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ulture
파격적인 연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보이스레시피
2012. 3. 2. 01:43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 극작가 이자 세기의 연인 마릴린 먼로의 남편이였던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세계 문학의 고전중 하나로 1947년 발표된 후로 지금까지도 읽혀지고 영화화 되고 연극화 되어지는 작품으로 퓰리처상, 토니상, 뉴욕 극 비평가상등을 수상한 작품이다.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세일즈맨의 죽음>을 연극 무대에서 만날 기회가 생겼다..
Death of a salesman...
" 그래, 젠장, 인생은 짧고 그저 한 두 마디의 농담거리일 뿐이지."
더 이상 뉴욕 본사에서는 자리를 얻을 수 없게 된 63세 세일즈맨 윌리 로먼은 오늘도 장거리 출장을 나갔다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밤 늦게 귀가한다. 오랜만에 두 아들, 특히 외지를 떠돌던 큰아들 비프가 집에 와 있지만, 부자는 사소한 언쟁을 벌일 뿐이다. 다음 날, 힘겨운 하루를 마감한 그는 최근 들어 곧잘 꿈꾸었던 대로 자동차를 과속으로 몰아 파국으로 내달린다.
윌리의 흥망성쇠는 미국의 경제, 특히 1930년대 대공항과 맞물려 있고, 2012년 현재의 우리 아버지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극단 성북동 비둘기..
오늘의 연극이 펼쳐지는 곳은 성북동. 극단 성북동 비둘기라는 곳이다. 연극 무대가 대학로에 밀집해 있는데 성북동에 자리잡고 있는 성북동 비둘기라는 곳은 처음 가본다. 집에서 극단 앞까지 가는 버스가 있어 한번에 잘 왔다.
연극 시작 30분 전에 도착하여 둘어본 극단 성북동 비둘기의 둥지는 다소 무대가 있을 법한 외형이 아니여서 놀랐다. 그냥 낮은 건물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고 상당히 허름한 모습이 묘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사실 이날이 초연하는 날이였는데 공연 시간 전달이 잘못되어 2시간 정도를 기다렸다. 먼저 왔었던 몇몇 커플들은 2시간 후에 보이지 않던데 아마 그냥 간듯 싶다. 나와 와이프는 꼭 보고 싶었기 때문에 성북동을 거닐면서 시간도 보냈다.
파격적인 연출로 다시 태어난 세일즈맨의 죽음 + 이진성.
2시간의 기다림 끝에 입장을 했는데 시작 부터 범상치 않다. 컴컴한 지하로 안내되고 아무런 불빛도 비춰지지 않은 곳에 한 남자가 후레쉬로 자리를 안내하고 있었다.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 냄새가 나고 약간 서늘한 기운과 함께 무대 중앙에 놓여진 런닝 머신 기계와 마이크 스탠드 그리고 조명... 그 무대를 기준으로 양쪽으로 갈라진 독특한 관객석.
의자는 일인용 의자로 몇개 놓여져 있지 않았다. 마치 단 몇 사람만을 위한 연극 처럼 느껴졌다.
어두움 속에 차가운 공기가 흐르고, 시간이 흘러 모든 불빛이 사라지고 연극은 시작된다.
1시간의 런닝 타임 동안 윌리 로먼 역을 맡은 이진성씨는 런닝 머신 위에서 계속 해서 뛴다. 뛰면서 대화하고, 연기하고 때로는 극에 맞춰 속력을 더 올려 뛰고 또 뛴다. 옷은 물론이고 얼굴은 온통 땀 범벅이 되지만 그는 뛰고 또 뛴다. 잠시 쉬는가 싶더니 다시 뛴다. 뛰고 또 뛴다. 그가 멈췄을때 연극도 멈췄다.
극단 성북동 비둘기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파격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였다. 연출을 맡은 연출가도 배우들도 어떻게 이렇게 표현을 할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극이 끝나고 나온 뒤 계속 입에서 짧은 감탄사만 연발했다.
시종일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의 무대, 어둡고 답답하기만 한 무대 설정, 런닝 머신 위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쉼 없이 뛰는 아버지 윌리, 현실과 마주하는 가족들과의 마찰, 갈등.. 현실이 가혹해 질수록 윌리는 현실을 도피하려고 하고 자살이라는 끔찍한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파국으로 몰고 간다.
연극을 보는 내내 몸이 긴장해 있었다. 배우들의 약간 신기들린 듯한 연기와 그 차가운 분위기 때문에 더 긴장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런닝 머신 위에서 1시간 동안을 계속 뛰면서 대사를 주고 받고 연기를 할 수 있는지 정말 이진성씨에게 존경을 표한다. 호흡도 거의 흔들림이 없고, 뛰는 것 때문에 지치고 힘든 모습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1947년도의 작품이 2012년에 다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그때와 다를바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또 앞으로도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이러하지 않을까 하는 씁쓸함..
희극에 창작을 더하여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다니.. 정말 이런 공연을 보고 싶었다. 약 한달 동안 무대에 올려지는데 부디 건강히 마칠 수 있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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