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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추천영화] 엔딩노트(Ending Note) - 인생의 마지막 To do list 작성하기!!

by voice_recipe 2012. 10. 27.


엔딩노트 (エンディングノート Ending Note, 2011)

 

다큐멘타리 | 일본 | 90 분 | 개봉 2012-11-22 | 감독 스나다 마미 | 제작 고레에다 히로카즈

 

 

 

인생의 마지막

'To do list' 작성하기..

 

사람은 누구나 죽게 되는데 만일 나의 죽음의 때를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하려고 할까? 그리고 무엇을 마지막으로 준비하고 싶을까? 그런 생각들을 해본적이 있나요? 아마 대부분 이런 생각들을 살아가는 동안 한 두번쯤은 해보게 되는 계기를 만나게 될겁니다. 저의 경우는 바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60대의 가장이 말기 암 선고를 받고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 엔딩노트.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딸이 감독을 맡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아버지가 죽기 전까지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버지의 죽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이렇게 찍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우리와는 참 다른 문화적 차이인가 싶기도 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뭐랄까... 이런 준비된 죽음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죽음을 맞이하는 남다른 자세..

 

 

담담하게.. 그리고 위트있게..

 

영화의 주인공인 스나다씨입니다. 세일즈맨으로 평생을 직장을 위해 일하는 여느 가장들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4기 말기암 판정을 받은 시한부 인생이 되고 맙니다. 항암제로 투병 생활을 하면서 몰라보게 야위어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길 때는 너무 안타갑더군요.

 

하나하나 자신의 주변을 정리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여질 때는 숙연한 마음이 드는데 신기하게도 정작 주인공인 스나다씨는 너무나도 고요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웃음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일텐데 위트와 유머는 빠지지가 않더군요.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담담하게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에 경의롭기까지 했습니다.

 

 

스나다씨는 자신의 엔딩노트에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목록을 적어내려가고 그것을 실천에 옮깁니다. 마음의 평안을 위해 믿지 않던 종교를 갖는 모습도 나오고 여지껏 자신이 해왔던 일들과는 반대되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이것은 아마 '야당찍기' 의 함축적 의미인듯 싶습니다.) 물론 가족들과 멋진 추억 남기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손녀들과 힘껏 놀아주고,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고 자신의 장례식장을 직접 구하고 그 절차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주인공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런 엔딩노트라든지 이런 장례를 준비하는 모습이 낯선 풍경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당신은 죽을 준비가 되어 있나요? '잘' 죽을 준비가?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누군가의 인생을 본다는 것. 그것도 죽음을 앞둔 사람의 인생을 본다는 것은 뭐랄까... 그 모습만으로도 경건해집니다. 영화 속의 스나다씨는 죽음의 순간까지 두려움에 떨거나 죽음을 거부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 모습도 대단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 역시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담대하게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정말 그저 영화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상 할 것은 없었습니다. 그는 이미 그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의 모습을 식구들 역시 받아들이고 있었을 뿐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보여지던 삶에 대한 집착의 모습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들은 죽음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과연 나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를 보고 나온 후에 감동적이거나 유쾌함은 없었습니다. 살짝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감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기분이 나쁜 감정은 아니였고 나의 삶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인생의 무게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영화를 보고나면 꼭 가족에게 더 잘하고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하는데 그와 더불어 내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저는 '엔딩노트' 를 만들어 볼 생각보다는 '프로세싱 노트' 를 만들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