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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추천영화] 필로미나의 기적 - 끝까지 감추려했던 추악한 진실, 그것을 넘어선 용서.

by voice_recipe 2014. 3. 13.

 

필로미나의 기적 Philomena, 2013

 

 

드라마 | 영국 | 98 분 | 2014-04-10 |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 | 주디 덴처(필로미나 리 역), 스티브 쿠건(마틴 식스미스 역), 찰리 머피(캐슬린 역)

 

 

50년간 숨겨왔던 아픔

진실을 마주해야 할 시간

 

처음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의 줄거리를 보면서는 단순히 입양된 아이를 찾으려는 어머니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충분히 실화로 만들어질 수 있는 이야기에 어떤 감동의 양념이 숨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어쩔 수없이 자신의 아이를 멀리 입양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모정에 대한 감동실화일거라는 생각만 가지고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감춰왔던 위선과 대면

 

 

50년. 단 한 순간도 잊지 못한 아들에 대한 그리움. 지금은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을 하는지 이름이 뭔지도 모르지만 늘 미안함과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필로미나. 한번만이라도 아들을 만납고 싶었던 그녀의 바람은 전직 BBC 기사 마틴에 의해 조금씩 실현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변해갑니다. 

막상 아들을 찾으러 가자는 제안에 망설이지만 필로미나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너무나도 추악한 진실들...

 

 

영화를 보고 난 후 감동으로 먹먹할거란 기대와는 다르게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아들을 찾으러 떠나는 과정에서 소소한 에피소드들에 웃음을 짓기도 하지만 감동보다는 마주하게 되는 진실에 울컥 치솟는 분노는 아마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모두가 느끼는 감정일겁니다.

 

과거 수녀원의 감춰진 어둡고 추악한 진실 때문에 생긴 유산입니다. 그 추악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 수녀들은 진실을 외면하고 입을 닫고 거짓의 가면을 쓰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 앞에 분노가 느껴질 정도입니다.(물론 모든 캐톨릭 신자들이 그런건 아닙니다.)

필로미나와 그의 아들 역시 이런 피해자 중에 하나입니다. 수녀로써 남자와 관계를 갖고 아이를 임신한 필로미나. 수녀원에서는 이미 그런 수녀들이 많았고 그런 수녀들을 따로 관리하면서 아이들과 떨어트려 놓고 입양을 보내는 일들을 해왔습니다. 어머니의 의도는 전혀 상관없이 돈을 가진 신자가 아이를 원하면 언제라도 입양을 보냈던 수녀원.. 아이와 작별 인사 조차 할 수 없는 어머니. 그것을 평생 죄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물론 그들만의 조직내에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죄의 부분이지만 어찌보면 인간의 감정을 철저히 배제시킨체 죄를 짓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경건 생활을 입에 담고 있는 신부와 수녀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위선이고 거짓입니다.

아들을 찾아나섰고 결국 아들의 이름과 무슨 일을 했는지 누구를 사랑했는지를 알게 되지만 결국 가슴 아픈 아들의 죽음 앞에 좌절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그녀를 힘들게 하는 진실은 그런 아들의 유해를 묻어둔 수녀원에서 그 사실을 계속 숨겼다는 점이였습니다.  도대체 그들이 그토록 감추며 지키려고 했던 경건한 삶의 모습이 옳은 것인지 그들에게 묻고 있는 마틴.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오히려 답답함을 더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온 뒤 감동보다도 약간의 분노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한 필로미나의 모습이 교차하면서 마음이 참 이상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그들을 용서할 수가 있는지 말이죠. 저같아도 마틴처럼 분노하고 따져 묻고 싶을텐데 말이죠.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단순히 입양된 아이를 찾아 나선 모정에 대한 감동 실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감춰진 추악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그냥 고발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용서하는 필로미나의 모습과 그런 필로미나와 함께하며 변해가는 마틴의 모습을 그려나갑니다.

 

이 영화가 무엇을 드러내고 싶었는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필로미나의 기적이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