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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영화] 3D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내용 일부 포함)

by voice_recipe 2012. 7. 17.

 

 

 

개요 애니메이션 | 한국 | 78분 | 개봉 2012.07.25
감독 이대희
출연 김현지(고등어/여자도다리/여고생1 목소리), 안영미(놀래미/도미/여고생2/꼬마아이 목소리), 현경수(줄돔 /광어 목소리)
등급 [국내] 12세 관람가

 

애니메이션의 역할 변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라면 꿈과 희망, 정의는 이기고 착한 사람이 결국은 승리하고 잘된다는 해피엔딩,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한 소통의 방법, 경쾌한 오프닝 테마곡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어릴적에 보는 애니메이션은 무엇이 되었든 성인용만 아니면 보는게 좋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였는데요. 역시나 세상이 바뀌고 가치관도 바뀌면서 애니메이션의 역할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게 된 것 같습니다.

 

어떤 애니메이션은 암울한 시대를 적나라하게 반영하듯 캐릭터들의 움직임이나 생김새등에 드러나고 스토리 또한 비극적으로 끝나는 경우들도 상당히 많으니까요. 어쨋든 다양함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좋으나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선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큽니다. ㅎㅎ

 

오늘 시사회를 통해 보게 된 영화는 한국산 3D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입니다. 고등어 한 마리가 포스터 전면에 배치되어 있는 모습은 상당히 밝고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타이틀 또한 '횟집 탈출' 이라는 흥미로워 보이는 그런 문구가 들어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시사회를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또 기자 초청 시사회라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도 있어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물고기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에 12세 이하는 관람 금지??

 

 

오늘 시사회는 왕십리 CGV 에서 열렸는데요. 조금 일찍 도착하여 표를 받고 기다리는데 요상한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어린 아이와 함께 온 어머니를 향해 진행하시는 분은..

"12세 이하 어린이는 관람이 안되세요."

 

응?? 잘못들었나? 물고기가 나오는 만화영화에 나이 제한이 있어?? 상당히 의아한 생각이 들면서 팜플렛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더군요. 무슨 내용이길래? 하면서 본 팜플렛의 영화 소개에는 그 어디에도 12세 이하의 어린이가 시청하면 안될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고등어의 횟집 탈출이라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문구와 힘차게 올라가고 있는 주인공 고등어만 보일뿐.

어쨋든 영화를 보고 나면 알게 되겠거니 하고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한편의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를 본 듯한 느낌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 들었던 생각은 바로 한편의 잔혹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였습니다. 영화 포스터만 보고 상상했던 밝고 희망찰 것이라는 기대와는 180도 다른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는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가 너무나 궁금해지게 만들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 꼭 질문해야지하고 마음 먹었는데 아쉽게도 기자 시사회라 그런지 일반인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군요. 사람들이 영화 끝나고 나가길래 왜 그냥 가나 했더니 이런 이유였나봅니다.

 

위의 사진은 영화가 끝난 뒤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제가 찍은 장면인데 너무나 아름답죠?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저 분위기와 완전 반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애니메이션에 기대했던 밝고 희망찬 신선함 보다는 마치 우리 현실 사회의 부조리와 약자는 늘 괴롭힘을 당하고 강자는 그보다 강한 자에게 당하는 먹이사슬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물고기들이 자신의 동료마저 물어 뜯어 먹는 장면등은 왜 12세 이하의 어린이는 관람불가인지 충분히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회를 뜨는 장면도 상당히 자주 나오지만 그 장면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건 역시 물고기들이 같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장면입니다. 잔혹하고 징그러운 장면이 나오는건 아니지만 그 상황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정말 잔혹 동화의 한 장면들을 계속 보게 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멤돌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해 너무 아쉬웠습니다. 저 같은 생각을 가진 어떤 기자분이 질문을 던졌지만 긴장을 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정말 그냥 지나가던 길에 횟집이 있었고 고등어가 보여서 그냥 만들었다는 말을 믿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만일 저에게 질문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꼭 묻고 싶었던 질문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꼭 답변을 듣고 싶었습니다. 이런 잔혹한 설정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을까요? 매 장면마다 상당히 위험한 설정들이 많습니다. 하나 예를 들자면..

 

맨 마지막 장면에서 올드넙치가 횟집의 수족관을 탈출하여 바다로 향하다 사람에게 잡히는 장면에서 입에 물고 있던 날카로운 칼날을 뱉어 내어 사람을 놀래킨 후 바다로 탈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솔찍히 놀랬습니다. 이런 장면에서 충분히 사용하고도 남을 위트를 전혀 배재한체 실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들을 가지고 탈출을 시켰다는 점이 말이죠. 문득 몇주전에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이 생각났습니다. 그 애니에서 이런 상황이 있었다면 아마 물고기 입이서 절대 칼날이 나오진 않았을겁니다. 상상력을 동원한 거대한 물방울이 나왔거나 다른 위트있는 장면을 통해 물고기가 탈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암울한 코드에 맞춘다면 이 장면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만일 이 영화의 제작 의도가 이런 지독한 먹이사슬에 얽힌 현대 사회의 자화상을 꼬집고 그런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를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면 이런 물고기 입의 칼날 설정은 기가 막힌 것이라 하겠으나 그랬다면 아마 희망을 느낄 수 있는 포스터의 모습은 싹 바꿔야 할 겁니다.

 

아마 처음부터 사회 비판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는 코드를 살짝만이라도 보여줬었다면 다른 시선에서 영화를 봤을 것 같습니다.

