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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영화] 머신 건 프리처(Machinegun Preacher, 2011) 목사라 부르지 마라.

by voice_recipe 2012. 5. 15.

 



 

개요 액션, 드라마 | 미국 | 123분 | 개봉 2012.05.24 
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제라드 버틀러(샘 칠더스), 미쉘 모나한(린) 외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총을 든 선교사, 샘 칠더스

 

 

작년부터 올 해 들어 개봉되는 영화들의 절반 정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영화가 '실제로 있을 법한 허구' 를 만든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많아 진다는 점은 바꿔 말하면 '영화에서나 만들어 봄직한 일들이 실제' 한다는 이야기겠죠. 

 

어릴적에 만화나 히어로 무비들을 보면서 '나도 수퍼맨 처럼 하늘을 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드레곤볼을 모아서 소원을 빌었으면 좋겠다.', '나도 스파이더맨처럼 힘도 세고 특수한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등등 많은 상상들을 하면서 자랐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랬을 겁니다. 일반인들과 다른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을 동경하면서 그들 처럼 되고 싶어하지만 정작 그들이 처한 상황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 속 주인공은 실존 인물입니다. 그는 히어로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처럼 특수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는 한 때 우리가 말하는 '사회에서 쓸모 없는 인간' 이였습니다.    

 

Who is Sam Childers?

 

영화의 초반부 감옥에서 출소하는 죄수가 보입니다. 상당히 거칠고 삐뚤어져 보이는 남자는 감옥을 나와 한 여자와 뜨겁게 사랑을 나눈 뒤 집으로 향합니다. 그는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으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내는 전직 스트립댄서였는데 출소해서 나와보니 아내는 스트립댄서 일을 그만두고 마트에서 일을 한다고 합니다. 돈도 더 많이 주고, 시간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을 바꾼거죠. 그런데 이 남자의 반응이 당황스럽습니다. 스트립댄서를 그만 둔것에 화를 냅니다. 다시 그 곳으로 돌라가라며 윽박지르고 화를 내고 아내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고는 바이크를 타고 나가버립니다. 그는 샘 칠더스입니다.

어느 술집에 도착한 샘(제라드 버틀러)은 자연스럽게 늘 그래왔듯 사람들을 대하고 그의 친구와 함께 아마 그가 감옥에 가야했던 이유였을 짓을 다시 하게 됩니다. 총으로 사람을 위협하고 마약을 훔치고 마약을 맞으면서 차를 몰다 길가에서 어떤 인디언 남자를 차에 태우는데 그 남자가 갑자기 운전하는 친구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가자며 위협합니다. 샘은 결국 그 인디언 남자를 죽이게 됩니다.

 

영화 초반부에 주인공인 샘을 설명해주는 장면들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그냥 막장 인생을 사는 남자로 밖에는 안보입니다. 감옥에서 출소하고 나와서 또 감옥에 갈 짓을 반복하고, 스트립댄서를 그만뒀다는 아내에게 잘했다고는 못할 망정 다시 스트립댄서를 하라며 윽박지르는 남자. 이 남자가 오늘 영화의 주인공인 샘 칠더스 선교사 입니다. 이랬던 남자가 어떻게 아프리카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싸우는 총을 든 목사, 선교사라는 말을 들으며 영화화 되었을까요?

 

영화에서는 그가 갑자기 왜 180도 바뀐 사람이 되었는가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인디언을 죽인 뒤 가족에게 돌아가 도와달라며 울먹이는 장면 뒤로 교회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세례를 받고 죄 싯음을 받았다는 목사의 말을 듣고 그 후로 갑자기 사람이 달라졌습니다. 다정해졌고, 교회도 잘나가고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띈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을 생각해 볼때 분명 샘 칠더스에게 물어봤을 겁니다.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변할 수 있었냐고.. 아마 샘 칠더스 자신도 설명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가 나를 바꿨다고 이야기했을까요?

 

중요한 점은 '그가 무엇 때문에 바뀌게 된 것인가'가 아니라 '그가 바뀐 뒤 무엇을 했는가' 인 것 같습니다. 그냥 그가 바뀐 것에서 끝났다면 우리는 샘 칠더스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고, 오늘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세계 각지의 어느 영화관에 자리를 잡고 팝콘과 콜라를 들고 기다리고 있을 필요도 없었겠죠. 그는 바뀐 뒤 그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사명감을 가지고 밀고 나갔다는 점. 영화를 보고 난 후 저에게 상당히 감동으로 다가오는 부분이였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영화는 종교 영화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후반부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샘은 되묻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들에게 한 가지만 묻고 싶습니다. 만일 당신의 가족 중에 한명이 납치범이나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가 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들을 구할 힘이 있습니다. 그들을 구하는데 방법이 중요하겠습니까?'

