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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당신의 사랑을 깨트려드립니다! '하트브레이커'

by voice_recipe 2012. 4. 4.

 

 

 

장르: 코미디, 멜로/애정/로맨스 | 프랑스 , 모나코 | 105분
개봉: 2012.04.19
감독: 파스칼 쇼메유
출연배우: 로망 뒤리스(알렉스), 바네사 파라디(줄리엣) 

 

프랑스판 연예 조작단이 떴다! 3인조 연예 조작단 "하트 브레이커(HEART BREAKER)"!!

그들의 미션은 '커플 깨기'!!

 

SYNOPSIS

 

커플 깨기 전문가팀. 하트브레이커. 남자 때문에 잘못 엮인 여자들이 헤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들의 임무이자 주 돈벌이. 치밀하게 준비하여 성공확률 100%!! 이들에게도 원칙은 있다.
'오직 자신의 사랑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커플에게만 접근한다.' 그리고 '임무 수행 중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어느날 하트브레이커 팀에게 들어온 의뢰는 프랑스 최고 재벌가의 외동딸의 결혼식을 막아달라는 것이였다. 일을 맡기 전 사전조사에서 진심으로 사랑하는 커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알렉스(로망 뒤리스)는 임무를 맡지 않으려 하지만, 사채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맡게 된다. 그리고 정말 까탈스런 줄리엣(바네사 파라디)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데..

 

 

바람이 상당히 불던 저녁. 종로에 있는 허리우드 극장에서 '하트브레이커' 시사회가 있어 다녀왔다. 낙원상가 4층에 새롭게 리모델링된 허리우드 극장은 좌석도 그렇고 아직은 옛날 극장 같은 모습이 남아 있었다.

 

흥미로운 테마. 연예 조작단

 

 

주인공 알렉스와 그의 친누나 그리고 매형. 이 3인조가 바로 '하트브레이커' 연예 조작단 멤버이다. 가족이니 팀플레이 하나는 두말하면 잔소리. 치밀한 계획과 훈남 인증 미소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들의 임무를 성공시킨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라노; 연예 조작단' 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었다. 많은 이들이 영화를 관람했고, 평판도 괜챦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영화는 프랑스판 연예 조작단이라고 보면되는데 이런 로맨틱 코미디물을 좋아하지만 자칫 매우 식상해 질 수 있는 위험이 있는데 그건 바로 'Happy Ending' 이라는 늪이다.
물론 'Sad Ending' 으로 끝내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무조건 해피엔딩으로 끝내려고 잘나가던 스토리가 후반부에 가서 말도 안되는 계기로 풀린다거나 하는 실수를 범했던 많은 영화들을 봐왔기에 걱정도 되었다. 이 영화는 과연 어떠한가?

 

로멘틱 코미디의 정석, 하지만 당황스러운 엔딩

 

 

주인공인 알렉스(로망 뒤리스)와 줄리엣(바네사 파라디). 두 배우 모두 매력이 넘치는 배우들임에 틀림이 없었다. 남자 배우는 늘 정갈하거나 첫 등장이 지저분해도 나중에는 말끔해진다거나, 주인공 여자 배우(솔찍히 바네사 파라디의 벌어진 앞니는 계속 신경쓰였다.)는 늘 아름답다거나 그런 것이 없어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영화이다.
영화의 초, 중반부까지 이 영화는 로멘틱 코미디의 정석을 그대로 따르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대리만족을 주었다. 다양한 볼거리와 약간은 과정 되지만 늘 주인공을 돕는 주변 인물들, 다른 영화에 비해 딱히 악당이라고 하기에 미안한 악역들등. 보는 동안 알렉스의 행동 때문에 오글오글 거렸지만 그 또한 로멘틱 코미디의 재미 중 하나가 아닌가?

 

 

거기에 줄리엣의 약혼자로 나오는 이 배우.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은가??

 

 

그렇다. 바로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에서 스케치북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고백했던 바로 그 훈남! 이 영화에서도 그는 영국의 잘나가는 훈남으로 등장한다. 가진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없고 게다가 마음 씀씀이까지 착하다! 그야말로 Perfect!!
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러브 액츄얼리때와 마찬가지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ㅠ_ㅠ 이러다 실연 전문 배우되는거 아녀?

