 한시간짜리 뮤지컬을 만들어간다. 아! 멀티맨은 싱어로 노래를 한다. 재밌는 멘트를 하면서 가볍게 공연의 시작을 다시 한번 알린다.

" 저는 이 공연에서 싱어를 맡고 있습니다. 싱어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죠.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관객들은 그 말에 웃으면서 이 무언극을 호기심 있게 지켜본다. 60분의 런닝 타임으로 어떻게 보면 상당히 짧은 뮤지컬인데 대사 없이 몸짓과 표정으로만 표현 되어지는 이 공연의 특성상 딱 알맞는 런닝 타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은?? 정말 이런 창작 뮤지컬을 기다렸다. 이런 공연을 보고 싶었다. 대학로에서 현재도 공연되어지는 수많은 공연들 가운데 빛이 나는 공연이였다. 오늘이 두번째 공연이라는게 기뻤다. 앞으로 이 공연이 장기 공연이 될테니 나는 그 공연의 시작을 함께 본 것이 아닌가 말이다.
외로운 남자역과 여자 주인공은 무용을 전공한 사람들 같았다. 남자분은 신발을 보고 알았고, 여자 주인공은 스텝을 보고 알았는데 역시나 극이 진행되면서 두 사람의 전공이 빛을 내는 공연이였다. 표정 연기도 너무 좋았고, 무용을 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손짓이나 동작의 표현이 상당히 깔끔하고 절도가 있으면서도 가벼웠다.
남자 주인공은 평소에는 약간 덜떨어진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벙해 보이다가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안무에서는 180도 변한다. 안무뿐만 아니라 표정 연기 아주 좋았다. 대사라고는 의태어로 "두근두근", "긁적긁적", "슬쩍슬쩍" 등의 상태만 나타내는 단어들만 있을뿐이다. 여자 주인공 역시 무용을 전공한 사람인듯한 스텝. 어떤 대사도 필요없었다. 여자 주인공이 우산을 들고 걸어갈때나 옆으로 나올때 그 스텝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말 놀라웠다. 어떻게 저런 표현을 할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마 무용을 하던 사람들이라 그냥 이렇게 걸으면 되지 않을까 하고 보여줬는데 그냥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 같았다. 정말 인상 깊었다. 멀티맨 역시 톡톡히 한 몫을 다했는데, 이 공연이 뮤지컬이라는 점을 상기 시켜주듯 중요한 테마의 노래들을 혼자 다 불렀다. 다른 뮤지컬과 다르게 이 멀티맨은 성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였다. 발성 자체가 그냥 실용음악으로 팝이나 가요를 주로 부른 사람의 노래였다. 하지만 이 공연과 정말 잘 어울렸다. 특히 남자 주인공과 싸우는 장면은 정말 기발하면서 재밌었다. 하긴, 멀티맨은 등장부터 웃겼지만 ㅎㅎ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역시나 사운드.. 이건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는 어떻게 해결이 안되는 문제인가? 사운드는 그렇다치지만 배우들의 소리가 가려질 정도로 사운드를 크게 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공연은 두번째라 이런 문제점들이 빨리 개선되어 다른 공연들 처럼 엠알에 배우의 소리가 가려지는 어쳐구니 없는 상황이 없었으면 좋겠다. 특히 이 공연은 대사가 없고, 의태어가 살짝 살짝 나오는 수준이라 사운드가 특히 작아야한다. 배우들이 대사 없이 표정 연기를 하는데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꼭 사전 리허설때 체크했으면 좋겠다.
또 이 공연은 특이하게 바람잡이가 없었는데 그것까진 좋은데 마지막에 배우들이 재대로 인사를 안하고 끝나서 뭔가 뒷간에 갔다가 덜 딱고 나온 느낌이랄까? 관객들은 배우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고, 포토 타임이나 그런 시간을 갖고 싶은데 배우들은 그냥 공연의 끝을 알리고 잠깐의 박수를 받고 그대로 무대에서 사라져버린다. 실제로 이날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이게 정말 끝인가? 배우들 안나오나? 하며 살짝 당황해 하더라는.. 포토 타임은 아니여도 확실하게 무대 인사로 끝맺음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 이런 공연을 기다렸다!


오랫만에 공연이 끝난 후에 입가에 웃음 한가득과 정말 이 공연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프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였다. 어제 <죽여주는 이야기2>도 배우들의 열연이 좋았는데 오늘은 정말 몸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창작 뮤지컬에 즐거움이 더했다. 오늘 날씨만큼이나 기분이 상쾌했다.


끝나고 출출함을 덜기 위해 라멘을 먹었다. ㅎㅎ 우리 부부의 전통은 크리스피에서 커피 한잔과 도넛인데 저녁 시간도 다되고해서 라멘으로!! 암튼 오늘은 정말 풍성한 공연을 봐서 아주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이 창작 뮤지컬은 정말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다. 돈키호테 이후로 이렇게 즐겁고 기분 좋은 공연을 보게 되어 기쁘다.

아! 오늘 출연진들을 알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특별히 출연진까지 밝히자면.. (앞에 언급했듯이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똑같은 공연도 감동이 다르기 때문에.. 물론 다른 배우들의 공연을 보지 못했지만 오늘 출연진들 최고!!)

외로운 남자 역에 전정관씨, 실연녀 역에 이지현씨, 멀티맨 역에 안재욱씨였습니다. 로테이션으로 배우들이 바뀌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오늘 팀의 공연은 정말 최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