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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서평] 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본심 - 내안에 갇힌 나를 위한 도서.

by voice_recipe 2012. 6. 28.

 

 

 

책의 제목만으로 '아!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어.' 혹은 '이 책은 나를 위한 책이군.'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꼭 시선을 끄는 자극적인 제목이 아니더라도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주제와 관련되어 있다거나 평소 좋아하는 분야에 관련된 제목을 가진 책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곤 하는데, 바로 이 책이 저에겐 그랬습니다.

 

'심리학' 은 잘 모르면서도 이상하게 관심이 가는 분야입니다. 파고들면 파고들 수록 어렵고 공부도 많이 해야하는 분야임에 틀림이 없지만 심리학은 우리 주위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학문 중 하나입니다. 대학교 때 심리학 강의를 신청해서 듣는 학생들이 많은 것을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지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본심』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자기방어기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다양한 사례들과 해결 방법등을 제시하여 보다 건강한 나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였습니다.

 

마음의 보호자 - 자기방어기제(Ego Defense)

 

 

자아 보호 본능

 

'자기방어기제(Ego Defense)' 란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론에 나오는 것으로, 프로이트는 '방어기제'란 원초아(id) 충동이 의식에 공개적으로 나타나려는 힘과 그와 대립되는 초자아(superego)의 압력으로부터 그 개인의 자아(ego)를 보호하기 위한 자아(ego)의 전략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자아(ego)가 원초아(id)와 초자아(superego)의 갈등조절에 실패하면 불안에 빠질 우려가 있으며 이 경우 자아는 원초아(id)에 대해서 방어를 하게 되는데, 방어는 원초아(id)가 명하는 긴박한 충동의 발동을 간섭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억압하여 충동을 위험성이 없는 방향으로 돌리게 합니다. 이 방어의 수단을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라 합니다.

방어기제는 본능과 자아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충동이나 감정을 참거나 조절하는 수단으로 발달하는데, 방어기제를 발달시키는 동기는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① 자아가 본능이 위험한 것으로 믿을 때 생겨나는 불안,
② 초자아에 대한 자아의 불안 때문에 생겨나는 죄책감,
③ 자아가 충동을 거절해야 할 때 또는 충동이 분출되어야 할 때 생겨나는 혐오감,
④ 충동이 거절되지 않으면 쳐다보거나 경멸을 받는다는 두려움 때문에 생겨나는 수치감 등이 있다.

 

『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본심』에서는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정서적 방어기제 10가지를 선정하여 그것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인격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왜곡(내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외부 현실을 새롭게 형성하는 것)'과 '해리(감정적 고통을 피하기 위해 성격이나 자아정체성 등에서 일시적으로 극적인 변향이 일어나는 것. 이중인격이 대표적인 예)' 등은 제외하였고, 또한 '행동화(이후의 부정적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무의식적 욕구나 소망을 즉각 만족시키기 위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 '심기증(건강염려증)', '억압' 처럼 이미 들어서 잘 알고 있는 방어기제들도 제외했습니다. 

 

내가 자주 쓰는 방어기제는??

 

 

이 책에서 다루는 방어기제는 총 10가지로, '부정', '투사', '합리화', '지성화', '유머', '전치', '승화', '지연행동', '이타주의', '소극적 공격성' 입니다. 많이 들어서 익숙한 단어들도 보이지만 '이게 왜 방어기제에 포함이 되어 있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도 꽤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머' 나 '이타주의' 같은 것으로 얼핏 보면 '자기방어기제' 라기 보다 '자기희생'에 가까운 것들이여서 책을 읽기 전까지는 어떤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을 하는 것인가 궁금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자기방어기제' 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외부적 요인으로 부터 보호 하기 위해 펼치는 '마음의 울타리'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의 울타리를 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하고 묻는다면 울타리를 치는 것이 잘못 된 것이 아니라 울타리를 얼마나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그 마음의 울타리는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상처를 입히고 나아가서는 사회로 부터 자신을 고립 시킬 수 있는 무서운 존재가 된다는 점이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유머' 나 '이타주의' 같은 방어기제들은 단어만 보면 이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것들입니다. 안그래도 자기중심적이고 각박한 사회에서 유머가 없어지고 남을 배려하고 희생하는 이타주의가 없어져 버린다면 얼마나 살기 힘든 세상이 올지는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그렇게 멀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서 유머를 가진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으며,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잘 챙겨주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유머나 이타주의가 방어기제 목록에 올라가 있는 걸까요?

