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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서평]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공허한 십자가".. 죄와 형벌을 묻다.

by voice_recipe 2014. 11. 13.

 

 

죄인에게 어떤 형벌이 주어져야

피해자와 남은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는가?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질풍론도>등의 작품으로 저에게 상당히 익숙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인 <<공허한 십자가>>가 출간되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베스트 셀러 작가의 작품이고 한번 보면 푹 빠져 읽게 되던 그의 작품들이였기에 개인적으로 이번 신작은 어떤 이야기들로 즐거움을 줄지 기대가 컸습니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즐거운 내용을 담고 있진 않습니다. 사회 비판적인 내용들도 많고 현 사회의 문제점들을 주제로 하여 독자들에게 소설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그런 작가인데 이번 신작인 공허한 십자가 역시 그런 소설이였습니다.

 

<공허한 십자가>는 나카하라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의 주변에서 일어난 가장 가까운 두 사람인 전 아내와 딸이 살해당한 사건을 통해 죄인에게 어떤 형벌을 내려야만 합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살인과 형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였을까를 생각하면서 소설을 끝까지 읽어도 역시 명확한 답은 보이지 않습니다.

 

 

" 살인을 저지른 죄인을 사형에 처하면 피해자 가족들은 그것으로 보상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죄인은 자신의 죽음으로 죄 값을 치뤘다고 할 수 있는가? "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살인에 대한 합당한 형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보면 무조건 사형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참 많습니다. 터무니 없는 형벌이 내려지는 경우를 보면 속에서 욕이 나올만큼 재판부를 비난하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법의 형평성이 엉망진창인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은 나라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소설을 읽어보니 일본의 경우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정신이 미약하니 감형, 술을 먹었으니 감형, 초범이니 감형, 속죄하고 있으니 감형, 피해자가 반항하지 않았으니 감형, 살인에 고의가 없으니 감형...

이런 뉴스를 보다보면 재판부를 향해 사람들 입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말들이 있습니다.

 

 

"당신 가족이 똑같은 일을 당해봐야 한다!!"

 

 

강도가 들어 물건을 훔치다 자신을 봤다는 이유로 어린 딸을 죽였지만 그 죄인에게 사형이라는 최고 형벌을 받게 하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상황들. 죄인이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이유, 상황 정황상 우발적이였다는 이유등 말도 안되는 이유들로 죄인은 죄를 가볍게 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남은 유족들은 그 죄 값을 가장 무겁게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 이유도 모른체 살해를 당한 전 아내의 죽음 앞에서 살인범이 자수를 했고 나이가 많은 노인이라는 이유로 사형을 피해갑니다.

이 안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소설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면 되지만 결국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죄인에게 어떤 형벌이 주어져야 피해자나 남은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는가 입니다.

 

그렇게 죽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죄인이 사형선고를 받게 되면 남은 가족들은 이제 행복할까요? 그리고 사형선고를 받은 죄인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면 죽어갈까요? 정말 안타깝게도 양쪽 모두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피해자가 죽었는데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죽인다고 무엇이 달라질까요? 다만 그렇게라도 해야 남은 가족들이 더는 억울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사형선고를 받게 되면 허탈함과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렇게 싸워왔나 하는 생각이 들진 않을까요?

 

사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죽임으로 죄 값이 치뤄지는 것은 아닐겁니다.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비는 모습을 바라지만 그렇다고 그 죄를 가볍게 할 순 없기에 우리는 살인이라는 죄에 맞는 형벌을 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해당하는 죄인들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기 보다 어떻게 하면 죄를 가볍게 받을까를 계산하기 때문에 그들의 죄를 그냥 넘길 수 없는겁니다.

벌써 우리나라만 해도 세월호 사건, 군부대 사건등 너무 많은 억울한 피해자들이 넘쳐나는데 정작 나오는 판결들을 보면 기가막힐 때가 많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아니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나오면 울분이 터지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그들이 사형을 당한다고 죽은 그들의 가족들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끝난 뒤에 돌아올 허탈함으로 똑같이 피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십자가는 예로부터 죄인들이 짊어지는 가장 무거운 형벌 가운데 하나입니다. 공허한 십자가는 바로 이런 부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이 주제가 소설 속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고 계속 되고 있다는 사실을 되뇌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