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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이 영화 유치해??

by voice_recipe 2012. 5. 10.

 



 

영화를 보고 나오면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들을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정말 재밌었다는 사람, 후반부로 갈 수록 슬펐다는 사람, 재밌긴 한데 뭔가 2% 아쉽다는 사람, 이 영화를 본 시간이 아깝다는 사람등등 같은 영화를 보고 나왔지만 반응들은 가지각색입니다. 아마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그 영화가 이야기 하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느냐에 따라 다르고, 좋아하는 취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다르니 다양한 반응들이겠죠?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은 한 눈에 봐도 코믹 멜로물입니다. 포스터에 찍힌 배우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죠. 하지만 적어도 단순히 웃기고 울리다가 끝내는 그런 영화는 아니였습니다. 많은 것을 담고 있진 않지만 하나는 분명히 말하고 있는 영화.

 

대한 극장에 대한 새로운 고찰

 

 

충무로에 있는 대한극장은 상당히 오래된 극장입니다. 요즘 같이 대형 엔터테이먼트 회사들이 프렌차이즈 영화관들을 만들어 영화관 홍수 속에 빠져 있는 이 시대에도 뭔가 클래식한 느낌이 살아 있는 영화관입니다. 대형 영화관의 시설에 비하면 다소 옛스럽다는 느낌까지 들지만 요며칠 시사회로 대한극장을 자주 찾으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대한극장은 사운드가 다른 어떤 극장보다도 상당히 좋습니다. 스크린도 상당히 크고 정말 영화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어떤 영화관은 마치 노래방 룸처럼 많이 만들려고 쪼개고 쪼갠 느낌이 나는데 말이죠. 아무튼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운드가 그 어떤 극장보다 좋다는 이야깁니다. 약간 놀랐습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상영시간을 지키는 몇 안되는 극장이였습니다. ㅎㅎ 매번 시사회를 다녀보면 시작 시간 5분 넘기는 것은 기본인데 대한극장에서 4번 정도 시사회를 보는 동안 단 5초도 넘기는 적 없이 정확하게 시작하더군요. 완전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덕분에 시간 개념이 없는 몇몇 사람들이 늦게 들어와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이 '말하고 싶은 것'

 

 

차를 가지고 가서 늦게 도착했는데도 정말 좋은 자리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완전 행운~!! 자 이제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입니다. ^^

 

유치하냐고??

 

처음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보고 왔을때 사람들의 첫 궁금증은 이거였습니다. "유치해?"

 

코믹 멜로물이 늘 그렇듯 그저 그런 뻔한 러브 스토리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기 싫다는 이유에서 사람들은 이렇게 자주 물어봅니다. 제 대답은? 네. 유치합니다. ^^ 그것도 아~~주 유치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손발이 오그라들정도로 유치한 대사나 장면들이 넘쳐납니다. 아예 작정하고 유치하게 극본을 만들었고 배우들 또한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사와 연기들을 해내고 있습니다.

 

이선균의 자연스럽고 능청스러운 연기는 이 영화와 너무 잘 어울리고 임수정의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런 이미지는 그렇다칩니다. 그런데 류승룡씨는 어떻게 저 배우가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파격적으로 유치했습니다. 그런데요?? 그게 뭐요?

 

사랑이라는 유치함

 

 

 

이 영화에서 배우 임수정은 파격에 가까운 노출신(?)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초반 이선균과의 결혼 생활 장면에서 이 배우가 이 정도 노출까지 감행할 수 있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배우라면 영화를 위해서 노출신이야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장면에 거의 노출된 적이 없는 배우였기 때문에 저에게는 파격적이였습니다. ㅎㅎ

 

임수정은 이 영화에서 말 많고, 투덜대기 좋아하고, 자신이 부정적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여성으로 나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내의 잔소리와 연애할때와는 달라진 감정을 느끼면서 아내에게 더이상 매력을 찾지 못한 이선균은 이혼을 위해 카사노바 류승룡의 도움을 받기로 합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손과 발이 오글거릴 정도로 유치한 대사와 장면들을 쏟아 냅니다. 그게 싫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 역시 유치한 영화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좀 다릅니다.

 

유치하냐구요? 네 유치합니다. 그런데 그게 어때서요? 사랑이는 감정 앞에 고개 뻣뻣히 들고 언제나 당당하고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 영화 속에 나오는 카사노바 류승룡일겁니다. 아! 후반의 카사노바 류승룡은 아닙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사랑을 장난으로 생각하고 언제라도 사랑 앞에 자유롭고 당당할 수 있다고 자부하던 카사노바도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카사노바 인생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꽤 어려운 상대인 정인(임수정)을 꼬시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결국 진짜 사랑에 빠지고 마는 성기(류승룡)입니다.