 

 

이 영화의 문제는 바로 후반부인데.. 앞서 지적했듯이 로멘틱 코미디의 장점이자 가장 큰 늪이 될 수 있는 해피엔딩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였을까? 잘나가던 스토리는 후반부에 마치 감독이 영화를 망치기로 작정이라도 한듯 너무 황당하게 흘러간다.

 

"아.. 어쩌지? 로멘틱 코미디는 꼭 해피엔딩이여야 하는데.. 그냥 이렇게 끝내면 관객들이 나중에 여자쪽 아버지가 분명히 반대를 할텐데 그럼 어쩌냐고 물어보면 어쩌지? 아.. 어떻게 풀어야하지? 어쩌지? 아.. 에라 모르겠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당연하다. 영화를 보고 나온 필자도 왜 이런식으로 영화를 멍청하게 이어가는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대강의 스토리는 위의 시놉시스에 있지만 좀 더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알렉스는 줄리엣의 마음을 뺏기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알아내어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결국 그녀의 마음을 뺏는데 성공하지만 자신이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임무를 그만두기로 마음 먹는다. 그런데 이 일을 맡긴 사람은 바로 줄리엣의 아버지이다. 아버지가 딸의 결혼식을 파기할 수 있도록 도와달란 것인데 그 이유도 정확하지 않다. 예비 사위가 마음에 안들어서? 마음에 안들 이유가 하나도 없다. 줄리엣의 약혼자는 완전 완벽한 남자가 아닌가??
아무튼 영화는 아무 이유도 설명도 없이 재벌가 아버지의 의뢰로 결혼을 깨트리는 스토리로 계속 가는데 마지막에 너무나도 황당한 아버지의 반응...=_=

 

바로 위의 장면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을 앞두고 신부 입장을 하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하는 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혹시 몰라 차에 시동을 켜두었다.'

 

뭥미..=_= O.K. 여기까진 좋다고 치자. 그 다음의 대사는 정말 황당의 끝이다. ㅎㅎ

 

하트브레이커팀을 소개한 브로커가 알렉스의 사채 빚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줄리엣 아버지왈.

 

'내 예비 사위가 될지도 몰라. 말조심하게'

 

뭐..뭐지? =_= 이 아무 개연성도, 감동도 없는 흐름은?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줄리엣의 아버지와 알렉스 사이에는 그 어떤 친분관계도 없었다. 단지 일을 맡겼고 일을 잘 끝내라고 몇번 통화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딸이 사랑하는 완벽한 남자와의 결혼은 반대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를 사위라고?? 갑자기 왜 영화가 3류 드라마가 되는거야?

 

 

이 영화는 그렇게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 남녀 주인공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까지 계속 키스를 나누는데 아무런 감동도 없다. 바로 앞에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 하나가 영화를 그냥 3류로 만들어 버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급 추락.. ㅠ_ㅠ 너무 아쉬워.. 이건 아닌데..

 

만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이 영화를 본다면 상관없겠다. 솔찍히 로멘틱 코미디에 무슨 심오한 뜻을 두고 보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마지막 해피엔딩에서 함께 기뻐하고,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가 마지막에 쓴 웃음을 줄 수 있으니 조심하자.

 

누구를 위한 하트브레이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만한 것은 '커플 깨기'를 의뢰하는 사람들은 전부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 주변 인물이라는 점이다. 물론 문제의 당사자가 깨트려 달라고 오는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냥 자기 스스로 헤어지자고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걸 누구 모를까? 혹은 이럴 수도 있겠다. 본인만 모르고 있지 남들이 보기에는 잘못된 커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 그 커플은 남들에 의해 이렇게 깨져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정작 주변 인물들이 본인에게는 비밀로 하고 이런 하트브레이커들에게 의뢰를 하고 돈을 주어 깨트리는 것이 그들을 위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영화의 테마가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봤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든 생각은 '과연 누구를 위한 하트브레이커 인가?' 하는 점이다. 누구의 관점에서 그 커플은 불행하다고 볼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그렇다고 남이 직, 간접적으로 개입을 하여 그들을 헤어지게 만드는 것이 정당한가? 만일 깨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고 치자. 그러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혹, 다시 주변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에 의문을 품지 않겠는가? 만일 그렇다면 다시 하트브레이커를 이용해 깨트릴건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옛 말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랑은 그들 몫이다. 남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것이 못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