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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강추 뮤지컬] 꼭 봐야 할 국악 뮤지컬 미소 <춘향연가>

by voice_recipe 2012. 5. 12.

 



 

국악 뮤지컬, "춘향연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라는 광고 문구가 마음에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길게 여운이 남아 아직도 귓가에 멤도는 것을 보면 우리 것이 좋은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 것' 이라면서 잘모르고 있고,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 사람에게 관심을 갖아 달라고 하는 것도 웃기는 상황이네요.

 

오늘 정동극장에서 봤던 국악 뮤지컬 미소 "춘향연가" 는 그래서 저에게 매우 특별한 공연이였습니다. 우리 것이 왜 세계적인 공연이 되어야 하는지를 각인 시켜준 공연입니다.

 

정동극장

 

서울시 중구 정동에 위치한 정동극장. 위치상으로 자주 찾아 갈 수 있는 대학로나 신촌에 비해 약간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 곳이지만 정통이 있는 공연장입니다. 근처에는 예술 학교로 유명한 예원학교(와이프도 여기 나왔습니다. ^^), 이화여고등이 있고 정동극장까지 들어 가는 길도 상당히 운치있습니다. 복잡한 대학로나 신촌에 비해 좋죠.

 

 

정동극장에 도착하니 '춘향연가' 포스터가 큼지막하게 걸려있네요. 정동극장의 입구는 뭐랄까.. 정통과 위엄이 보입니다. 멋져~!! 저녁 8시 공연에 초대되어 갔는데 노란색 바탕의 '미소' 글자가 상당히 잘어울리더군요.

 

 

공연장으로 향하는 곳 마다 '춘행연가' 에 관련된 팜플렛이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어 이것 저것 구경할 것도 많아 좋네요. ^^ 저희 부부는 모든 공연마다 프로그램을 꼭 산답니다. 이번에는 공연 끝난 뒤에 DVD 까지 샀다는!!

 

 

역시 우리 나라의 국악과 뮤지컬의 만남이라 그런지 외국인들이 거의 대부분이였습니다. 중국인, 일본인등 아시아 사람들이 특히 단체로 관람을 왔더군요.

 

 

극장 대기실쪽은 보시는 것 처럼 정통 한옥집에 온 듯한 느낌이 들도록 인테리어 되어 있습니다. 전통적인 모습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노란 불빛도 그렇고 참 잘어울렸습니다. ^^

 

 

극장 앞에는 이렇게 한복을 차려입은 안내원들이 안내를 돕고 있네요. 외국인들이 많아 여기저기 정신 없을듯~ ^^;

자, 이제 공연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보죠. 

 

 

중극장 정도의 크기에 경사각이 꽤 심한 좌석이 보입니다. 앉은 키가 큰 앞사람 때문에 공연에 방해가 될 일은 없겠네요.

메인 무대는 한 폭의 한국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멋지더군요. 저희 부부는 초대가 되어 공연을 봤는데 정중앙의 앞쪽 가장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자리복이 끊이질 않는군요. ^^ 그럼 이제 공연 시작입니다.

 

꼭 봐야 할 국악 뮤지컬 '춘향연가'

 

 

<공연 정보>

 

<Synopsis>

 

 

 

 

재대로 완성이 된 뮤지컬을 본 다는 것..

 

80분의 공연 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 모르게 흘러가 버렸습니다. 배우들의 첫 등장부터 혼을 빼놓더니 끝날때까지 묘한 긴장감과 흥을 버무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뮤지컬을 보고 나온 느낌이였습니다.

 

음악이면 음악, 몸짓이면 몸짓, 무대면 무대 이 모든 것들이 정말 잘 짜여진 명작을 보고 나온 느낌입니다. 처음에 공연 시작 전 와이프와 오늘은 각자 무엇에 초점을 두고 볼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와이프는 음악, 저는 배우들의 연기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하나 하나의 평가를 거부하는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재대로 완성된 뮤지컬을 봤다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공연이네요.

 

국악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찍히 국악 공연이 많이 없다는건 핑계이고 관심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보고는 싶지만 잘 안하니까' 가 아니라 '자주 하는데 그다지 찾아 보고 싶지는 않아' 가 제 경우에는 맞았습니다.

편견 아닌 편견 속에 국악이라는 장르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저에게 '춘향연가'의 음악은 정말 신선하고 즐겁고 소름이 돋도록 가슴에 파고 들었습니다.

 

꽹, 소고, 장구, 해금, 가야금, 아쟁, 퉁소, 피리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우리의 전통 악기들이 등장하여 하나의 거대한 음악을 만들어내고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연주가 되어지는데 정말 몇번이나 소름이 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뮤지컬은 대사가 없는 무언극입니다. 배우들의 몸짓과 음악으로 모든 것을 표현합니다. 아.. 정말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이 우리나라 국악이였다니 놀랍고 흥분도 되면서 미안한 마음까지 들더군요.

 

두 세곡 정도 엠알을 쓴 것(연주자들의 이동이나, 배우 독창 때)을 제외하고는 모든 음악은 라이브로 연주 되었습니다. 배우들의 몸짓을 보기도 바쁜데 음악이 너무나 아름다워 계속 연주자들이 있는 2층을 보게 되더군요. '이것도 라이브야?' 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감탄하면서 극을 봤습니다.

특히 연주자 분들이 무대로 내려와 연주하는 부분과 오고무와 난타 공연을 방불케 하는 연주 부분은 가히 압권이였습니다.

