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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영원한 방랑 기사 - 연극 Don Quixote(돈키호테)

by voice_recipe 2012. 1. 23.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닿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따자."

                                                                -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Don Quixote> 中

너무나 사랑하는 구절이다. 이 말을 되뇌일 때마다 라만차의 방랑 기사 돈키호테가 되는 기분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삶을 한번 다시 되돌아보게끔 만드는 묘한 힘이 있는 구절이다. 내 인생의 모토와 비슷하달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것들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잘 융화되어 살아 갈 수 있을까? 과연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가? 가끔은 이런 질문들 속에 밤을 새어 본적도 있었다. 돈키호테에 나오는 저 구절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건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18. Jan. 2012... Our wedding anniversary day

     


제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때 나는 이 작품을 지금의 아내와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라이브 세션으로 퍼커션을 치게 된 동생이 표를 구해주어서 최고의 성수기라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런 작품을 감상 할 수 있게 되었었다. 물론 그 날 끝까지 볼 수 없었기에 이렇게 지금에서야 다시 이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게 되었지만.. 또 이순재 선생님의 돈키호테를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졌으니 어떻게 보면 더 잘된 일이라 생각이 든다. 

제 작년에 돈키호테는 한명구 선생님이였다. 연극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분에 대해서도 잘은 모르지만 그때 1막까지 봤던 느낌 그대로 써본다면 말이 필요 없는 정극 배우다 라는 느낌이 상당히 강했다. 게다가 돈키호테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빈틈이 없어 보였다. 그때 2막을 보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다른 돈키호테를 보게 되어 무척 설레였다.


일찍 와서 아내와 명동 예술 극장 옆에 스무드킹에 가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시간을 기다렸다. 이 날 처음 알았는데 스무드킹은 사용 되는 재료가 꽤 좋은 야채들 이라는걸 알았다. ㅎㅎ 자주 이용해야겠구만.


7:30 분 공연이라 7:20분쯤 나와서 표를 받았다. 고맙다. 성일아~ ㅎㅎ 지난번에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엠알을 써야하는 스케일이 큰 부분을 제외하고는 어쿠스틱한 느낌으로 퍼커션과 기타로 연주되는데 이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깔끔하고 오히려 집중도 잘되고... 오늘도 잘 부탁한다~ ^^
 


공연 시작 전부터 사진은 못찍게 하기 때문에 들어가자 마자 무대를 한 컷 찍었다. 제작년과 똑같은 구성이 사뭇 반갑더라. 또 그 때보다 더 좋은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자~ 그럼 이제는 연극 돈키호테를 감상할 시간!!

눈 깜빡 할 사이에 흘러간 2시간 25분...


1부 75분, 2부가 70분... 무려 2시간 25분의 런닝 타임이다.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긴 하지만 왠만한 공연에서는 엄두도 내기 힘든 긴 런님 타임을 가지고 있는 돈키호테. 그만큼 보여줄 이야기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다는거겠지. 하지만 놀라운건 이 145분이 언제 지나가버렸나 싶을 정도로 연극에 빠져있었던 나를 봤을때다. 어느샌가 배우들은 커튼콜을 하고 있었고 나는 기립 박수를 치고 있었다.

엄청난 극본과 연출, 앙상블 팀의 완벽한 조화, 흐름을 절대 끊지 않으면서 위트있게 계속 해서 극의 흥을 돋우는 조연들의 연기.. 그리고 주인공 돈키호테.. 이순재 선생님의 돈키호테는 정말 돈키호테 같았다. ㅎㅎ 뭐라 할말이 없더라.. 그냥 연극인도 아니고 배우도 아니고 나이 먹은 할아버지도 아니고 허망된 꿈을 안고 살아가는.. 하지만 늘 확신에 차있는 라만차의 사나이 돈키호테 그 였다.
산초역도 좋았고, 극 흐름의 한 부분인 카데니오와 루신다, 도루시아 지만 무엇보다 나는 돈 페르난도!! 정말 이 돈 페르난도 역할을 맡았던 한윤춘씨는 최고였다. 감히 누가 이 돈 페르난도를 그보다 더 잘 소화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주인공 보다도 더 크게 부각이 될 정도로 그냥 하나가 되어 이 연극의 완성도를 최고로 높여준 것 같다.
또 무대안에 제한을 두지 않고 관객석을 오고가며 펼쳐진 상황극도 너무 좋았다. 이곳 저곳을 누비며 돌아다니는가 하면 갑자기 뒤에서 종을 울리며 나오기도 하고 정말 정신을 다른 곳에 둘 틈을 주지 않았던 연극이다. 

극의 성공 필수 요건 중에 무엇 하나 안갖춘 것이 없으니 극에 몰입할 수 밖에.. 브라운관에서만 보았던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는 직접 보니 더 실감나고 호흡까지 전달되어 좋았다. 특히 칭찬하고 싶은 것은 앙상블이 된다는 점. 앙상블 팀의 연기도 좋았지만 노래들이 정말 훌륭했다. 특히 여자 배우들의 호소력 짙은 보이스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노래들도 일품!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놨다 폈다 하면서 극을 이끌어간 명품 배우들의 명품연기!! 정말 근래 본 가장 즐겁고 유쾌한 희극이였다.

돈키호테를 재대로 읽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강의 이야기만 알뿐 돈키호테를 끝까지 읽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은 생각이 들어 바로 돈키호테를 빌려 읽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