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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영화] 7번방의 선물 - 내겐 최악의 영화. 책으로만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by voice_recipe 2013. 2. 21.
 

7번방의 선물  2013

 

 

드라마 | 한국 | 127 분 | 개봉 2013-01-23 | 감독 이환경 | 류승룡(용구 역), 갈소원(어린 예승 역), 박신혜(큰 예승 역), 오달수(방장 역), 박원상(춘호 역), 김정태(만범 역), 정만식(봉식 역), 김기천(서노인 역)

 

 

이런 신파는 이제 그만..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그립다.

 

올 초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영화 중 하나인 <7번방의 선물>을 아주 늦게 봤습니다. 계속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안맞아서 미루고 미루다 결국 책을 먼저 보게 되었는데 책을 본 후에 더 보고 싶더군요. 따뜻하고 정감가는 캐릭터들과 용구와 예승의 애틋함이 책에 너무나도 잘 묻어져 있었기에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커져 빨리 보고 싶어지더군요. 안그래도 흥행 1위를 달리고 있으니 정말 잘 만들어졌나보다 하는 기대감은 계속 커져간 상태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요? 저에게 영화 <7번방의 선물>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아마 책을 보지 않고 영화만 봤더라면 이정도는 아니였을 겁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본 분들이라면 왜 제가 이 영화에 이리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지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영화 시나리오가 먼저 아니였어??

근데 영화는 왜이래?

 

제가 알기로는 이 영화는 책을 토대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영화의 시나리오를 책으로 발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영화는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왜 책에서는 언급이 되는 연결고리가 될만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영화에서는 다 빼먹고 지나가는 걸까요? 왜 끝부분에 가서는 그리도 지루하게 신파로 치달으며 억지로 눈물을 빼려고 작정하고 달려드는 영화가 되야만 했을까요?
이게 무슨 소린가 하시는 분들은 <7번방의 선물>을 꼭 책으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제가 하는 말을 이해하실 겁니다. 그럼 책을 쓴 작가가 훨씬 더 멋지게 이야기를 이끌어 낸 샘이네요.

 

영화를 보면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사건의 연결고리나 소소한 작은 부분들의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생략했다는 점입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 예승이를 교도소로 들여오기 위한 작전에서 성가대를 세우기 전까지의 과정이 다 생략되고 뜬금없이 갑자기 성가대가 등장하고 예승이가 빠지는 장면이나 출산예정인 아내와 태어날 자신의 아이를 너무 보고 싶어하는 봉식을 위해 예승이가 휴대폰을 가지고 온 장면에서 어떻게 가지고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역시 무참하게 없애 버렸습니다. 이런식으로 책에서는 언급이 되어 있어 설명이 되어 있는 부분들을 영화에서는 싹뚝싹뚝 잘라버렸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데 내용을 알고 있는 저는 '이 영화 뭐지?' 였습니다.

 

마지막 용구의 사형집행 장면에서 너무나 억지스럽게 슬픈 상황으로 늘어트린 것도 저는 너무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신파로 몰고 가야지만 직성이 풀리는건가요? 책에서처럼 담백하게 조용하게 하지만 따뜻하고 가슴저리게 끌고 갈 수는 없었을까요? 사형집행이 있는 당일날 아빠와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 걸어가면서 나누는 대화나 아빠의 죽음을 예감이라도 한듯 눈물을 흘리며 세일러문의 주제가를 부르며 "정의의 이름으로... 아빠를... 용서.. 하겠다!" 고 말하는 어린 예승의 모습은 책을 읽으면서 감정적으로 최고조를 이루는 부분이였습니다. 자길 두고 좋은 곳으로 가지말라며 울부짖는 예승의 모습은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몄고 그 어린 예승의 모습 때문에 살려달라며 울부짖는 용구의 모습이 더욱 더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 모든 부분이 없습니다. 아무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예승과 그냥 죽음 앞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자의 모습으로 밖에 안보이더군요..
영화의 마지막을 따듯하게 감싸는 교도소 삼촌들과 큰 예승이 아빠가 묻힌 납골당을 찾아가 납골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역시 영화속에는 아예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책을 읽으며 함께 슬퍼하고 감정이입이 되어 등장인물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면 영화에서는 그 어떤 소통도 이루어지지 않은채 그냥 관객의 눈물 뺄 타이밍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만 받았습니다.

 

 

좋은 배우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어영부영 영화를 만들 수가 있는지 보고나온 후에도 실망감 때문에 쉽사리 기분이 가라앉지 않더군요. 마치 사기 당한 느낌이랄까? 그냥 책을 보지 않았더라면 어느정도는 재밌게 봤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역시나 너무나도 억지스럽고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아예 작정하고 신파를 찍기로 마음먹었다는 글을 봤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영화가 나오는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신파를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겁니다. 싫어 싫어 하면서도 슬픈 노래만 듣고 눈물 빼는 드라마 영화만 보니 잔잔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 못하고 이렇게 눈물 뺄 타이밍만 생각하는 영화가 만들어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 영화평이 너무나도 혹평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솔찍히 영화를 보고 나온 제 마음은 이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습니다. 좋은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이 아까운 영화였습니다.


아. 갑자기 또 마음에 안들었던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어린 예승과 용구가 애드벌룬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탈출을 시도하지만 줄이 걸려 못넘어가는 장면에서 노을을 보며 용구가 멋드러진 대사를 칩니다. 이 순간을 기억하라고 말이죠. 그런데 왜 그 장면에서 그냥 용구가 아니라 류승룡씨를 만나야 하나요? 왜 거기서 멀쩡해진 용구를 만나야 하느냐는 말입니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딸 밖에 모르는 용구가 아니라 내 아내의 모든것에 등장했던 카사노바 같은 톤으로 속삭였던 대사는 그냥 대참사였습니다. 감독님..