 

3D 애니메이션?? 2D 애니메이션??

 

 

영화는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3D 기술력을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초반의 물에 대한 표현이나 건물등의 표현은 상당히 좋았으나 개인적으로는 물고기의 형상 표현이 아쉬웠습니다. 움직임은 좋은데 디테일을 너무 많이 생략한 느낌이 많더군요.

 

재밌는 것은 물고기의 움직임 표현은 좋은데 사람의 움직임은 상당히 어색하다는 점입니다. 마치 사람을 희화한 느낌이 들정로 등장하는 사람들의 얼굴이나 동작들은 어색합니다. 3D 초보자가 만들고 랜더링을 돌린 것 처럼 말이죠. 이 부분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못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못생기게 희화화 시켰다고 생각하시는게 맞겠습니다.

주인공인 물고기들의 입자에서 본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어쨋든 아쉬운 점은 위의 캡쳐 장면들을 보시면 3D 애니메이션이라는 느낌보다 2D 애니메이션이라고 봐도 무방한 그래픽입니다. 과거 일본의 3D 영화들을 보면 머리카락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지나칠 정도로 섬세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파닥파닥의 물고기 지느러미 표현은 너무 많은 디테일들을 버렸다고 보여집니다.

 

 

꽤 사실적으로 표현된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킹크랩들인데. 여기도 반전인 것이 이들이 영화에서 하는 역할은 아무것도 없는데 쓸데없이 디테일이 강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물고기들이 탈출하는데 도움을 주지도 않고 대사도 없고 그냥 잠깐 등장하는 이들에게 이런 디테일을 부여할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차라리 물고기 7마리의 디테일을 살리지 말입니다.

 

 

이 장면은 주인공인 고등어가 계속 바다를 그리워하며 탈출을 시도하면서 나오는 장면입니다. 안타갑게도 필사적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고 탈출을 시도했던 주인공인 고등어는 인간에게 먹히고 부정적이고 폐쇄적인 올드 넙치가 살아서 바다로 향하게 됩니다.

이 무슨 설정인지 저로써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게 현실이라는 걸까요? 착하고 희망만 가지고 사는 사람은 결국 남에게 모티브만 제공한체 죽임을 당하고 그 죽음을 통해 옆에 있던 사회 부적응자가 기회를 얻어 살아간다는..??

 

억지스러워 보이죠? 저도 이런 억측을 하는게 싫은데 이 날 영화 뒷풀이 토크에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음악과 전문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

 

 

파닥파닥은 뮤지컬 음악 형식을 선보였습니다. 테마곡이 흘러나올 때는 어김없이 2D 애니메이션으로 돌아갔고 음악들은 모두 뮤지컬 형태를 띄고 있었습니다.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 목소리 연기를 맡은 성우들이 노래를 했는데 다들 노래 잘하시더군요. ^^

뮤지컬 형식으로 테마곡들을 꾸민 점은 좋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목소리 연기는 모두 투니버스 전문 성우분들이 하셨습니다.(투니버스는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질의응답 시간에 다른 유명 배우나 개그맨을 섭외하지 않고 성우분들을 캐스팅한 이유를 묻자 그래야 되는줄 알았다는 싱거운 감독님의 답변을 듣고 실소를 했습니다. 또 영상이 나오기 전에 목소리 녹음부터 들어가 성우분들이 연기하는데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들도 했는데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성우분들의 그 특유의 연기 톤이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방해했습니다. 캐릭터에 녹아들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목소리에 강항 개성이 묻어나온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대사를 칠 때 우리나라 성우분들은 특유의 강약 액센트가 있는데 그 부분이 자연스러운 연기에 오히려 방해가 되었습니다.

 

너무 아쉬운 질의응답 시간

 

 

영화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는데 감독과 영화에서 고등어와 올드넙치 목소리를 연기했던 성우 두분이 오셨습니다. 저는 일반인들에게도 질문의 기회가 주어질줄 알았는데 기자분들에게만 주어지고 끝이 나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다른 분들이 우르르 나갈 때 같이 나갈걸 그랬습니다.

 

어쨋든 이 이야기를 하자면 전체적으로 너무 준비가 안된 토크시간이였다는 점입니다. 질문을 던지는 기자분들 중에 몇분은 지금 본인이 하는 질문이 뭔지 아는건가 싶을 정도로 횡설수설하면서 질문을 던지는 분도 있었고, 가장 아쉬운건 감독님의 답변들이였습니다. 준비되어 있는 답변이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대로 던지는 답변 같았습니다. 긴장을 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으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재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제가 묻고 싶었던 영화의 제작 의도 질문이 두번 나왔는데 제가 다시 묻고 싶었을 정도니까요.

 

한국 3D 애니메이션의 유쾌한 반란이라는 거창한 문구가 어색하게 영화에서 보여주는 부분이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3D 기술력이 돋보였던 것도 아니였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정확한 것도 아니여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은 밝고 유쾌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이런 어두움은 애니메이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밑에 깔려 있나 봅니다.

 

사실 처음부터 이 애니는 좀 어둡고 비판적인 내용이 담겨있다라고 암시를 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네요. 제가 무조건 어두운 애니를 싫어하는건 아니니까요. ㅎㅎ 좋아하는 애니 중 생각해보면 꽤 어둠의 애니가 많지만 그들은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가 분명한 애니들이였습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3D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에 대한 전체적인 수준이 날로 날로 발전하여 일본 애니메이션을 능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뜬금없이 던지면서 리뷰 마무리합니다. (너무 부정적인 말들만 쓴 것 같아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