 

유머는 분명 이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입니다.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위트 있는 말들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유머는 곤란한 상화에서 빠져나오거나, 특정 상황에서 괴롭거나 불편한 기분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웃음과 농담, 특히 풍자와 아이러니를 이용하면 그 상황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꾸거나 적어도 나쁜 상황으로 몰고가진 않습니다. 하지만 유머를 너무 자주 사용하게 되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기가 어려워집니다. 무슨 말이냐면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감정의 공감 보다 회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주위에 이런 유머를 잘 사용하는 지인이 있는데 그 친구는 늘 상황을 재밌고 즐겁게 이끌어가는 재주가 있습니다. 그 친구와 있으면 즐겁고 분위기가 좋지만, 정작 하기 어려운 주제에 대한 이야기나 충고등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머 코드를 잃지 않는 것도 좋지만 너무 자주 유머를 사용하다보니 상황에 맞지 않는 유머를 하게 되면 진지함을 나눌 수 없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보니 딱 그 친구가 생각나더군요.

 

또한 이타주의 역시 그렇습니다. 배려하고 희생하고 봉사하는 기본적인 아름다운 마음의 이타주의는 때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회피하기 위해 시간이든 돈이든 에너지든 남에게 전적으로 자신의 것을 헌신적으로 바치는 것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이런 사람의 경우 자신도 모르는 스트레스와 억압을 스스로에게 엄청나게 가하고 있더군요. 책에서도 그 점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 다양한 방어기제들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방어기제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는가?' 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로 '합리화' 와 '지연행동' 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모두 완벽주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성향에서 기인한다고 되어 있더군요. 저도 몰랐는데 제가 곤란한 상황에서 보여주는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저를 스트레스 받게 만드는 주 원인들이였더군요. 책을 읽으면서 각 챕터마다 주어진 해결 방법등을 다른 종이에 옮겨적으면서 어떻게 해야 이런 방어기제들로 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는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두려움으부터 자유로워지자! 

 

 

책에서 소개한 10가지 자기방어기제와 모든 방어기제들의 밑바탕에는 공통적으로 깔려 있는 감정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두려움(Fear)' 이였습니다. 

 

'내가 이런 행동을 보였을 때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여기서 화를 내면 내가 쪼잔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을까?'

'그냥 내가 참으면 되지 뭐'

 

이런 마음들이 나의 감정을 바로 보지 못하게 만들고 방어기제를 발동시키면서 상황을 완화시키기보다 오히려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끌고 나갈 때가 많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으로 잘못된 감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감정들이 나타날 때 우리는 내가 다칠까봐 이례 몸을 움츠리고 자신이 쳐놓은 마음의 울타리 안으로 황급하게 피난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매번 문제 상황을 대하다 보면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더 안좋아지거나 관계가 아예 틀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어기제를 발동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걷어내고 문제와 두려움 앞에 정면으로 맞서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순간 순간의 위험을 외면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방어기제를 사용해 왔기 때문에 한 순간에 방어기제를 벗어 버릴 수는 없지만 먼 미래에 누구 앞에서도 당당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힘들어하고 부끄러울 수 있는 부분까지도 나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당당히 대처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 두려움(F-E-A-R) 은 진짜 처럼 보이는 가짜 증거(False Evidence Appearing Real)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