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들어와 노트북을 켜고 이것저것 확인하고 있던 중 문화 Plus 카페에서 날라온 쪽지 하나. 바로 다음날 연극 <그 놈을 잡아라> 이벤트가 마치 게릴라 이벤트 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을 했는데 당첨이 되어 보게 된 연극 <그 놈을 잡아라>. 평들이 워낙 좋아서 정말 기대를 많이 하고 가게 되었다. 또 마침 요즘 연극과 뮤지컬등에 부쩍 관심이 많아지면서 꼬박 꼬박 대학로와 극장을 찾고 있던터에 보게 된 연극 <그 놈을 잡아라>
대학로 올래홀...
수많은 연극들이 매일 같이 펼쳐지고 있는 대학로..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외쳐대는 소리들이 전부 공연 보라는 말들이다. 이번 공연은 대학로 올래홀에서 상연이 되었는데 찾기 어렵지 않아 좋았다. 3층으로 올라가 초대권을 받고 공연을 기다린다..
공연 시작전에 소위 말하는 바람잡이 역할을 해주신 분. 이분은 연극에서 형사역을 맡았다. 전문 바람잡이가 아니라 분위기 띄우기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간간히 분위기를 업시키기 위해 무단히도 노력하시더라는 ㅎㅎ
올래홀은 공연장 같지 않은 분위기의 소극장이였다. 공연장이 3층에 있었고, 좌석이 일자로 길게 늘어진 나무 좌석 위에 방석을 깔아놓은듯 보여 오래 앉아 있기 힘들게 되어 있어 공연 전부터 살짝 걱정이 되었다. (미리 말하지만 정말 좌석이 불편해서 혼났다는.. ㅠ_ㅠ 앞뒤 간격도 좁은데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암튼 이제 공연을 본 소감에 대해 말해보자~
코믹 서스펜스 수사극... 그 놈을 잡아라??
내가 본 것이 4차 앵콜 공연이라니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던 공연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인터넷 상의 리뷰들도 상당히 호평들이 많았고 대부분 최고의 연극이라는 찬사를 아까지 않던 감상평들이 많아 정말 많이 기대하고 갔다. 더군다나 연극적 요소를 최대한 살려서 끌어낼 수 있는 서스팬스 라니 더욱더 기대가 컸던 것은 사실이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아쉬움이 큰 연극이였다. 가장 아쉬움이 컸던건 극본. 가장 좋았던건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 그리고 무대 연출. 가장 실망했던 건 좌석!!! 이렇게 정리될 수 있겠다.
너무 기대를 하고 봐서 아쉬움이 남는것이라고 하기에는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무슨 말이냐면 배우들의 연기 때문에 극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지 극본 자체의 힘으로는 상당히 허술하고 부족함이 많이 보이는 연극이였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만 것 같은 느낌과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는 점. 관객이 함께 누굴까 고민하게 만들고 결국 끝에 가서 '헉! 저 사람이 범인이였어?' 하며 탄식할 수 있게 만들지 못하고 너무 많은 정보들을 흘린다는 점, 그리고 쓸데없는 표현 방식들이 아쉬웠다. 하나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극 중에 발레리노의 안무가 두번 나오는데 아무 의미 없는 독무대였다. 뭔가 의미 부여가 된 독무대가 아니라 그냥 발레를 하는 여자가 발레를 하는 것이였을 뿐이라는 점.. 의미를 충분히 부여할 수 있고, 그 부분에서 사건의 긴장감이나 뭔가 단서를 집어 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팜플렛을 보니 대회에서 최우수상까지 탄 발레리노 였는데 솔찍히 내가 발레를 모르는건지 아니면 그 분이 은퇴한지 오래된건지 모르겠다. 혹평을 하자는게 아니라 아무 의미 없이 발레를 전공한 연기자라 발레하는 독무대를 주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던 장면. 근데 뭐가 문제냐? 흐름이 끊긴다는게 문제다. 긴장감 있게 흘러가야 하는 부분에서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발레리노가 춤을 춘다. 당연히 무엇을 암시하는 것인가 긴장하면서 보게 되는데 나중에 보니 그냥 눈요기였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전체적으로 사건의 가장 중요한 단서나 문제점의 해결등이 너무 허무하게 밝혀지거나 아니면 느닷없이 폭로된다는 점이 짙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끝부분쯤의 범인은 절대 가운을 벗어 얼굴을 보이면 안되었다. 그런데 굳이 가운을 벗어 얼굴을 다 드러내놓고 넘어가는 장면이라던가.. 청소년 관람가인데 사건을 표현하는데 있어서의 성적 표현 방법도 적절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너무 좋았다. 근래 대학로에서 본 여러 연극들 중에 가장 정극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주었고, 딕션들도 정확하고 발성도 좋아 대사 전달이 좋았다. 특히 여러 사람이 칭찬한 두 멀티 플레이어들의 연기는 정말 압권! 극의 70% 이상을 이분들 때문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멀티맨들의 비중이 상당히 컸던 것도 사실... 또 무대 연출도 훌륭했다. 시간을 넘나드는 영화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는 연극에서 상당히 참신하고 위트있게 때론 무게감있게 부분 부분에서 멋진 연출을 끄집어 내었다. 재밌는건 아쉬웠던 극본과 너무 좋았던 연출이 동일 인물이였다는걸 끝나고 팜플렛을 보고 알았다. ㅎㅎ
연극을 많이 안봐본 분들이라면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는 연극이고, 시나리오나 극의 흐름을 중요시 하는 분들이라면 아쉬움이 꽤 남는 연극이다. 아쉬움이 남는다는건 그만큼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상업적인 내용이 판치는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정극 연극이였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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