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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Bobby McFerrin Live in Seoul(2012)

by voice_recipe 2012. 3. 11.


세상에는 크게 두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자와 그 길을 뒤따라가는 자들이다. 그렇다. 개척자와 그 길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개척자가 될 것인지 사람들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 역시 개인의 몫.

음악을 시작하고 뭐 저런 괴물이 있나 싶은 보컬들이 몇분 있는데 그 중에 한 분! Maestro Bobby McFerrin 이 내한 공연을 갖었다. 이번이 세번째 내한 공연인데 드디어 보게 되었다. 올림픽을 좋아하시나? 2004년부터 4년마다 한번씩 오셨으니 말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6년에 바비 형님을 다시 볼 수 있겠다. 뭐 60대 초반이시니 괜챦지 않을까나? ^^;
아무튼 이런 공연을 다시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싶었던 스티비 원더 형님 이후 바비 형님의 내한은 너무나도 기뻤다.

Innovator..


바비 맥퍼린 = 1950년생.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 선 최초의 아프리카계 성악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며,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활동을 하며 라운지 밴드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섰다. 70년대 후반 ‘애스트럴 프로젝트(Astral Project)’ 그룹 활동을 하면서 보컬리스트로 변신했다. 녹음실에서 즉석으로 작곡한 ‘돈 워리 비 해피’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10여 차례에 걸쳐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갑자기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지휘자로 변신해 꾸준히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을 지휘해오고 있다.

원 맨 아카펠라, 원 맨 오케스트라, 천의 목소리를 가진 사나이.. 등등 그를 표현하는 많은 찬사들 가운데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ONE MAN" 이라는 점이다. 그의 무대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탄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혼자서 어떻게 저 큰 무대를 꽉 채울 수 있는가? 아카펠라로 1시간 반 공연을 어떻게 소화하지? 그것도 혼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래퍼토어가 얼마나 다양할 수 있을까? 등등의 "혼자" 라는 단어는 공연 무대에서 상당히 낯설지 않을 수 없다.

솔로 무대를 한다고 해도 MR 을 쓴다거나 그래도 좀 수준 있는 공연이라면 밴드를 세워 공연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아카펠라라면 당연히 어떤 파트는 화성 진행을 어떤 파트는 리듬을 어떤 파트는 솔로등으로 나뉘어 풍성하게 공연을 이끌어 나간다. 어쿠스틱한 공연이라도 악기가 배제된다는 것은 거의 상상 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계속 멜로디만 불러댄다면 지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비 맥퍼린의 공연을 직접 본 사람이라면 이런 무대를 혼자서 꾸밀 수 있구나 감탄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혼자서 노래도 하고 떄론 반주도 넣고, 때론 연주곡을 자유자재로 연주한다. 오로지 혼자서. 그래서 우리는 그를 "Innovator(혁신자, 도입자)" 라고 부른다. 이번 무대 역시 그만의 공간에서 그만의 언어로 그만의 공연을 보여주었다.

beyond the technique...


바비 맥퍼린의 공연 소식을 접하자 마자 티켓을 예매하러 갔다. 티켓 발매 바로 다음날 들어갔더니 이미 좌석의 반이 예매가 되어 버려서 정말 놀랐다. 우리나라에 바비 맥퍼린의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놀라웠다. 하루만에 전 좌석의 반이상이 예매가 되었다니. 성급히 남은 좌석 중에 가장 좋은 자리를 예매했다.

2012.03.08..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 홀로 향했다. 전문 공연장이 아니라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공연 무대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그 넓은 공연 무대 위에 준비 된건 모니터 스피커와 마이크 스탠드와 마이크 그리고 의자가 전부였다. 그 어떤 세션도, 악기도 없었다. 공연은 거의 정시에 시작이 되었는데 그때까지 공연장이 차질 않아 살짝 걱정이 되더라. 분명 하루 전날에 반이상이 예매가 되었는데 그럼 그때 이후로 끝이란 말인가?? 뭐 어쨋든 상관없다. 바비의 등장이다..

맨발에 정말 편안한 옷차림으로 등장한 바비 맥퍼린. 의자에 앉아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더니 아무런 사인도 준비도 없이 바로 첫 곡을 시작한다. 1시간 반이였다.. 첫 곡이 시작되고 1시간 반동안 단 한번의 인터미션도 없이 바비 맥퍼린은 혼자서 공연을 끝냈다. 아무런 악기의 도움도 없이, 아무런 맨션도 없이 지독히도 꼼꼼한 공연자의 모습으로 바비 맥퍼린은 공연을 끝냈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무려 5분 이상 박수를 치며 앵콜을 요청했지만 바비 맥퍼린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것도 아마 마에스터이기 때문에 가능한 매너가 아닐까 싶었다.

사람들이 공연을 보면서 감탄을 하거나 감동을 받을 때가 언제일까? 엄청난 테크닉으로 사람들의 혼을 빼놓을때? 엄청난 고음으로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들때? 엄청난 사운드로 사람들의 귀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때? 사실 바비 맥퍼린의 공연을 보기 전까지 내가 신경을 썼던 부분들은 지극히도 기본적인 것들이였다. 음정, 리듬, 보이스 톤, 가사 전달력등 공연자에게 기본으로 요구되는 것들이였지만 우리나라의 어떤 공연을 봐도 솔찍히 이런 것들에서 자유롭게 공연을 본 것이 몇 되지 않는다. 또는 어떤 화려한 테크닉들로 나를 놀라게 할 것인가? 뭐 그런것들..

바비 맥퍼린의 공연을 보고 나니 그런 것들을 그냥 아무렇지 않게 초월한 한 남자의 공연을 보고 나니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맥이 빠지더라.. 저 위치에 서기까지 바비 맥퍼린은 어떤 노력을 했을까? 그가 엄청난 재능과 실력을 가지고 "Don't worry, Be happy" 의 엄청난 성공에 머물며 그냥 보컬리스트로 살아왔다면 지금의 바비 맥퍼린이 있을 수 있겠는가? 모짜르트의 곡을 혼자 표현하고, 클래식과 재즈와 아프리카 음악을 모두 자신만의 색깔로 해석해 낼 수 있는 것이 그냥 재능만은 아닐 것이다. 얼마나 노력하고 연습을 해야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노래를 할 수 있는걸까? 얼마나 수많은 노력을 했길래 바보 같은 고음과 화려한 테크닉 따위를 기대했던 나에게 그딴건 이미 내 관심 밖이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공연을 할 수 있는걸까?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또 보컬리스트로 오늘의 공연은 정말 많은 공부가 되었다. 아마 바비 맥퍼린의 공연을 보러 온 사람 정도면 음악을 하고 있거나 정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 모두에게도 평생의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나와 같은 어떤 이에게는 꼭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겠지.
 


2004년과 2008년에 이어 2012년 세번째 한국을 찾은 바비 맥퍼린. 저번 방문때는 서울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공연을 했기 때문에 한국 문화를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서울에서만 했으니 공연이 끝나고 충분히 우리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좋은 추억을 안고 돌아갔길 바란다. 그리고 4년 뒤에 다시 공연해 주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Drive 라이브 하나~ 꽤 오래 된 라이브 영상인데... 1988년 부터 이랬단 말이지... =_=  지금은 정말 연륜과 여유가 묻어나는 연주를 들려주니 뭐 할말이 없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