 

대사 없이 이어지는 뮤지컬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은 그야 말로 모든 것입니다. 주연인 몽룡, 춘향, 학도는 물론이고 향단, 방자, 월매, 그 외 모든 엑스트라 배우분들까지 좋은 표정과 몸짓으로 극을 완성시켜 주었습니다. '선의 미학'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손짓이였습니다. 모든 동작들이 절도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한국 무용의 멋!!

동작들은 나무랄데 없이 좋았는데 솔찍히는 몇몇 분의 표정이 너무 무덤덤하고 극과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보여서 아쉬웠습니다만 그것 때문에 극의 여흥을 깨고 싶지는 않네요.

 

유일하게 극 중 독창을 하는 월매 역을 맡았던 분은 소리도 좋고 표정도 너무 좋았습니다. 독창이 두세번 나오는데 감정을 함축해서 폭발하는 우리네 창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준 것 같습니다.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끝 음절이 너무 빨리 사라져 노래가 중간에 사라지는 느낌이 들고 가사가 들리는 부분과 안들리는 부분이 너무 극명했다는 점이 좀 아쉬웠지만 제가 창을 잘 몰라서 원래 창은 그렇게 끝 음절을 버리는건지 잘모르겠네요. 그런데 그렇게 끝음절을 버리면 배우가 힘들어서 그러는 것 처럼 보여서 말이죠..

진성으로 쏘는 부분은 너무 좋은데 가성이 너무 안들려서 노래가 끊겨 들렸던 점도 조금 아쉽지만 독창 부분은 정말 좋았습니다.

 

배우들의 화려한 옷도 이 멋진 무대의 완성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정말 한복이 이렇게도 화려하고 아름다웠던가 싶을 정도로 형형색색의 한복 등장에 보는 눈이 즐겁더군요. 옷은 그 사람의 위치를 알려주는데 특히 이번 무언극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였습니다.

 

재대로 완성된 한 편의 뮤지컬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이네요.

 

아쉬웠던 부분..

 

이 부분을 언급할까 말까 하다가 너무나 감동을 받았던 극이라 더 좋은 무대를 위해 하나만 이야기 하자면...

미소 '춘향연가' 는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만든 극임에 틀림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패키지 상품까지 만들어 판매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중요한 점은 그 주 타켓인 외국인들은 '춘향전'을 대부분 모른다는 겁니다.

춘향과 몽룡 학도가 트리플 캐스팅으로 진행되는 '춘향연가' 는 우리야 대충만 봐도 누가 누군지 알지만 외국인들 눈에는 누가 누군인지 구분이 안갈 수 있습니다. 구분을 지어주는 옷까지 비슷해지면 대략 난감해지죠.

 

이 뮤지컬에서는 비디오로 한 부분을 대신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때 연주자들이 직접 무대로 내려와 연주합니다.) 그런데 이 틀어주는 비디오에 등장하는 주연인 춘향과 몽룡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무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면 외국인들이 이해할지 모르겠습니다. '응? 저 둘은 누구지?' 하지 않을까요?

상당히 애절한 음악이 흐르면서 비디오 영상을 통해 보여지는 두 주인공의 연기에 흠뻑 빠져들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보고 있던 춘향과 몽룡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와서 연기를 하고 있으면 혼란이 옵니다. 내국인인 제가 봐도 '어? 다른 사람이네' 하니 내용을 모르는 외국인들은 '어? 누군데 갑자기 나오지?' 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우스게 소리로 외국 사람들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다 똑같이 보인다고 하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우스게 소리일 뿐이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두 주인공에 몰입하여 극을 보고 있는데 중간에 나온 비디오 영상에서 내가 아는 주인공이 아닌 다른 주인공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몰입이 깨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각 주인공 마다 영상을 다 만들어 트는 것이 제작상 어려운 일인지 돈이 얼마가 더 드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내가 선호하는 배우의 공연을 직접 찾아가 보는 공연이 아닌 이상에는 그 공연의 배우가 제 배우가 되는 느낌 같은게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다른 배우의 영상은 좀 안일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 속의 '춘향연가'가 되길.

 

 

공연이 끝나고 위에서는 배우들의 신명나는 앵콜 공연이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DVD 사느라고 늦게 나가는 바람에 앵콜 공연은 보지 못했지만 끝나고 포토 타임도 있더군요. 많은 관광객들이 배우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기 좋았으나 뭔가 너무 형식적인 포토 타임이 아닌사 싶어 아쉬웠습니다. 좀 더 다정한 표정으로 관객들을 맞아 주세요. ㅎㅎ ^^;;

 

 

관광차들이 줄을 지어 있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차량인데 이 뮤지컬은 외국인 패키지 상품이 따로 있더군요. 여담이지만.. 중국인 관광객들.. 정말 너무 시끄러웠습니다. 아. 정말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참느라 그냥..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어찌 그리 에티켓이 없는지 원.. 뒤에 앉은 일본인 관광객들과는 너무 상반되어 이거 참...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거리가 참 이쁘더군요. 한적하고 조용하고.. 대학로나 신촌에서 공연이 끝난 뒤에 어수선함과는 사뭇 다른 느낌.. 사실 좀 더 올라가면 교통 지옥이였다는.. =_= 관광차들과 아무렇게나 주차해 놓은 차들 때문에 몇분째 서로 대치 상황에 놓여져 크락션 울려대고.. 에휴... 정말..

 

국악 뮤지컬 '춘향연가' 는 올 12월까지 장기 공연을 합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이 아니라 시간을 내셔서 꼭 가서 한번은 봐야할 뮤지컬이라고 감히 추천해 드립니다. 정말 이런 뮤지컬이 더 많이 생겨서 우리 나라 창작 뮤지컬이 더 빛을 발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