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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추천도서] 데미안 - 열망이 이끈 필연

by voice_recipe 2013. 2. 8.

 

 

데미안
국내도서>소설
저자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 이상희역
출판 : 책만드는집 201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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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Demian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데미안>은 1919년 출간된 이 후로 지금까지 고전문학의 대표적인 명작으로 뽑히는 작품입니다.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시절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불안하고 혼란한 청춘기의 내면의 변화와 고뇌를 1인칭 시점으로 그려나간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에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피천득님의 <인연> 입니다. 지금처럼 책을 읽을 때마다 서평을 쓴다거나 좋은 글들을 따로 적어놓질 않아서 이제는 무슨 내용이였는지도 희미할만큼 되어버렸지만 청년시절 기억 속에 자리잡은 단 한권의 책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없이 <인연>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따로 적어놓지도 않았는데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글귀 하나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리워 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이 짧은 글귀를 읽었을 때 마음 속 깊이 진심으로 공감하면서 머릿속에 각인이 되더군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내면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 젊은 날에 이런 인생의 진리나 삶을 돌아 볼 수 있는 책이나 글을 만났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 아닐까요?  

 


누군가에게 <데미안>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책이였습니다. 고전문학 작품을 거론할 때마다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책을 저는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 '언젠가 한번은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하며 기억에서 멀어졌을 때쯤 다시 눈에 들어온 이 책은 책을 다 읽고 나니 오히려 지금 이 시기에 읽기를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제 젊은 날에 <데미안>을 만났더라면 그저 그런 소설 책쯤으로 여기며 읽다 '뭐가 이렇게 어려워?' 하며 반쯤 읽다 책을 접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의 생각과 사상을 공유하고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특히 가장 외형적으로나 내형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 10~20대에는 누굴 만나는가가 정말 중요하죠. 이 때 우리는 평생의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인생의 스승을 만나기도 하고 첫 사랑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각자 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으면서 또 비슷한 시기를 지나 비슷한 경험들을 겪으면서 살아갑니다. 

<데미안>에 등장하는 싱클레어의 모습은 크게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의 소년기와 청년기를 지나면서 그가 겪게 되고 그가 만나게 되는 인물들을 통하여 자신의 내면의 변화를 인지하고 성숙한 과정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리며 그는 어떤 무엇엔가에 가까이 가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무엇인가를 알아 가기 위한 과정에서 그는 데미안이라는 친구를 만나 우리가 말하는 '진리' 라는 모습에 한발자국 한발자국 다가갑니다.
싱클레어는 때론 무엇엔가 홀린듯 이끌려가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과 이념은 접어두고 데미안의 말에만 온전히 자신을 맡기며 하루종일 그가 한 말을 되뇌이기도 합니다. 어느순간에는 자신만의 생각과 개념을 확고히 다지며 세상이 원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자아를 찾아가기 위한 몸부림을 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그는 어린 시절 강렬하게 남아있던 데미안의 그림자를 계속 찾아 헤메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나중에는 그와 동일시 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데미안>을 읽다보면 젊은 시절의 내가 싱클레어에 투영되어 보입니다.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을 초월한듯 보이는 데미안이라는 존재를 만나고 내면의 변화를 겪으면서 고민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진리와 세상에 속한 진리의 모습 사이에서 투쟁하는 모습은 마치 젊은 날의 우리 모두의 자화상 같습니다.
결국 싱클레어가 겪게 되는 모든 경험과 어떤 형상을 관찰하는 것, 선과 악의 경계등은 우리 안에서 내면의 일치라는 감정을 만들어 냅니다. 데미안을 계속 갈망하던 그가 마지막에는 자신의 모습에서 데미안의 모습을, 에바 부인의 모습을 만들어 냈던 것 처럼 말이죠.

 

우연이라는 것은 없다. 무엇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이 열망하던 것을 발견했다면 그것은 그에게 주어진 우연이 아니라, 그 자신의 열망과 필연성이 이끈 것이다.

 

가장 인상 깊게 뇌리에 남은 이 문장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진리에 한 걸음 다가가는 열쇠가 됩니다. 싱클레어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계속 열망하면서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만나게 되고 발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