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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서평] 고흐와 함께한 마지막 여름 - 고흐의 생애 마지막 71일간의 여정

 

 

마리 셀리에 지음 | 이정주 옮김 | 개암나무 | 2012년 06월 15일 출간

 

고독한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생애 마지막 71일간의 삶

 

『빈센트 반 고흐』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강렬한 노란색과 거친 붓질, 커다란 해바라기, 그의 초상화, 미치광이 화가, 시대를 잘못 태어난 비운의 천재화가, 고갱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고흐에 대한 많은 정보들은 그의 그림만큼 다양하고 늘 이슈가 되는 무엇이였습니다. 살아 생전에는 화가로써 전혀 인정도 받지 못했던 고흐.

 

8년의 작품 활동 기간 동안 800점이 넘는 그림을 그릴 정도로 방대한 작업을 했지만 단 한점도 팔리지 못하고 전시되지도 못했던 불운한 화가 고흐는 죽고 나서야 비로서 그 가치와 작품성을 인정 받아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명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파리 북역의 '오베르쉬르우아즈'에 한 여관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 마지막 71일간의 이야기를 '아들린' 이라는 한 소녀의 일기 형식을 통해 재구성하여 써내려 갑니다. 작가는 실제 인물과 허구의 인물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고흐의 마지막을 그려나갑니다.

 

아들린의 눈을 통해 본 고흐 아저씨

 

<<아들린 라부의 초상화>>

 

150쪽 안쪽의 매우 짧은 이 책은 '아들린' 이라는 13살 소녀의 눈을 통해 바라본 고흐의 모습과 그의 그림들을 일기 형식으로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아들린 라부는 실제 존재했으며 고흐의 마지막을 그의 곁에서 가장 가까이 자주 보았던 인물로 그녀의 회상을 통해 그 시기에 느꼈을 감성과 상황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고흐의 마지막을 함께 지켜보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덤덤하게 빈센트 반 고흐라는 위대한 화가의 마지막 생애를 함께 돌아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냥 막연하게 알고 있던 불운한 화가,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화가 혹은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거나 그의 귀를 도려내 창녀에게 주었다던가 하는 그런 이야기들은 이 책에 소개되지 않습니다. 13살 소녀의 눈을 통해 본 고흐라는 인물은 예의바르고 조용하지만 어딘가 늘 우울하고 불안해 보였고, 혼자 있길 좋아했으며 언제나 그림을 그리는 하숙하는 아저씨였습니다.

 

고흐가 그녀를 모델로 그렸던 그림을 받아든 아들린은 당황했습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예쁘고 정갈한 그림이 아니라 배경은 온통 퍼렇게 여러번 덧칠이 되어 있고 자신의 이목구비와 귀는 그리다 만 것 처럼 그려져 있고 손은 쭈글쭈글한 할머니 처럼 그려놓은 고흐의 그림을 보면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좋을지 몰랐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아마 고흐의 그림을 대했던 그 시대 누구라도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명확한 형태와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감들로 그림을 채워나가는 그런 그림이 아니라 마치 캔버스를 꾹꾹 눌러 색을 덧입히듯 쌓아가는 붓질이나 얼굴이나 피부톤을 온통 노랗게 물들여 놓는 고흐의 그림에서 일반적으로 뛰어남을 발견하기 보다는 기괴하다는 느낌을 받기 마련입니다. 아들린 역시 일기에다 고흐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 편이 나을텐데.. 라는 글을 남겨놓았습니다.

 

하지만 고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흐 아저씨가 색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했다는 말과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모습에서 아들린은 고흐를 이해하게 되고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마지막 고흐가 배에 총상을 입고 죽음으로 끝맺음이 되는 일기는 고흐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하게 결론짓지 않고 있습니다. 그녀가 본 모습은 배에 총상을 입고 집으로 들어와 간호를 받다 다음날 죽게 된 고흐. 정황상 자살이라는 점 때문에 성당으로부터 영구차를 인도 받지 못해 헌 수레에 관을 뉘어야했던 불쌍한 고흐의 최후를 아련한 마음으로 써내려갔습니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대학 때 서양 미술사 과제 중 화가 한 명을 정해서 그 화가에 대해 연구하여 레포트를 제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저는 이 책과 거의 유사한 방법으로 레포트를 제출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앙리 마티즈'를 선택하여 꿈 속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는 설정으로 그의 작품 세계와 그에 대한 분석이였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그 때 생각이 나더군요. 나는 어떤 마음으로 마티즈를 바라 보았는가? 아마 작가와 제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빈센트 반 고흐라는 위대한 화가를 향한 사랑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였습니다.

단순히 괴팍하고 시대를 잘못 태어난 천재 화가 고흐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그가 느꼈을 고독과 외로움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을 한 소녀의 일기 형식을 통해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있는 책. 고흐와 함께한 마지막 여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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