 

영화 중간 중간에도 한번씩 던지는 이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영화의 중반부에 수단에서 의료 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인 여성과의 만남이 나오는데 그 여성은 샘이 아이들을 위해 총을 들고 싸운다는 것을 듣고 그에게 다가가 폭력으로 평화를 얻을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신의 저항군' 의 리더인 조셉 코니도 처음에는 그런 동기에서 총을 들었으나 결국 살인자로 변했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샘(제라드 버틀러)는

 

"당신은 당신의 방법대로 아이들을 도우시오. 나는 내 방법대로 아이들을 도울테니"

 

맞는 말입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기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여의사 처럼 직접 전쟁터에 의료 활동을 하러 갈 수도 있고, 샘 처럼 총을 들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저도 기독교 신자지만 모두가 기도만 한다고 결코 좋아지는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좋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 샘은 결국 그 적극성과 카리스마 불같은 성격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잃었고, 가족과도 멀어질 뻔 했으며, 동료들에게 까지 더이상 믿고 따를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주었으니 말입니다.

 

적극성과 카리스마는 진취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그만큼 쓰러지기도 쉬운 성격인 것 같습니다. 절대 선에서 절대 악으로 바뀌는 것이 너무나도 쉽고, 하얀 도화지를 더럽히는 것이 가장 쉬운 것 처럼.. 처음의 의도가 너무나도 깨끗했던 만큼 그 결과도 그렇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세상은 그렇게 생각대로 되지만은 않고 꼭 시험에 빠트립니다.

영화 속 샘도 그 시험에 빠졌었죠.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믿었고 그 믿음이 너무 강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나갔던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더 안좋은 상황으로 번져가는 것을 볼때,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일을 외면한 뒤 처참한 결과를 마주했을때등등 외곬수 같은 믿음은 결국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까지 집어 삼킬 만큼 강한 분노로 변해 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그런 샘의 마음을 다시 돌려 놓았던 것 역시 아주 작은 부분이였습니다. 마음을 열지 않던 아프리카 소년이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이야기하면서 샘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가를 다시 깨닫게 됩니다.

 

그가 범죄 속에 빠져 있다 한순간에 회계하여 마치 다른 사람 처럼 살았던 부분과 다시 폭군 처럼 행동하며 주변에 위협이 되었다가 다시 마음을 되찾는 부분은 영화 속에서 자세히 그려지지 않습니다. 아마 그런 사람의 마음을 돌려 놓는 건 자기의 의지가 아니라는 점을 감독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Preacher Sam Childers

 

 

샘은 목사가 아닙니다. 'preacher' 라는 뜻에 목사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 보다 '선교사' 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샘은 목사 안수를 받지도 않았고, 신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였고 샘을 목사님 이라고 부르지도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 수단의 아이들은 샘을 보고 '하얀 피부의 선교사님' 이라고 부릅니다. 그렇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은 주일마다 좋은 말씀(복음)을 해주는 어느 교회의 목사님이 아니라 자신들과는 피부색도 다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오지의 어느 곳이라도 찾아가 그들을 위해 좋은 말씀(복음)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동고동락하는 '선교사' 님이였습니다.

 

영화를 봐도 샘은 수단의 아이들에게 성경적인 말을 알려주는 장면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는 그 아이들에게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교회를 짓고, 쉴 수 있는 놀이터와 고아원을 지어줍니다. 당연히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총과 바주카포도 서슴치 않고 사용하고 기습 공격도 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신의 저항군' 의 잔혹하고 무자비한 장면들 때문에 말문이 막히더군요. 지구 반대편에서는 아직도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아이들이 노예로 팔려나가고 총알 받이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 그 전쟁터에 홀로 가서 총을 들고 맞서 싸우는 한 선교사를 감히 누가 무슨 말로 정죄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본 샘 칠더스 선교사는 괴팍하고 거칠고 다소 폭력적이지만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방법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그가 할 일을 재대로 하고 있는 사람으로 비춰졌습니다. 그가 또다시 유혹에 빠져 쓰러지지 않도록 기도해주는 방법이 만난적은 없지만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제 조그만 도움이라는 점도 알겠더군요.  

 

  <샘 칠더스 특별영상>

 

<제라드 버틀러와 샘 칠더스>

 

그는 1998 엔젤스 오브 이스트 아프리카 설립하고 현재까지도 수단의 아이들의 자유를 위해 아직까지도 싸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