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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는 어떤 사람인가?
요즘 TV 를 통해 접하는 소식 가운데 절반 이상은 범죄에 관한 내용들입니다. 그것도 단순 절도가 아니라 살인, 성폭행, 납치등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고 잔인한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매체를 통해 우리들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이 나라가 어쩌려고 저러나' 하는 마음에 불안하고 언쨚으면서도 주의 깊게 보게됩니다. 어떻게 그토록 잔인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너무 궁금해서 보게됩니다.
범인의 얼굴을 떠올릴 때면 머리에 뿔 두개쯤은 달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손에는 낫을 들고 있는 악마의 모습을 상상하지만 막상 TV에 공개된 범인의 모습은(대부분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거나 모자이크 처리되어 잘 안보이지만) 우리의 상상과는 많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그의 이웃들의 증언 역시 잔혹한 살인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증언들을 할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된걸까요? 경찰이 범인을 잘못 잡은걸까요? 아니면 이웃들이 그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걸까요?
『지금까지 알고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은 바로 이 물음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뇌에 맞춰 흥미롭고 때로는 진지하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났을 때 여러분들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저는 상당히 충격적이였습니다. ㅎㅎ
뇌의 속임수, 자아의식은 착각이다.
가장 먼저 책에서 언급하면서 끝까지 중요하게 다워지는 내용은 바로 "자아란 뇌의 속임수에 의해 만들어지는 우리들의 착각에 불과하다." 는 것이였습니다. 언뜻 보기에 이게 무슨 말인가싶고 쉽게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나란 존재는 모두 허상이란 말인가? 그럼 나는 누구인가? 나는 존재 하는가?' 까지 이어지는 생각의 꼬리를 잡고 책을 읽어 내려가봅니다.
"우리는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을 비추는 그림자로서 존재한다."
이게 무슨 맹꽁이 철학인가 싶지만 사실 이 말에 반박할만한 뚜렷한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의 성격을 바꾸게 하는 것은 바깥세상으로부터 온다는 생각이 듭니다. 똑같은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태어나도 자라면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는 쌍둥이나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비슷한 무언가에 끌리게 되는 것이 사람이죠. 결국 우리는 태어날 때 부터 가지고 있는 어떤 성질보다 자라면서 형성되는 2차적인 외부환경에 의해 자아를 형성하고 만들어가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잘 어울리는 커플을 보면 "둘이 어쩜 그렇게 닮았니?" 라고 하는 것과 "너희는 한 뱃속에서 나왔는데 어쩜 그렇게 다르니?" 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인간은 주위 환경이나 타인과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받는것인가?' 에 대한 물음이 생깁니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바로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며 타인과의 만남과 관계를 통해 점점 사회의 일원이 되어갑니다. 나에서 나의 가족으로 그리고 나의 친척, 나의 이웃, 나의 친구(동기), 나의 학교, 나의 직장, 나의 국가등 뻗어나가면 나갈 수록 우리는 더 포괄적인 대상들과 나와의 관계를 정립해 갑니다. 하지만 그 모든 포괄적 대상들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상은 '나와 가까운 것들' 입니다. 그것은 사람, 환경, 직업등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까울 수록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결국 자아의 형성은 변하지 않는 고유의 아이덴티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위환경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으로 완성이 되어 간다고 봐야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때 이미 우리의 뇌는 지금까지 습득하고 축적되어온 이미지를 보기좋게 포장하여 보여주어 우리로 하여금 '나' 의 모습을 각인시킵니다.
범죄자의 행위 판단은 행동분석? 뇌분석?
이런 뇌의 작용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자아분열이나 싸이코패스에 대한 것일겁니다. 안그래도 요즘 너무나 흉흉한 사건들이 터지는데 이런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뇌는 어떨까요? 감정적 행동을 담당하는 회로인 '편도체'에 이상이 생기면 과도한 흥분과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데 바로 묻지마 범죄나 이유 없는 폭력 사건등의 사례에서 범죄자들의 편도체에 이상이 있음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또 싸이코패스의 경우 뇌의 안와피질 활동이 둔화되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가족력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실제 이 싸이코패스를 연구하던 과학자의 가족력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고 담당 연구자의 뇌를 스캔했더니 마찬가지 증상이 밝혀져 충격을 받은 일화가 소개됩니다. 그런데 왜 누구는 범죄자가 되고 누구는 그 범죄자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어 있을까요? 그 해답은 바로 그를 둘러싼 환경에 있었습니다.
싸이코패스의 경우 가장 심각한 것은 감정적으로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잔혹한 짓을 했을 때 상대방이 느낄 공포감이나 두려움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는 어린 시절 적절한 감정을 나누고 사회적 교류를 하지 못해 생기는 일종의 지체라고 봅니다. 부정적 경험을 했을 때 해결되는 경험을 재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정신적 지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바꿔 말하면 유전적으로 싸이코패스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더라도 어릴적 환경이 그를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런 범죄자들의 행동을 뇌의 명령체계나 이상에서 본다면 우리는 그 누구도 범죄자의 굴레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게 됩니다. 실제로 갑자기 성격이 변하는 사람들의 경우 뇌의 특정 부위에 암이 생기거나 이상으로 인해 성격(자아)이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였습니다.
우리가 '나' 라고 믿고 있는 자아의 모습을 '이것이다.' 라고 정의 내리는 것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까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꼭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렇다면 나를 표현할 때 몇가지 단어 혹은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나는 성실하다.' '나는 게으르다.'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 나는 시끄러운 것을 싫어한다.' 등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장들을 나열하다보면 점점 또렷한 나에 대해 알게 됩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나에 대한 모습이 늘 한결 같을 수는 없습니다. 친구가 보는 나의 모습, 부모님이 보는 나의 모습, 선생님이 보는 나의 모습들이 차이가 나는 것처럼 나라는 존재를 표현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문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보면 나의 어떤 면을 누구는 알고 있고 누구는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즉 나의 모습은 주위환경과 현재 누구를 만나고 있는가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라는 점이죠.
『지금까지 알고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은 정말 다양한 부분에 대해 과학적이고 심리적인 부분에 비춰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혹에 쉽게 빠지는 이유, 인지 부조화, 선택과 후회에 대한 양면성, 가치평가등 우리가 일상 생활하는데 머리나 감정적으로 사용되는 모든 부분에 대해 조금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쉽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없어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더 재밌고 다각적인 시선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하게 됩니다. "어쨋든 우리의 결정은 외부 맥락에 의해 결정된다." 는 말을 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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