 

뻔하다구요? 네 맞습니다. ㅎㅎ 그게 사랑이라는 녀석의 마력 아니겠습니까? 뻔하디 뻔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고, 손과 발이 오그라드는 상황이 싫다고 몸부림 치면서 자신의 사랑 앞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가식을 떨쳐버릴 수 있는 용기. 저는 그게 유치하고 뻔한 행동이 아니라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두현(이선균)은 어떨까요? 아내의 부정적이고 끊이지 않는 잔소리가 싫고, 더이상 사랑하던 여자의 모습이 아닌 아내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해 혼자 있고 싶어하고 떨어져 있고 싶어합니다. 심지어는 이혼하기 위해 다른 남자를 고용해 자신의 아내를 꼬셔달라고 합니다. 이게 영화니까 일단 보고 가는거지 현실 상황이였다면 누가 이해하겠습니까? ^^;;

 

하지만 두현 역시 점점 자신의 아내가 다른 사랑에 눈을 뜨고, 웃음을 되찾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잃어 버렸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 찾게 됩니다. 여기에 가장 큰 몫을 한것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질투'라는 감정입니다. 

자신이 '몰랐던' 매력이 아니라 자신이 '잊고 있었던' 자기가 사랑한 여자에 대한 매력을 다시 떠올리게 된거죠. 물론 방법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이 사랑을 유지하거나 다시 피어나게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잘알겠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한번 식으면 다시 피어오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있는 장작으로만 다시 피어오르게 하는 것은 정말 힘들죠. 그래서 다른 장작을 더 넣어서 불꽃을 피우는데 그 다른 장작이 영화에서는 다른 남자였습니다.

 

두 남자가 진정한 사랑에 대한 고찰을 하면서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면 정인(임수정)은 좀 다릅니다. 그녀는 사람과의 소통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남편과 결혼 후 남편만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고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남편을 위해 차리는 음식에 신경 쓰는 것이 그녀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이였는지 신경쓰며 살지 않았죠. 하지만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게 되고 자신의 말들을 하게 되면서 일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되면서 그녀는 삶의 활력을 얻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낯선 남자에게 호감을 갖게 되면서 여자로써 잊고 살았던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도 다시 눈을 뜨게 되는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두현(이선균)은 점점 자신이 싫어하는 모습을 가졌던 아내에게서 예전에 자신이 사랑했고 한 눈에 반했던 한 여자의 모습으로 다시 바뀌어가는 정인(임수정)의 모습을 바로보며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니가 계속 투덜대는게 외로워서 그런거였더라고... 내가 혼자가 되어 보니까 알겠더라.

그게 얼마나 외롭고 무섭고 쓸쓸한건지, 내가 혼자가 되어 보니까 알겠더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많은 걸 생각하게 했습니다. 저 모습이 지금 나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나도 저런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죠.

 

여자들은 흔히 대화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합니다. 아무리 사소하고 쓸데 없는 이야기일지라도 대화를 하는 가운데 많은 부분의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와 다르게 스트레스가 말을 한다고 풀리지는 않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였을때는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나가고 싶어합니다.

영화 속 초반의 정인과 두현의 모습은 그런 우리네 모습을 그대로 그리고 있습니다. 조용히 쉬고 싶은 남자와 대화하고 싶은 여자. 연애 초반에는 내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하던 남자와 연애 초반에는 조신하고 조용했던 여자. 저는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침묵하지 마세요. 자신의 공간을 침묵이 삼키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정인의 이 한마디는 저한테 상당히 강하게 꽂히더군요. 힘들때 남자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잠깐 쉬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그건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잠깐 순간이 여자에게는 혼자 남겨진 시간이 되고, 그 순간이 반복되고 길어질 수록 여자들은 외로움을 느낀다고 아내가 저에게 말해주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코믹 멜로물을 보고 이렇게 뭔가 많은 생각에 젖어 보는 것도 처음이네요. ㅎㅎ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 유치합니다.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하지만 그 유치한 장면에 웃을 수 있습니다. 오그라드는 장면에 몸서리 치면서도 나도 저랬는데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저에게 단순히 킬링 타임용 영화가 아닐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권태기에 빠졌다고 느껴지는 커플들에게 강추합니다. 아! 잊을 뻔 했는데 영화 속 류승룡씨에게 정말 박수를 보냅니다.

깨알 같은 코믹 연기에 전에 알고 있던 그 무겁고 무서운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완전 완소 배우로 등극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