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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영화] 간첩 - 끌고가는 힘이 부족했던 아쉬운 영화 '간첩'

by voice_recipe 2012. 10. 30.

 

 

 

 

간첩이란 진부한 소재,

생활 밀착형이라는 신선한 설정

 

'간첩' 이라는 말이 요즘 신세대들에게 얼마나 다가오는지 잘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릴적만해도 학교에서 반공 포스터 그리기 대회가 있었고 웅변 대회의 주제도 이런 북한과 간첩에 관한 것들로 종종 이루어지기도 했었으니 말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국민학교(제가 다닐때는 국민학교였다는.. 아..=_=;) 다닐 때 수영장으로 전 학년이 놀러를 가면 꼭 전세버스 안에서 6.25 에 관련된 노래들을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이거야 원.. 그 어린 애들한테 왜 그런걸 부르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직도 가사와 멜로디가 기억나는걸 보면 참 어릴적 기억이란 무서운 것 같습니다. ㅎㅎ

 

약간 삼천포로 빠졌지만 아무튼 간첩이라는 소재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특성과 너무나도 잘 부합하는 소재로 자주 영화에 등장했으며 이 소재는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효과를 노리는 정치적인 수법으로도 참 많이 사용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간첩영화라면 왠지 소름끼치고 어두운 그림자가 생각나고 살인이 떠올려지는데 2012년 한국 영화에 다시한번 간첩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영화가 만들어졌다.. 의아하죠?

 

생활형 간첩??

 

 

이들이 바로 영화 '간첩' 에 등장하는 간첩들입니다. ㅎㅎ 우리가 상상했던 간첩의 이미지와는 뭔가 살짝 다르죠? 한분 비슷한 오오라를 풍기는 분이 계시기도 하지만.. ㅋㅋ 어쨋든 무지막지하고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진 간첩의 이미지와는 뭔가 다릅니다. 옷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습니다.

 

영화 '간첩' 에서 이들 간첩은 남한으로 넘어온지 적게는 15년에서 많게는 30년까지 너무 오래된 간첩들입니다. 오래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나이가 오래되었다기 보다 넘어온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이야기죠. 그 말인 즉슨 오랜 남한 생활과 자기의 신분을 속여가며 살아온 시간들로 인해 작전 수행감이 떨어졌다는 설정으로 극 초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다소 황당하지만 이 설정은 진부한 간첩이라는 소재에 신선함을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진짜 이름보다는 김과장, 우대리등 암호명으로 더 많이 불리는 이들. 남한의 자본주의 사회에 살다보니 돈이라는 것에 눈을 뜨게 되고 자신의 조국이 아닌 곳. 그것도 적대관계에 있는 남한에서 신분을 속이면서 몇십년을 살아간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아무튼 영화는 간첩같지 않은 간첩들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초반 색다름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코믹함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재밌는 것은 정작 코믹연기로 유명한 유진씨는 과묵하고 액션을 강조하고 연기파 배우로 유명한 배우들은 코믹함을 보여주려 애를 썼다는 점입니다. 의도한건지는 모르겠으나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설정의 힘을 잃어버린 영화

 

 

다만 영화가 중반 이후 후반으로 갈 수록 산으로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은 억지스러운 설정이랄까요? 앞에 있었던 재밌고 신선한 설정을 버리고 갑자기 또 간첩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설정이 뭐랄까... 맥이 끊기는 느낌이랄까요?

 

나름 후반부에는 액션씬을 위해 액션 영화에 꼭 나온다는 폭파씬이나 총격전등 갖가지 요소들을 넣긴 했지만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힘이 너무 부족했고 오히려 왜 초반의 즐겁고 유쾌한 설정을 더 재밌게 이끌어가지 못했나하는 아쉬움만 들더군요.

 

 

등장하는 배우드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명배우들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배우들을 모아놓고 끝이 좋지 않은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아쉬움이 짙다는 점입니다. 김명민이라는 배우는 드라마를 통해 연기하는 배역이 마치 자신인 것처럼 하는 배우였습니다. 미친 연기를 보여주어 진정 연기파 배우로 우뚝 섰는데 왜 영화는 이렇게 잘못 고르는지 모르겠습니다. ㅠ_ㅠ

 

배우들의 힘을 믿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좋지만 그 배우들은 시나리오와 연출을 믿고 연기를 합니다. 조화가 이루어져야 좋은 영화가 탄생하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