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충무 아트홀에 공연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약 3년전쯤 미스 사이공 오디션을 봤었던 공간이라 더 친숙한 충무 아트홀.
이 날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Jesus Christ Superstar)의 스토리텔링 콘서트에 초대되어 다녀왔습니다.
이 뮤지컬을 직접 본적은 없지만 그 유명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가 20대 때 만든 전설적인 뮤지컬로 이 콤비의 수많은 히트 작들의 시작을 알리는 뮤지컬로 넘버들이 워낙 유명한데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결코 평탄치만은 않은 길을 걸어온 작품입니다. 스토리텔링 콘서트에서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런지 궁금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대작.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Jesus Christ Superstar)
스토리텔링 (Storytelling)이란 단어, 이미지, 소리를 통해 사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이번 공연은 지저스 크라이스 수퍼스타에서 마리아역을 맡았던 강효성씨의 스토리텔링 콘서트로 진행되었습니다. 중요한 등장인물의 이야기와 넘버들을 들려주는 자리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제 관심사는 과연 이 공연에서 유다와 예수를 누가 맡았으며 그 무시무시한 넘버들을 어떻게 소화해느냐가가장 궁금했습니다. 물론 다른 배역들의 넘버 역시 엄청나게 어렵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 뮤지컬은 유다의 시선으로 본 인간 예수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초연 당시 엄청난 논란과 힘든 상황 속에 공연되어졌다는 사실은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죠. 기독교인이라면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인간 예수의 모습이라니. 거기에 배신자로 낙인 찍힌 유다가 주인공이라니 ㅎㅎ 하지만 그 모든 종교적인 것을 잊고 싶어질 만큼 이 뮤지컬은 대단하고 너무나도 대단하고 대단하고 대단합니다.
초연 당시로는 파격적인 락 뮤지컬이라는 점도 한 몫했지만 대사 한마디 없이 전부 노래로 이루어진 이 독특한 구성의 뮤지컬은 보는 사람에게는 희열과 엄청난 감동을 주지만 배우들은 무슨 죄를 지었나 싶을 정도로 힘든 넘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집니다. 특히 유다와 예수의 대표 넘버인 'Heaven on their minds' 와 'Gethemane; I only want to say)' 는 어떻게 이런 곡을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 들어도 입이 벌어집니다. 매번 누가 유다와 예수의 역할을 맡느냐는 엄청난 이슈가 되었습니다.
단촐한 무대가 준비되어 있고 곧 콘서트가 시작했습니다. 강효성씨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기본적인 내용들을 소개하면서 콘서트를 이어갔습니다. 혼자서 이끌어가야 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집중력도 중요하지만 주위를 집중 시킬 수 있는 호소력까지 갖춰야 하는 무대. 노련한 배우답게 차근 차근 설명도 하고 배우들을 소개하면서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저는 공연 시작 전 강효성씨가 낸 첫 문제를 한번에 맞춰서 이렇게 공연 티켓과 이번 공연에서 유다역을 맡았던 토미기타 라는 분의 앨범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앨범 자켓을 보니 제가 아는 동생이 여기 베이스 멤버였더군요. ㅎㅎ 앨범 낸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보게 될줄이야. ^^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콘서트
결론부터 말하자면 2% 아쉬운 공연이였습니다. 제가 갔을때가 공연한지 3일째 되는 날이라고 했는데 주요 배역의 배우들의 목 상태가 안좋았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 괴물 같은 뮤지컬의 넘버를 계속 공연한다는 것 자체가 배우한테 얼마나 큰 부담인지 잘알고 있습니다. 저도 공연에서 겟세마네를 불러봐서 알지만 정말 엄청나게 부담이 되는 넘버입니다.
어쨋든 가장 중요한 두 주연 배역들이 아쉬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유다와 예수 역할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으니 말이죠.
우선 유다역의 토미기타 라는 분은 기타리스트로 더 알려져 있는 분인데 어쩌다 배역을, 그것도 유다역을 맡게 되었는지 약간 의아하더군요. 유다의 넘버들은 정말 어렵습니다. 고인이 된 칼 앤더슨을 단숨에 주연급 스타로 만들었을 정도로 어려웠던 곡으로 71년 초연때 칼 앤더슨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해냈고, 그 후로 그만큼 유다의 넘버를 완벽하게 부르는 사람을 보기 힘들정도입니다.
계속 고음역에서 노래를 하는데다 테크닉까지 어려운 노래라 왠만한 배우들도 부르기 힘든 곡인데 보컬이 아닌 분이 어떻게 이 배역을 연기하게 되었는지 의아했습니다.
목이 많이 상해 있는 상태여서 노래를 할때 조마조마했네요. 약간 어색한 연기도 아쉬웠습니다. 살짝 살짝 윤도현씨와 비슷한 톤이 있어서 기대했는데 일단 목상태가 너무 안좋으셨네요.
최고 유다역의 칼 앤더슨(Carl Anderson)
예수역을 맡았던 최윤 이라는 분은 극중의 유약한 예수의 모습과 매칭이 잘되었지만 톤 자체가 워낙 미성이라 가벼운 느낌이 들어 절규해야 하는 겟세마네 넘버에는 너무 아쉬웠습니다. 워낙 고음의 곡인데다 레시타티보 느낌으로 빠르게 이어가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곡으로 힘과 절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곡인데 너무 가벼워 아쉽더군요. 연기는 좋았습니다.
일단 두 배역에 관한 관심이 가장 컸기에 두 배역에 관해서만 간단하게 적어 봤습니다. 강효성씨의 마리아는 조금더 팝이였으면 좋겠더군요. 성악 스타일의 마리아와 이 뮤지컬은 살짝 안어울리는듯.. 다른 배역의 배우분들도 모두 힘들텐데 최선을 다해 연기해주어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너무 커서 조금 시끄럽게 들렸던 점도 아쉽습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어떤 뮤지컬인지 궁금한 분들이나 가볍게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관람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는 오리지널 팀이 공연하러 안오나? 사실 이 두 배역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ㅎㅎ
공연 후 와이프와 함께 신당동 떡볶이를 먹으러 갔습니다. 오랫만에 신당동 떡볶이 먹었네요. ㅎㅎ 공연 후 요런 간식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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