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이어지는 한파로 도통 밖으로 나가기 싫어지는 날씨에 오늘도 우리 부부는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대학로로 늦은 발거음을 향했다. 일찍 나가서 이것 저것 구경도 하고 커피 한잔 하며 여유있게 가고 싶었지만 날씨가 워낙 추워 그럴 엄두가 안나 그냥 시간 맞춰 나가기로 했다. 또 어제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라 오늘 공연이 살짝 걱정도 되었다.
오늘 볼 뮤지컬은 자살이라는 약간은 어둡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명품 코믹 뮤지컬>이라고 소개 되고 있는 작품으로 <죽여 주는 이야기2>. 두번째라는 걸 보니 첫번째 이야기가 있나 싶었지만 이 작품은 연극과 뮤지컬로 나눠 전용관에서 위, 아래층에서 거의 같은 시간에 공연 되고 있었다. 즉, <죽여주는 이야기>는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2>는 뮤지컬인 셈이다. 오늘 우리부부는 문화 PLUS 클럽에서 <죽여주는 이야기2> 초청을 받고 오게 되었다.
<죽여주는 이야기2>는 전용관에서 공연되고 있었다. 대학로 방송통신 대학 후문에 위치한 삼형제 극장이라는 곳인데 밖에서 보면 전혀 공연장 건물 같진 않다. 그래도 나름 전용 극장인데 뭔가 극장 같은 모습이... ㅎㅎ
거의 공연 시간이 다되어 갔기 때문에 표를 받고 바로 입장했다.
입장하는데.. 뭐랄까 미로를 걷는 느낌이였다. 공연장으로 들어가니 제법 넓은 무대가 보이고, 관객석은 탁 트여 있었다. 다행히도 어제 처럼 좁은 공간에서 너무 큰 사운드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역시 의자는 안습...ㅠ_ㅠ 또 저 의자에 앉아 엉덩이와 허리 아플 생각을 하니.. 으.. 거기다 앞뒤 간격이 좁아 다리도 불편했다. 하지만 무대와 상당히 가까와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 대사 전달 하나하나를 감상하기에는 좋은 공연장이다.
바람잡이로 수고하는 분이 나와 바람을 잡는다. 솔찍히 어제 <6시 퇴근> 뮤지컬 처럼 이상한 분위기일까봐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늘 관객들은 내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관객들이였다. 어제의 충격이 크긴 컸나보다. 와이프도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 서로 쳐다보면서.. "이게 정상인거 맞지?" ㅎㅎ
약간 싼티나는 멘트가 몇몇 귀에 거슬렸지만 희안하게 바람잡이 하는 분들의 멘트는 약간씩 이렇게 싼티나는 멘트들을 날리는걸 보면 그렇게 해야 하는건가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분위기 "개 다운" 등의 "개" 자 는 좀 안썼으면 좋겠다. 아무튼 이제 뮤지컬을 감상해 보자. 자살이라는 무겁지만 흥미로운 주제를 어떻게 코믹하게 풀어나갈지...
우선 필자는 절대 스포일러가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리뷰에는 극에 대한 내용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직접 가서 보는 것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내용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 대한 리뷰만 하도록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살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유쾌하게 풀어낸 극본과 연출이 좋았다. 특히 관객을 직접 무대로 불러내어 콩트를 만들지는 정말 몰랐는데 새롭고 흥미로웠다. 정작 배우는 이렇게한 뒤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할지 모르겠다며 푸념하지만 그것 또한 대본에 있거나 애드립이겠지. 이 부분은 정말 의외의 설정이였지만 최고의 효과를 가져온 부분이였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인 노래부터 본다면, 박사와 조수 그리고 멀티맨과 멀티우먼 이렇게 4명이 출연하는데 멀티맨들의 노래는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노래를 해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성도 그렇고 무엇보다 두분다 감정 표현이 상당히 좋았다. 특히 여자 멀티걸은 여지껏 본 중에 가장 끼가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빛 연기도 좋았고, 노래에 순간적으로 몰입하고 가사 전달력도 상당히 수준급이였다. 아마 이런 뮤지컬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박사와 조수분은.. 음.. ㅎㅎ 연습을 좀 많이 하셔야겠다. 다행히 멀티맨들 보다 노래하는 횟수가 적어서 다행(?)이였지만 간간히 있는 넘버에서 일단 대사를 칠때의 발성과 노래할때가 너무 달라서 노래는 많이 연습을 하셔야겠다. 발성이 안되고 딕션이 불명확 하다보니 주고 받는 노래나 삼중창을 할때는 멀티맨의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알아 들을 수가 없어 아쉬웠다.
연기는 4분 모두 좋았다. 솔찍히 초반에 박사와 조수가 주고 받는 부분에서는 긴장도가 떨어지고 엉성해 보였는데 점점 뒤로 갈 수록 엉성한 부분도 연기 처럼 느껴지더라는.. 무엇보다 멀티맨들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멀티맨도 잘했지만 정말 멀티우먼의 연기는 끼가 철철 넘쳤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눈빛 연기와 감정 몰입은 정말 상당한 수준. 이건 연습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그런 것이였다. 특히 할머니 역할을 너무 잘했고, 어머니 역할에서 미친 여자의 모습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조수 역할을 한 분은 예전에 개그맨인가? 찰스라고 불렸던 분을 너무 닮아서 처음엔 혹시 그 사람인가 할 정도였다. 맨 얼굴도 비슷하더라는.
아쉬운 점은 반주가 어떤 곡은 너무 미디 사운드가 나서 살짝 거슬렸다. 리얼로 연주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몇몇 곡은 너무 미디 사운드가 나더라는. 그리고 역시 뮤지컬은 공연장이 좀 더 커야 노래와 연기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과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함께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든건 딱 두번째였다. 오늘 뮤지컬은 교훈을 주기는 부족했지만 웃음만은 충분히 준 뮤지컬이였다. 뭐 자살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극본을 만들어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 했지만 마지막 엔딩은 교훈쪽으로 가다가 급 선회를 하는 장면으로 끝났으니 ㅎㅎ 어쨋든 배우들의 열연 하나만으로도 오늘 <죽여주는 이야기2>는 아주 즐겁고 유쾌한 뮤지컬이였다.
끝나고 공연장을 나왔는데 함박눈이 내렸다. 어제의 기분 나빴던 것과는 아주 다른 오늘 저녁이다. 와이프와 함께 공연 후 우리 전통대로 크리스피 가서 커피와 도넛을 먹을까 하다 갑자기 어묵이 먹고 싶어 길거리에서 눈을 맞으며 어묵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묵도 맛있었고, 오늘은 아주 행복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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