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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순수했던 열정, 잊혀져가는 신념에 대한 영화 - 마이 백 페이지(My Back Page, 2012)

by voice_recipe 2012. 3. 8.



오랫만에 무게감 있는 영화 시사회를 다녀왔다. 그것도 잘 보지 않던 일본 영화였다. 일본 영화를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코드가 안맞는다고 해야하나? 그 유명하다는 몇몇 일본 영화를 봐도 감흥이 없었다. 드라마는 재밌게 봤는데..

일본의 뜨거운 남자 세명이 모였다.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주연배우 츠마부키 사토시, 마츠야마 켄이치.. 그리고 시대상을 반영한 상당히 무거운 영화를 내놓았다. 마치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을 위해 몸을 희생했던 시대상과 흡사한 일본의 60~70년대 학생 운동을 그리고 있는 영화 "My Back Page".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카와모토 사부로라는 아사히 저널 출신의 기자가 쓴 자전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자신의 기억의 한 페이지로 돌아가 암울했지만 때론 열정적이였고, 신념에 가득차 있었던.. 하지만 결국 순수했던 열정이 어떻게 변질되어 갔는가에 대한 회상을 그리고 있다.

배우의 힘!!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시사회를 보고 있는데 보고 나올때 마다 느끼는 것은 배우의 힘이 얼마나 영화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화 안의 캐릭터에 얼마나 녹아들어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하는가다.
일본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좋아하는 배우도 없었지만 마츠야마 켄이치 라는 배우를 알고 있었다. 와이프가 좋아하는 영화 "데쓰 메탈 시티" 에 출연했는데 그때 참 인상 깊었던게 연기를 잘한다였다. 이 영화를 통해 마츠야마 켄이치는 내 기억 속에 정말 깊이 각인이 되었다. 정말 바보 천치역할 부터 악마의 역할까지도 모두 자기 캐릭터로 소화할 수 있는 배우. 눈에 광기가 서려있는 배우. 역할 자체가 워낙 강인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어떻게 소화할까 싶었는데 역시나..

순수했던 열정... 서툴렀던 신념


영화의 내용은 처음부터 커머셜하지 않다. 감독의 의도를 영화가 끝날때쯤 알게 되는데 무려 2시간 20분 정도의 긴 런닝 타임 동안 웃음끼는 거의 배제된 상태에서 암울했던 시대상을 두 청년의 눈을 통해 말하고 있다. 순수한 열정과 자신만의 신념으로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한 주인공과 엘리트 코스를 밟고 좋은 회사에 취직이 된 한 젋은 기자가 학생 운동을 하는 다른 주인공을 만나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세밀하게 묘사해주고 있다.
아무리 순수한 열정이라도 그 신념이 잘못되면 얼마나 어긋날 수 있는지를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무겁게 말하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학생 운동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났을때 느껴지는 감정은 그런 것을 넘어 신념이라는 무섭고도 확고한 자신의 가치에 대한 무게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잘못된 신념이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맨 마지막에 시간이 흐른뒤 기자였던 주인공이 선술집을 찾아갔다 예전 그 사건과 관련된 인물을 우연히 만나면서 만감이 교차하는듯 울부 짖는 장면으로 끝이나는데 그 마지막 장면이 참으로 인상 깊게 남았다.

절대 가볍지 않은 영화. 상업적인 영화가 판 치는 요즘 드물게도 시대상을 그리면서 선이 굵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간 영화. "마이 백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